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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 잡은 전설의 女형사 수사 비결? 먼저 말하지 말라"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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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박미옥 전 경정

"23세 한국 최초 여자 형사, 처음엔 도망가고 싶었는데 어느새 30년 됐다"
"신창원 잡기 위해 거쳐 간 여인들 모두 만나, 티켓 다방까지 찾아가"
"가장 힘들었던 숭례문 화재 사건 감식, 국민을 두 번 울리면 안 됐다"
"층간소음 살인 사건, 여경 무용론? 피해자 분리 먼저 했어야"
"미제사건은 퇴직 후에도 안타까워, 아직도 피해자 이름 각인돼 있다"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화요일 휴일인데 웬 한판클라스냐라는 생각하실 것 같은데. 오늘 모시는 분이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에 한판클라스라는 말씀드립니다. 1990년대 후반 탈옥을 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원 사건 다들 기억하시죠? 그뿐만 아니라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사건, 또 숭례문 방화사건 등 이 모든 범죄 또 수사 현장에 계시면서 우리 경찰의 역사를 쓰신 분입니다. 대한민국 경찰 최초의 강력계 여자 형사이시자 대한민국 여경의 전설 박미옥 반장님을 모시고요. 오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반장님, 어서 오십시오.
 
◆ 박미옥> 반갑습니다.
 
◇ 박재홍> 진 작가님과 김 소장님 인사 나누십시오.
 
◆ 진중권> 안녕하세요.
 
◇ 박재홍> 제가 이런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포스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 박미옥> 감사합니다.
 
◆ 김성회> 앉아계실 때보다 서서 들어오실 때 복장이나.
 
◇ 박재홍> 그러니까요.
 
◆ 진중권> 신창원 사건하면 생각나는 게 탈옥했다 어디 가서 숨어 있다가 잡히지 않았나요?
 
◆ 박미옥> 1년. 초기 1년은 잠잠했었고요. 1년 8개월가량은 전국이 떠들썩했죠. 그리고 이제 매번 여자들의 고향에서 떠들썩하게 천안, 순천 난리가 났었죠.
 
◇ 박재홍> 그래요. 그때 검거했던 핵심적인 역할을 우리 반장님이 하셨던 것 같고. 그런데 우리 반장님이 책을 내셨어요. 제목이 <형사 박미옥>. 표지 사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유튜버 화면으로. <형사 박미옥>. 저기 총을 들고 있는 분이 우리는 반장님인 거죠?
 
◆ 박미옥> 제일 앞에 있는.
 
◇ 박재홍> 연출 사진은 아니고 실제.
 
◆ 박미옥> 연출 사진입니다.
 
◆ 진중권> 연출이지.
 
◆ 박미옥> 그때 당시 <예스 마담>이 유명했죠.
 
◇ 박재홍> 맞아요, <예스 마담>.
 
◆ 박미옥> 서울청 홍보사진을 찍을 때 콘셉트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출처 - 이야기장수출처 - 이야기장수
◇ 박재홍> 한국의 예스 마담 박미옥. 실존 인물 박미옥.
 
◆ 진중권> 총 든 상황에서 누가 사진 찍고 있어. 총을 들었으면 엄청 급박한 상황이지.
 
◇ 박재홍> 그래도 갑자기 그 현장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 김성회> 저 뒤에 있던 여자 형사분들 기억이 나시나요, 누구신지?
 
◆ 박미옥> 바로 뒤에 있는 건 마침 저의 동기라서 책을 낼 때 초상권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동의를 얻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셨군요. 그럼 이게 서울청 홍보용 사진. 한참 활동하실 때 사진.
 
◆ 박미옥> 아닙니다. 초기입니다.
 
◇ 박재홍> 초기예요?
 
◆ 박미옥> 딱 30년 된 사진입니다.
 
◇ 박재홍> 30년 전 사진.
 
◆ 진중권> 93년.
 
◇ 박재홍> 그렇군요.
 
