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로 시민 불편?…실체도 통계도 없는 '야간집회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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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양형욱 기자

'야간집회 금지' 당정 손 잡고 집시법 개정 추진…경찰 "야간문화제 등 엄정대응"
야간옥외집회 관련 경찰 통계 '부존재'…"새로운 통계 만들어야 하는 상황"
근거 없는 '야간집회=불법집회' 논리…시민사회 "정부, 시민 목소리 경청해야"


[앵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 따져보면 경찰이 한국노총의 고공 농성을 강제 진압했던 일이 원인이었죠?
 
정부가 시민사회의 집회 시위를 문제삼은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죠. 특히 최근엔 야간집회를 금지하도록 법까지 개정하겠다던 여당의 주장,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정작 집회 관리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은 '야간집회' 관련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무엇을 근거로 정부와 여당은 야간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던 걸까요?
 
이 문제를 직접 취재한 사회부 양형욱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양형욱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인데, 정부가 집회 시간대를 제한하겠다고 나선 배경부터 다시 짚어보죠? 
 
[기자]
네, 고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건설노조가 지난 16일부터 진행했던 1박2일 노숙 투쟁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는데요. 
 
민주노총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조합원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민주노총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조합원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며 야간집회에 엄정 대응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즉, 밤까지 집회가 이어지니 시민들이 매우 불편하다, 이 얘기죠.
 
[앵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당정에서 집시법 개정까지 논의했잖아요?
 
[기자]
네, 대통령 말 한 마디가 떨어지자마자 여당과 경찰이 즉시 움직였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야간집회를 금지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고요.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주 열렸던 민주노총 경고파업을 앞두고 "야간문화제가 불법집회나 집단 노숙으로 이어져 시민 불편을 초래하면 해산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집회 당일 시위 진압용 캡사이신 분사기를 6년 만에 현장에 투입했죠.
 
[앵커]
집회 시간대를 규제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으니까 명확한 근거가 필요해 보이거든요? 실제로 야간집회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까?
 
[기자]
바로 그 점을 확인하려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과 함께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최근 5년간 야간옥외집회 실태 관련 통계자료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야간옥외집회 관련 통계를 따로 추출하지 않는다며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자료가 없다? 경찰이 해당 자료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했습니까?
 
[기자]
네, 제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역시 '정보 부존재', 즉 관련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건수 별로 하나씩 확인해야 해서 확인하지 못한다, 새로운 통계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그동안 관련 통계를 아예 만든 적도 없단 거죠.
 
[앵커]
문제의 야간집회가 몇 건이나 열렸는지, 그 중에 문제가 지적된 게 얼마나 되는지 경찰조차 모른단 말이군요. 그나마 경찰이 제공한 집회 관련 통계를 살펴봤더니, 황당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기자]
네, 경찰이 최근 5년 동안 서울에서 집회를 금지했던 원인들을 찾아봤는데요. 야간집회 때문에 시민들이 정말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는지도 의문스럽습니다.
 
경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지된 시간에 집회했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한 전례는 한 건도 없었고요. 올해 딱 한 차례 금지 통고를 내린 것이 전부입니다. 
 
또 당정이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이유로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내세웠는데요.
 
올해 경찰이 집회 금지 통고를 한 139건 중 '생활 평온 침해'가 이유였던 사례는 아예 없었고,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금지 통고를 받은 집회도 2건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야간집회를 열 정도로 규모 있는 집회는 보통 공공기관, 재벌 대기업 본사 등 근처에서 하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곳은 대개 주택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야간 집회를 해서 시민들이 밤잠을 못 이룬다거나 할 일도 흔치 않겠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앵커]
정부와 여당은 '출퇴근 시간대 열리는 집회로 교통이 마비됐다'는 점도 지적했잖아요? 이건 어떤가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교통 소통'을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한 경우는 2019년부터 3년간 단 한차례 뿐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만 171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교통 소통을 이유로 56건의 집회를 금지한 변화는 눈에 띄는데요.
 
사실 이것도 아까 말씀드린 지난주 민주노총 집회에서 차선을 몇개나 점유했냐를 놓고 불법이다, 아니다 옥신각신했던 걸 생각해보면요. 이 교통소통을 이유로 금지된 집회 가운데 정말 야간집회로 출퇴근길이 막힌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앵커]
결국 정부와 여당이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일종의 선입견 만으로 야간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나선 셈이네요. 그동안 정부의 노동 탄압을 비판했던 시민사회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한 마디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시민사회는 야간집회로 시민들의 불편이 늘었다는 정부 주장이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인서트: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기본권과 시민의 불편을 마치 동등한 권리의 대결처럼 구도를 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집회 특성상 당연히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잖아요? 
 
정부도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열리지도 않는 야간집회를 꼬투리 잡아 결국 집회 자체를 금지하고 단속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듯 흔치는 않지만, 그래도 간혹 열리는 이 야간 집회나 문화제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있잖아요.
 
[기자]
네, 사실 야간집회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봐도 밤 늦은 시간까지 집회에 참여해달라고 시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직장인은 보통 낮에 일하고, 아까 말씀드린대로 집회의 대상이 되는 주요 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다 보니 지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서울까지 올라와야 하죠.
 
이렇듯 야간집회나 노숙 농성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데, 야간집회를 금지하면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겠습니까.
 
[앵커]
정부가 집회를 틀어막기 위해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힘든 여건 속에서 야간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양형욱 기자였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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