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대입시험 가오카오와 청년실업률 20%[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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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입 응시인원 1291만명 역대 최대치…명문대 입시 경쟁 치열
부정행위 '칼과 방패' 싸움…보안 위해 교도소에서 시험지 인쇄
입시와 동시에 취업 전쟁에 내몰려…청년 실업률 20% 돌파
세계최저 출산율 한국은 대입 응시인원 20여년만에 반토막
한국 노동력 감소 심각한데 중국은 고학력 취업대기자 널려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 글로벌타임즈 캡쳐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 글로벌타임즈 캡쳐
중국 대학입시 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7일 시작됐다. 시험은 8일까지 이틀간 치러지는데 일부 지역의 경우 10일까지 나흘간 치러지는 경우도 있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지난해보다 98만명 늘어난 129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오카오는 일반적으로 어문(국어), 수학, 외국어 각 150점, 선택과목 3과목 각 100점으로 750점 만점이다. 다만, 각 성(省) 별로 점수 배분과 채점방식이 달라 전국 수석은 없고 각 성별로 순위가 매겨진다.

또, 각 지역별 학력차를 고려해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 명문대학 입학인원도 31개 성·시·자치구별로 따로 책정돼 있다. 통상 베이징대에 진학하려면 인구 5천만~1억명에 이르는 성에서 10등 이내의 성적을 기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인원은 단일 시험 세계 최대인 반면 명문대 입학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시는 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입시 경쟁보다 오히려 더 치열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과도한 사교육과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혹사 등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오죽하면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6월은 '어둠의 6월'로 불린다.

지난해 대입 수험생들의 반입 물품 검사하는 보안요원. 연합뉴스지난해 대입 수험생들의 반입 물품 검사하는 보안요원. 연합뉴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한 부정행위도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전화를 몰래 시험장에 들여와 시험지를 찍어 외부에 유출하는 등의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이고 지우개에 초소형 액정을 심은 커닝장비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부정행위를 막기위해 시험 당국도 만발의 준비를 한다. 인쇄 단계에서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인쇄소로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교도소'가 이용되기도 하며, 시험지 유출을 막기 위해 인쇄소 하수구에까지 보안장치를 설치한다.

시험당일에는 각 시험장에 첨단 보안 장치를 동원해 부정행위를 막는다. 대표적으로 후베이성에서는 신원확인 시스템, 스마트 보안 게이트, 금속탐지기 등 3단계 보안 검색에 통과해야 수험생이 고사장에 들어갈 수 있다.

수험생 응원 열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수험생들을 실어나르고, 시험장 주변에서 차량 경적 사용 등이 금지되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바비큐 꼬치구이 성지로 부상한 산둥성 쯔보에서는 관광객이 몰리면 시험에 방해된다며 아예 식당 영업을 중단했을 정도다.

중국의 한 고3 교실. 글로벌 타임즈 캡쳐중국의 한 고3 교실. 글로벌 타임즈 캡쳐
이렇게 왠만한 나라 인구와도 맞먹는 수의 중국 수험생들이 일제히 '대학 입학'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경주를 벌이지만 이들 앞에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더 큰 목표가 주어진다.

올해 여름 중국에서 대학 졸업예정자는 지난해 보다 82만명 늘어난 1158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다 지난해 졸업자 가운데 아직 취업하지 못한 이들도 여전히 구직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4%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갈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데다, 코로나19 사태 3년을 겪으며 양질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어 청년 실업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고육지책으로 대졸자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인들만 남은 농촌에서 농산물 판로개척 등의 일에 도전해보라는 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과거 '하방'(下放) 운동을 연상시키는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 대입 응시인원, 청년실업율 증가, 그리고 당국의 탁상공론식 정책이 맞물려 청년층의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지만 이것을 인구 대국 중국에서 벌어지는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지난해 치러진 한국의 수능 응시인원은 45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능 응시인원은 지난 2000년에 8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여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 명으로 전세계 최저치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이에따라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 2020년 373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70년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결과로 조만간 입시 경쟁이나 청년 실업률을 걱정할게 아니라 일할 사람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심각한 노동력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이쯤되면 1300만명에 달하는 대입 응시인원과 1천만명이 훨씬 넘는 고학력 취업 대기자들을 보유한 중국이 부러울 정도다. 물론 중국 역시 지난해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리창 총리는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구 문제와 관련해 "이제 인구의 총량 뿐만 아니라 질량을 봐야 한다"며 "중국내 고등교육 인구는 2억 4천만명, 신규 유입 노동력의 평균 교육 연령이 14년으로, 중국 인구 우세가 사라지기는 커녕 인재 우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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