◆ 박미옥> 92년 정도 된 사진.
 
◆ 진중권> 92년.
 
◇ 박재홍> 우리 반장님은 그러니까 23살 때 이제 우리 경찰 역사의 첫 번째 강력계 여자 형사가 되셨는데 경찰은 어떻게 하시게 되신 거예요? 가장 많은 질문을 받으셨을 텐데.
 
◆ 박미옥> 시골에서 대구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요.
 
◇ 박재홍> 대구에서.
 
◆ 박미옥> 현실이 보이더라고요.
 
◇ 박재홍> 현실.
 
◆ 박미옥> 대학 진학에 대한 것도 그렇고. 또 이제 집에 막내다 보니까 안 되겠다. 나는 대학보다 직업인부터 되어야 되는구나 그러다가 어린 날에 누구나 꿈을 꾸잖아요.
 
◆ 진중권> 수사반장.
 
◆ 박미옥> 대통령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 박재홍> 대통령이 되겠다.
 
◆ 박미옥> 경찰관을 주로 얘기했던 것 같고 그때 이제 꿈을 포기하는 사람보다는 꿈이 되는 방향으로 가보자 그래서 한국취업정보센터라는 곳을 그때는 디지털 세상이 아니니까요. 적극적으로 가서 경찰관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경찰관을 적극적으로 선택했습니다.
 
◆ 진중권> 혹시 어렸을 때 <수사반장> 이런 거 영향을 안 받으셨나요?
 
◇ 박재홍> 드라마, 드라마를 많이 보셨던 거 아니에요?
 
◆ 박미옥> 수사반장은 별로 안 본 것 같은데요. 정말 교과서에 이렇게 파출소 그림이 있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길 찾으러 가는 곳. 이런 정도의 인식 정도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때부터 뭔가 나의 직업 같은 걸 운명을 느끼셨던?
 
◆ 박미옥> 아무튼 뭔가 도움이 되는 직업, 어린 마음에.
 
◆ 진중권> 그러니까 경찰도 여러 가지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파출소도 있고 또 교통경찰도 있고. 그런데 형사가 되셨어요?
 
◆ 박미옥> 정말 교통이 있고 형사가 있고 이런 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경찰관이 되는 것만 알고 들어왔고 정말 형사도 상사 때문에 얼떨결에 시작한 겁니다.
 
◇ 박재홍> 얼떨결에.
 
◆ 김성회> 그런데 경찰이라는 게 알았다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데도 아니었을 것 같은데.
 
◆ 진중권> 시험 다 보고.
 
◆ 박미옥> 아마 계산 없고 몰랐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정보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도리어 여자가, 라는 건 어머님이 그러셨던 것 같아요. 어머님이 32년생이라서 순사를 기억하시는 분이라서.
 
◇ 박재홍> 순사.
 
◆ 박미옥> 순사. 딸이 경찰관이 되겠다는 말에 정말 앓아누우셨죠.
 
◆ 김성회> 그럼 진짜로 막내셨나 보네요.
 
◆ 박미옥> 늦둥이 막내입니다.
 
◆ 김성회> 나이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시는.
 
◇ 박재홍> 그래요. 그러다가 여자 형사 기동대가 1991년에 서울청에서 이제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이제 형사 업무를 맡게 되셨는데 여성 대상 범죄. 어떤 업무를 하셨던 겁니까, 초반에는?
 
◆ 박미옥> 그때 당시 91, 92, 93년도에 정말 시민들한테 불안했던 게 봉고차로 갑자기 납치한다.
 
◇ 박재홍> 인신매매. 맞아요.
 
◆ 박미옥> 이런 게 정말 심각한 때였습니다.
 
◇ 박재홍> 맞아요, 맞아요. 초등학교 때 그런 얘기 많았어요. 맞아요, 맞아요.
 
◆ 박미옥> 그래서 저희가 시작하면서도 정말 집창촌 단속을 해서 어떤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들어왔는지, 납치를 해서 들어왔는지. 그다음에 그런 부분에 대한 수사나 그다음에 초기에는 이슈거리가 필요하니까.
 
