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기자"계약할 때 '안전한 집'이라며 전세는 저 포함 3명이고 나머지는 다 월세라고 했어요. 그런데 일이 터지고 보니 월세는 2명이고 나머지는 다 전세인 상황이더라고요."'안전한 집'이라던 집주인은 지난해 말부터 전세보증금을 가구마다 4~500만 원에서 최대 2천만 원까지 올려 받고는 연락이 두절됐고, 지금 집은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전세사기 대책 중 피해자가 다른 입찰자보다 우선해 경매에 넘어간 집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한 '우선매수권'.
이 세입자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이 세입자가 경매에 넘어간 집을 사고 싶으면 한 가구만이 아닌, '건물 전체'를 사야 한다.
이 세입자가 사는 집은 '다가구주택'. 여러 가구가 임차해 한 건물에 살고 있지만 매매의 경우 각 가구를 분리해서 사고팔 수는 없고 건물 전체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건축법상에도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에 포함된다.
집을 사들이기는커녕, 집주인에게 맡긴 전세보증금조차 손에 없는 상태에선 더욱 '불가능한' 대책이다.
지난 25일 대전시청 앞에 모인 정의당 대전시당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특히 다가구주택의 경우 대책이 더욱 막막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대전시당이 이달 초부터 전세사기 피해 상담 창구를 통해 접수받은 결과, 대전에서는 27채 388가구가 접수됐고 모두 다가구주택이었다.
피해를 접수한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보증금은 410억 원에 달했다.
정의당 대전시당과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그저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대출받은 전세금이 사라지고, 사라진 전세금도 갚아야 하는데 또 대출받아 전세 살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 각자 빚내서 해결하라는 특별법은 틀렸다"고 비판했다.
또 대출 규제를 풀고 온갖 세제 혜택을 주며 한 명이 수천 채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안전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분명한 것은 이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며, 정부 정책에 따라서 전세사기에 일조한 금융기관들도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며 "이러한 사회적 재난을 단순히 개인이 사기 범죄에 피해당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인천지역에서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모하며 검은색 옷을 입고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