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광주 서구 화정역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이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년 보조금 예산을 5천억 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옥죄기'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조금 부정 사용 단체 중 하나로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목된 가운데, 전장연 측은 "우리는 보조금을 받고 사업하는 단체도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5일 불거진 정부 보조금 유용 의혹에 대해 "전장연은 받을 수 있는 자격 조건도 없다"며 "전장연과 연대하는 다른 단체에서 받은 것을 전장연과 의도적으로 엮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전장연을 지목하며 "(장애인 이동권 집회에) 국민 세금을 쓴다. (집회에 참여한 장애인에게) 일당을 주는데 그 돈이 국민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2020~2022년 서울시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 보조금 총 81억 원 중 71억 원(88%)을 전장연이 가져갔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이 역시 전장연과 함께 연대하는 단체들이 받아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일당을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연합(UN)의 권고에 따라 UN 장애인 권리협약을 홍보하는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 일자리는 장애인 권리협약을 홍보하는 캠페인, 집회, 시위를 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4년째 비장애인들의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일자리인데, 이 캠페인을 불법 시위라고 주장하면서 일당을 주고 비자발적으로 집회에 동원했다고 낙인을 찍은 것"이라며 "아직 불법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없는데 (하 의원이)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갈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앞서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사를 주도한 국무총리실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 4일 직접 발표에 나섰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29개 부처별로 비영리 민간단체를 감사한 결과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실이 민간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고 의심하는 금액은 314억 원 규모다. 이는 2020년~2022년 3년 동안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감사가 이뤄진 6조 8천억 원의 0.46%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명분으로 내년도 예산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5천억 원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기반이 약한 시민단체의 경우 활동 범위와 자율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운영위원장은 "3년간 6조 8천억 원이 쓰였고, 그중에서 314억 원이 부정 사용됐고, 이런 방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마치 지난 3년간 서울시에서 범죄자가 이만큼 있었다는 식으로 뭉뚱그리는 것이다"라며 "어느 단체가 뭘 잘못했는지가 좀 명확하게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NGO 단체를 싸잡아서 '나쁜 놈들'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기획연대국장은 "국가보조금을 전횡하거나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국가 보조금 관련 민간단체에는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있고, 복지단체, 협회 등 단체 성격이 다양하다. 그런데 마치 시민단체를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서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