◇ 박재홍> 이슈.
 
◆ 박미옥>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하는 고급 도박판.
 
◇ 박재홍> 책 내용 봤어요. 봤더니 여성 사우나. 여성 목욕탕에서 이제 여성들 도박판이 주로 있었기 때문에 남자 형사들 갑자기 침투하긴 어렵죠. 갑자기 소리부터 지르니까. 그러니까 미리 도망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니까 여성 형사들이 가면 잠입도 쉽고 하니까 그런 거.
 
◆ 박미옥> 그러니까 그 시절에 여경이 쉽지가 않던 시절이니까 여성 한증막은 도박꾼들이 노리기 아주 좋은 판이었던 거죠.
 
◆ 진중권> 아무도 못 들어가죠.
 
◇ 박재홍> 공권력이 쉽게 오지 못하는, 여성. 그래서 우리 반장님이 가셨던 거네요.
 
◆ 박미옥> 첫 번째 단속 장소가 그 장소였는데요. 정말 그 한증막에서 봤던 그 느낌은 정말 아수라장, 아비규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고 경찰이다.
 
◆ 박미옥> 도박판이 벌어진 곳에서 이제 저는 들어갔지만 아주 뜨거운 곳이잖아요, 한증막이.
 
◇ 박재홍> 그렇죠. 사우나.
 
◆ 박미옥> 그런데다가 한쪽에는 목욕을 하고 계시고 한쪽에는 도박을 하고 계신데 일단 판은 파악을 해야 되니까. 그리고 됐다 하고 시작하는데 탕 튄 거죠. 그때 이제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가서 몇몇 분을 모시고 나올 때 느낌이 정말 이 세상은 어느 세상인가. (웃음)
 
◆ 진중권> 상상이 되는데 다 알몸 상태 아닙니까?
 
◇ 박재홍> 차분하게 앉아계시는데 누가 범인이고 안 범인인지.
 
◆ 박미옥> 사실 완전히 다 알몸은 아닌 상태고요. 일부는 그래도.
 
◇ 박재홍> 수건을 걸치시고.
 
◆ 박미옥> 여러 모습인데 한증막 뜨거운 곳에 들어가서는 정말 위험했습니다.
 
◆ 진중권> 수갑을 채웁니까? 어떻게 합니까?
 
◆ 박미옥> 수갑을 채웁니다.
 
◇ 박재홍> 굉장히 극적이었네요, 그러면 그 상황 자체가.
 
◆ 박미옥> 네. 하지만 어린 23살의 마음에는, 우리들의 어머님 같은 분들이죠. 그분들이 그곳에 앉아서.
 
◇ 박재홍> 그러네요.
 
◆ 박미옥> 그리고 집장촌에 가서 초기 단속할 때만 해도 많은 장면들을 봤어야 했고 중단시키고 체포할 때 그다음에 이제 수많은 룸살롱에 들어가서 호텔까지 이어지는 성매매를 단속할 때 정말 상상도 한 적 없는 걸 이렇게 몸으로 다 겪어야 되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1년은 정서적으로 정말 혼돈됐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정서적으로.
 
◆ 박미옥> 제가 체포를 하고 수갑을 채우고 이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을 보는 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서 원하시면 또 다른 보직으로 가실 수도 있었을 텐데.
 
◆ 박미옥> 도망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1년 만에는 도망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 박미옥> 그런데 도망가지 않으려고 남은 게 30년 했네요.
 
◇ 박재홍> 30년 형사 업무를. 와, 대단하십니다. 그러면서 이제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하세요.
 
◆ 박미옥> 네.
 
◇ 박재홍> 그런데 탈옥수 신창원을 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 경위가 되셨는데 신창원 수사팀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신 겁니까, 반장님.
 
◆ 박미옥> 당시에 이제 신창원이 초기 1년간은 조용했습니다.
 
