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회동한 (왼쪽부터)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반도체 공급망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한국과 반도체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밝혀 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서 만나 양국간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양국간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성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중국 상무부는 발표문을 통해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의 발표 대로라면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고위급 회동을 통해 이같은 합의가 도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주도로 대중 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주요 7개국(G7) 회의 종료 직후인 지난 22일,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안보 심사 결과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내 주요 정보 시설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이에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핵심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시장왜곡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도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며 무역적자 행진이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는 호재지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런 기회를 활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국 눈치만 보느라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공급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통상분야 고위급 회동에서 나온 '반도체 공급망 분야 협력 강화 합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체 공급 여부까지 이번 합의에 포함됐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이번 회동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는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을 뿐 반도체와 관련된 합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풀려 발표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22일 대체 공급 문제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은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