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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직업병 산재급여, '발병 원인 사업장' 임금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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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업장 근무하다 퇴직 후 직업병 진단 받았다면?
"업무상 인과관계 인정되는 최종 근무지 평균임금이 기준"

연합뉴스연합뉴스
산업재해 보상금은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최종 근무지의 평균임금을 토대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직업병을 진단받은 경우에 대한 첫 법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탄광에서 일했던 노동자 A씨와 B씨가 "마지막 근무지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계산해 보험급여 차액을 지급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79~84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채탄보조공으로, B씨는 1973~89년 강원탄강 주식회사에서 굴진공(탄광에서 굴을 뚫는 작업자)으로 일했다. 이후 두 사람은 1992년 각각 다른 터널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일을 그만뒀다. 두 사람은 퇴직 직후 진폐증 진단을 받았고, 이에 따라 산재도 인정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일을 하다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이 다닌 직장 중 어느 곳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계산할지였다.

공단은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일해온 장성광업소·강원탄광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마지막 직장의 재직 기간이 짧아 진폐증 발병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진폐증 진단을 받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일했던 터널 공사 사업장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며 보험급여 차액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오래 일한 직장을, 2심은 마지막 직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다고 봤다.

1심은 "A씨 등이 주장하는 터널 공사현장 등은 근무기간이 3일과 16일로 짧아 업무와 진폐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마지막 사업장 근무가 진폐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마지막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히 많다고 볼 사정도 없다는 점을 종합하면 공단은 A씨 등이 마지막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직업병의 발병·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 중, 직업병 진단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이라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어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을 받은 경우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산정할 때 어느 사업장의 평균임금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최초로 명시적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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