◇ 박재홍> 숨어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박미옥> 그러다가 천안에서 터지기 시작하고 평택에서 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경찰관을 때리고 도망한 탈주범. 그다음에 신출귀몰하게 도망 다니는 자. 이런 것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전국 단위의 특별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는데 그때 당시 이제 점진적으로 전북, 전남, 경기 일원을 수사하던 게 경북까지도 이어졌고 8명의 경찰관으로는 어려워서 지원 요청을 왔습니다. 4명을 지원요청을 했는데 도리어 본청에서는 여경 둘을 내려 보낸 거죠.
 
◇ 박재홍> 그중에 우리 반장님이 계셨구나.
 
◆ 박미옥> 거기에 티켓다방도 상대해야 되고 지역 주민들한테 탐문수사도 해야 되고 그리고 신창원이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아파트 털이였습니다.
 
◇ 박재홍> 아파트 털이.
 
◆ 박미옥> 그랬기 때문에 저희가 어느 현장에 가면 경찰서를 가기보다 아파트 단지에 가서 먼저 신창원 수법의 절도가 있는지도 파악하고 미용실에 가서 당시 맥가이버 머리 이런 부분도 파악을 하고. 그리고 제가 결정적으로 하게 된 건 10명의 애인을 다 만나게 된 거죠.
 
◇ 박재홍> 신창원의 10명의 애인.
 
◆ 진중권> 10명의 애인.
 
◇ 박재홍> 그러니까 거기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좀 많이 있었고.
 
◆ 박미옥> 그러니까 2년 8개월 동안에 공식적으로 이제 저희한테 알려진 애인이 그 정도 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 애인들을 직접 만나서 이제 신창원의 식습관, 다가올 때 방법 그리고 화법. 그다음에 경찰관을 만났을 때 검문검색을 피해가는 방법 이런 것들을 이제 보고서로 만들었고 그게 이제 경찰관들한테 검문검색 자료, 시민들한테는 신고 자료.
 
◇ 박재홍>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 박미옥> 제시하는 게 되고 그다음에 이제 저희들도 티켓다방을 돌면서 신창원이 좋아하는 지역 이런 수사를 한 8개월 했습니다.
 
◇ 박재홍> 우리 김바비 님은 드라마 <시그널>의 김혜수 씨 같아요라는 댓글을 주시고 유구리 님은 아우라가 남다르십니다. 저랑 비슷하게 느끼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그 여성들. 그러니까 티켓다방 여성들과 대화하시고 어떤 그 방법을 알아내실 때 여성으로서의 장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 박미옥> 일단 다방에 가서 남자 분들이 와서 대화를 나눌 때와 여성이 와서 대화를 나눌 때가 조금 다를 것 같고요. 왜냐하면 아가씨들로서는 그곳이 직업적 장소잖아요. 그곳에서 남자 분들하고 대화를 나눌 때와 여성이 가서 대화를 나눌 때 조금 더 다른 느낌이셨던 것 같고요. 그리고 거기서 긴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아, 이건 사랑이 아니라 티켓다방의 사회적 구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어떤 빚에 의해서 일해야 되고 지각비나 벌금을 물어야 되는 구조가 있고.
 
◇ 박재홍> 빚을 져야 되고.
 
◆ 박미옥> 그다음에 한 달마다 다른 지역을 돌면서 웃음을 팔아야 되는 이 아가씨들 입장에 누군가 와서 빚을 갚아준다고 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탈주범의 손을 잡게 된 거죠.
 
◇ 박재홍> 그래서 10명이나 있었던 것이고. 처음에 그럼 이에 서울청에서 2명이 파견돼서 가셨을 때 기존 일하고 있던 팀들, 드라마 같은 거 보면 또 기존에 일하고 있던 팀이 있고 외부에서 참여한 알력 다툼 같은 게 있고 이렇지 않습니까? 드라마상으로 보면 저희가 그런데 반장님이 보셨을 때 텃세 있으셨나요?
 
◆ 박미옥> 한 분이 유독 있으셨죠. (웃음)
 
◇ 박재홍> 한 분이 유독 있으셨습니까?
 
◆ 박미옥> 그래서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인데 그분이 저를 보자 첫 마디가 그러셨죠. 그때 당시 여성 비속어인데 '냄비가 왜 왔냐' 이게 제가 들은 첫마디였어요.
 
◇ 박재홍> 좀 그거 충격적인 얘기인데요, 그건.
 
◆ 박미옥>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 박재홍> 여성 비하 발언, 심각한 여성 비하 발언이죠.
 
◆ 박미옥> '주전자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죠.
 
◇ 박재홍> 강력하게.
 
◆ 박미옥> 하지만 그때 한 6년차 되던 경력이라서 그때 팀장님이나 이런 분들이 또 저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서 잘 무마해 주셨고 또 일이 중요했죠. 그리고 그 파트너와 가장 많이 다닌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또 가장 또 힘들게 했던 분과.
 
◆ 박미옥> 주방기구가 잘 어울리죠. (웃음)
 
◇ 박재홍> 참 굉장히 모든 산전수전 다 겪으신 일을 또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느라 여러 가지 얘기를 해 주시는데 최초 타이틀 굉장히 많으세요. 대한민국 경찰 역사상 최초의 강력계 여사형사, 강력반장,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팀장. 또 과학수사기법 프로파일링팀장, 화재감식 팀장 겸임. 이거 뭐 모든 요직을 다 거치신 거네요. 비결이랄까.
 
◆ 박미옥> 비결이라기보다요. 그런데 누구나 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나 그 팀장은 한번 해 보겠어, 거기 국장은 한번 보겠어 그러잖아요. 그러면 형사가 순경에서 시작했는데 경위를 달고 그곳의 팀장을 한번 해 보고 싶다라는 꿈은 당연히 꿔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절은 그 꿈을 꿀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생각보시면, 돌이켜보면.
 
◆ 박미옥> 어마무시한 소수의 분들만 하는. 그리고 제가 그 세월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해 봤고요. 그래서 최초라는 말은 사실은 바깥에서 만들어주신 말 같아요. 그냥 한 건하고 다음 건 감당하는 사이에 저한테 조금 더 무게 있는 일들이 왔던 것 같고 경력이 쌓이니까 또다시 저한테 새로운 위기의 일을 감당하는 일들이 오면서 승진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또 고맙게도 보직으로 이어졌는데, 좀 다른 게 있다면 형사만 쭉 하는데 프로파일링팀장이나 화재팀장까지 가기가. 그런데 저는 시선의 확장성으로 봅니다. 그래서 남들이 프로파일링팀장 했어요? 하면 저는 형사를 잘하려고 갔던 길입니다. 이렇게 표현하고요. 강력계장이나 이런 거 같은 경우에는 고맙죠. 제가 쭉 그 길을 가면서 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해 주신 것 같아서 운이 좋았다라는 표현도 합니다.
 
◆ 김성회> 아까 전에 여성분들 만나면서 먹는 음식이라든지 이런 범인의 여러 가지 특성들에 대해서 인터뷰하고 이러는 게 사실 제 귀에는 프로파일링하는 걸로 들렸는데 그런 인터뷰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셨던 것 같습니까?
 
◆ 박미옥> 초기에 이제 프로파일러들 1, 2기를 만났을 때가 제가 이제 공부가 필요해서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 박재홍> 공부를 하셨구나.
 
◆ 박미옥> 그리고 조금 더 다른 형사들보다 접근 방법이 다르니까 아마 조직에서도. 1, 2기들을 조금 현장과 접목 시켜 보라라는 발령을 내주신 것 같고 그때 당시 서울역이나 동묘 쪽에 연쇄 화재사건이 참 많았습니다, 방화사건이. 그런데 그 화재사건의 방화범들도 정말 프로파일링 필요한 인물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시기에 많은 일을 맡게 된 것 같고요.
 
◇ 박재홍> 반장님 책 보면 '형사는 내 앞에 앉은 한 사람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이 세상을 향해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이런 표현이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사실은. 이게 저랑도 비슷한데 저도 이렇게 부족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도 한데. 반장님만의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한 준비 노하우랄까. 어떻게 질문을 던지십니까?
 
◆ 박미옥> 있습니다.
 
◇ 박재홍> 알려주세요.
 
◆ 박미옥> 정말 현장에 가보면 하나의 행동이 하나의 현상만을 낳지 않잖아요. 초기에는 많은 실수를 했죠. 제 생각이 맞을 것 같았고 제 추리가 이미 단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많은 실패와 범인을 만나서 뒤통수 맞는 얘기를 겪으면서 겸손해진 거죠, 점점. 그러면서 이제 든 생각이 먼저 보자.
 
◇ 박재홍> 먼저 보자.
 
◆ 박미옥> 먼저 듣자.
 
◇ 박재홍> 범인에게.
 
◆ 박미옥> 그리고 살피자.
 
◇ 박재홍> 용의자를.
 
◆ 박미옥> 그래서 범인이 잡혀왔을 때 먼저 말하지 않죠.
 
◇ 박재홍> 먼저 말하지 않는다.
 
◆ 박미옥> 네. 그리고 배려하는 한마디를 한 다음에 그 사람이 한 첫마디를 듣죠.
 
◇ 박재홍> 첫마디가 중요하다.
 
◆ 박미옥> 그다음 두 번째, 세 번째 행동을 보는 사이에 저분이 어디에 결핍이 있는 사람인지를 찾아야죠.
 
◇ 박재홍> 결핍이 있는 사람.
 
◆ 박미옥> 그리고 그 결핍과 이야기 나누고 사실에 접근해야 만이 사실 이야기를 제대로 듣죠. 그래서 하나의 말로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 박미옥> 그래서 후배들한테 그런 얘기를 합니다. 5분간만 들어라.
 
◇ 박재홍> 5분간만 들어라.
 
◆ 박미옥>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하는 단어를 찾아내라. 그리고 그 단어를 다시 물어라. 그 사람은 뭐라고 말하는 표현의 단어인지. 우리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해석합니다, 그렇죠? 그게 저의 노하우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 질문을 통해서 핵심적인 검거를 하셨다거나 기억나시는 케이스가 있을까요. 아까 유영철도 있고.
 
◆ 박미옥> 제가 질문으로만 유죄 사건을 내린 사건이라면 만삭 아내 살해한 의사 사건 때인데요.
 
◇ 박재홍> 그 사건도 반장님이 하셨어요?
 
◆ 박미옥> 피해자는 죽고 말이 없고 범인 또한 제가 아닙니다라는 말밖에 안 하는 상황에.
 
◇ 박재홍> 그 욕조에서.
 
◆ 박미옥> 맞습니다. 범죄 사실이 가장 허접합니다. 그 사건에. 왜냐하면 단정할 수 없잖아요, 제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질문만으로 범행 일시, 범죄 행위, 범행 동기 그리고 그 결과와 사후 내용까지를 제 질문만으로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 질문에 단정 요소가 있다든가 그 질문의 잘못된 추리가 있다면 무죄 요소가 되죠. 그런데 고맙게도 3년 만에 유죄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래서 법과학적 증거와 법의학 증거가 가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형사들이 그걸 실체로 입증하는 데는 수만 가지를 수사해야 하나를 입증할 듯 말 듯 한단 말이죠. 그게 이제 그때 당시 사망 추정 시간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의사였기 때문에 법의학 공부를 한 친구라서 12시간의 방치시간을 두고 혼돈될 수 있는 부분이 발견이 됐거든요. 그때 당시 질문하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내 말에 어떤 편견도 없어야 되고 내 질문에 어떤 단정도 없으면서.
 
◇ 박재홍> 어떻게 가능합니까? 감정이 섞인다고. '다그치면 마음이 다치지만 질문하면 열린다' 이런 표현도 쓰셨는데. 그런데 저는 인터뷰하면서 다그치고 막 그러거든요. 다그친.
 
◆ 진중권> 살인의 추억 보면 나오잖아요.
 
◇ 박재홍> 날라차기하고 막.
 
◆ 박미옥> 아주 부드럽게 하다가 날라차야 놀라죠. 처음부터 날라차면 하수가 되죠.
 
◇ 박재홍> 날라차기는 마지막 단계 하실 때.
 
◆ 박미옥> 나 이렇게 인간적 대접받았는데 마지막에 내가 이렇게 저 사람한테 날라차기를 받는 거 내가 여기서도.
 
◇ 박재홍> 정말 잘못했다.
 
◆ 박미옥> 정말 잘못했다.
 
◇ 박재홍> 스스로 참교육 되게. 그렇군요. 우리 반장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제 숭례문 화재사건이라고 말씀하신다고 말씀하시던데 당시 서울청에 또 화재감식팀장이셨어요. 사건이 우리 반장님을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중략)
 
◆ 진중권> 진짜 따라다니는 것 같아, 중요한 사건들이.
 
◆ 박미옥> 앞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 박재홍> 앞서 배치, 사건이 나기 전에 앞서.
 
◆ 박미옥> 경찰서를 도착해서 발령받아 도착해서 물어볼 때 제일 겁나는 말이 그 말입니다. 이 경찰서에 가장 어려웠던 사건이 언제 있었어요? 한 3년 됐습니다 하면 이제 불안에 떨어야 돼요, 아, 생길 때가 됐구나.
 
◇ 박재홍> 굵직굵직한 사건이.
 
◆ 박미옥>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서울청 프로파일링 팀장을 하고 있을 때라서 정말 연쇄방화사건도 많이 수사하던 끝에 숭례문이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가 온 밤을 그 밤에 다 지키고 봤잖아요.
 
◇ 박재홍> 타는 과정을 보고.
 
◆ 진중권> 왜냐하면 이게 꺼진 줄 알았는데 또다시 피어오르고 해서.
 
◆ 박미옥> 화재감식팀원들이 팀장님 불났는데 숭례문입니다 하는 순간에 기다릴 틈 없이 나간 거죠.
 
◇ 박재홍> 밤 9시에 전화 받으셨죠.
 
◆ 박미옥> 9시부터 다음 달 아침까지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다 나와서 우는 장면도 봤고 하염없이 그게 무너지면서 파편이 튀는 장면도 봤기 때문에 그 순간에 느낀 게 국민을 두 번 울리면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이 현장을 처음 통제해야 되는데 만일 복원 가능하지 않은 감식을 한다면 감식이 사실 거의 고고학자들 발굴하듯이 하거든요. 모든 걸 들어내고 붓칠을 하면서 불길을 따라가는 거기 때문에.
 
◇ 박재홍>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서.
 
◆ 박미옥> 이 기둥 하나 들어내는 일까지도 조심해야 될 것 같아서 국민을 두 번 울릴 수 없다라는 것에 출발해서 복원감식 가능한 첫출발을 시작했고요. 그래서 그날 다음 날 아침 사진을 보면 가림막이 올라갑니다. 그걸 이제 시청에서 제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준 분이 그 통제만큼은 저희가 하게 해 줘라. 그래서 저희가 5톤 거중기 이런 것도 순식간에 그다음에 복원 전문가들을 부르는 것도 순식간에. 그래서 동시에 그 일을 하면서 정말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저한테는 다행인지 모릅니다.
 
◇ 박재홍> 또 이제 대한민국 여경의 전설이시니까. 이 질문 안 드릴 수 없는데 2022년에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때 여경 무용론이 있었지 않습니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했다. 그 사건에 대해서 우리 반장님께서는 남성, 여성 문제가 아니라 대응 메뉴얼의 문제였다 이렇게 진단하셨더군요.
 
◆ 박미옥> 제가 사람이 해결하는 시대를 살아봤잖아요. 그리고 우리 시스템이 조금 더 괜찮아지기도 바라봤고 조직이 그걸 지원해 주는. 그리고 그다음이 매뉴얼의 시절이 온 것 같아요. 하지만 매뉴얼이 우리나라의 병리 현상을 그렇게 빨리 따라 가줄 수 없었어요. 정말 빠르게 바뀌어도 못 따라가는 게 사회현상인 것 같아요. 그럴 때 이제 제일 처음에 인천 사건 때문에 전화가 왔을 때 제가 대변인실 보고 물었죠. 제가 다 파악하고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 박재홍> 경찰청에.
 
◆ 박미옥> 매뉴얼의 잘못이 분명히 있는 것 외에,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잘못됐어요, 그렇죠? 가해자를 분리시켜야죠. 피해자를 분리시켜야 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제가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언론에서도 알아차리셨죠. 그리고 그다음 끊임없이 현장은 정말 생물입니다, 경찰의 현장은. 그리고 어떤 유기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선과 다양한 대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현장에서 각각이 팀워크를 가지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제가 오늘 여기를 오기 위해서 이제 한강다리를 건너오면서도.
 
◇ 박재홍> 제주에서 서울로 오시고 목동으로 오시고.
 
◆ 박미옥> 88올림픽과 강변대로를 다 뒤졌던 사건을 생각, 떠올린 게 연예인 지망생 사건이었는데요. 결국은 그 사건에 함께했던 친구들 지금 현충원에 가 있습니다.
 
◇ 박재홍> 아, 그래요.
 
◆ 박미옥> 그 앞서, 오늘 또 현충일이다 보니까 그 생각이 나는데요. 대전현충원에 가서 진혼시를 제가 읊조린 사건도 있습니다. 이양만이라는 사건으로 인해서 경찰관이 2명이나 죽은.
 
◇ 박재홍> 순직하셨군요.
 
◆ 박미옥> 그다음에 제 책 안에 보면 지방에 강도를 잡으러 갔던 동대문 경찰관들이 2명이나 사망하는 바람에 저희가 당일 날 검거하러 가는 날 여경 뒤로 빼. 하지만 일선에서 검거한 그런 이야기들을 제가 기록했는데요. 이분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양하게 함께할 때 그 현장은 대처할 수 있는 곳이고 최소화시킬 수 있는 곳이지 과연 거기에 6개월짜리 남경이 서 있었다고 해도 괜찮았을까? 우리 이런 비유하지 말자고요. 정말 현장은 다양하게 대처해야 되고 끊임없이 조심해야 되는 곳이다.
 
◇ 박재홍> 그렇군요. 반장님 모시고 한 1시간 2박 3일 얘기해야 될 것 같은데 벌써. .
 
◆ 진중권> 미제 사건 있지 않습니까? 보통 이렇게 형사분들 은퇴하고 나면 딱…! 그런 거 있으신가요?
 
◆ 박미옥> 사실 <시그널>에 나왔던 사건이 저의. 여기가 또 양천구 쪽이죠. 제가 여기서 5년간 강력 팀장 했거든요.
 
◇ 박재홍> 그러셨구나.
 
◆ 박미옥> 그리고 저기 야산에서 발견된, 정말 그건 제 가슴에 영원히 죄책감으로 남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그 친구의 이름은 각인되어 있죠. 머릿속에.
 
◇ 박재홍> 우리 반장님과는 한 2박 3일 말씀 나눠야 되는데 벌써 보내드릴 시간이 됐습니다. 이 지난 30년의 정말 보석 같은 경험들 또 후배들에게 잘 전해 주시고 또 우리 국민들은 책을 통해서 우리 반장님의 활약을 다시 한 번 또 생각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분 대한민국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시죠. 박미옥 반장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 박미옥>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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