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고래' 부커상 아쉬운 고배…'타임 셸터'가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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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의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개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래'의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개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고배를 마셨다.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에 수상을 내줬다.

부커상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린 2023 부커 인터내셔널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수상작으로 '타임 셸터'를 선정했다. 영어로 옮긴 미국인 번역가 안젤라 로델도 공동 수상했다.

'타임 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클리닉, 일명 '과거를 위한 진료소'에서 환자의 과거를 10년 단위로 세밀하게 재현해 행복했던 옛 시절을 되돌려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건강한 사람들까지 몰려들며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를 탈피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심리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반어와 우울함이 가득찬 빛나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1968년생으로 불가리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유럽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떠오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데뷔작 '내추럴 노벨(Natural Novel)'(1999)은 23개 언어로, 최신작인 수상작 '타임 셸터'(2020)는 25개 언어로 번역됐다.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한 불가리아 작가 고스포디노프. 연합뉴스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한 불가리아 작가 고스포디노프. 연합뉴스 6개 최종 후보작에 포함돼 기대를 모았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마흔에 등단한 천 작가가 2004년 처음 낸 장편소설 '고래'는 올해 1월 김지영 번역가를 통해 영문판이 출간됐다. 국내 출간 이후 19년 만이다.

심사위원회는 "전근대 사회에서 탈근대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가 겪은 변화를 조명한 풍자적 소설"이라고 소개하면서 '고래'의 독특한 구성과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2016년 한국 소설 최초, 아시아 문학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의 영예를 안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한강)를 잇는 우리 작가의 수상작 배출은 잠시 멈췄지만 2018년 한강의 '흰',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 2023년 '고래'까지 내리 최종 후보에 오르며 K-문학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종 후보는 아니지만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과 2022년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1차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문단에 꾸준한 도전이 있었다.

천 작가는 20대에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우연히 군대 동기가 일하던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를 거쳐 충무로 영화사에서 제작부 일을 하게된다. 나이 30대에도 꾸준히 글을 써오다 어느 날 한 프로듀서의 권유로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한다.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4)을 각색하고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10) 등의 각본을 썼다. 이후 영화 제작에 나서려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자 동생의 권유로 소설 작가로 등단했다. 석 달 만에 쓴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됐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작들. 중앙에 천명관의 '고래'와 수상작 '타임 셸터'가 보인다. 부커상 홈페이지 캡처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작들. 중앙에 천명관의 '고래'와 수상작 '타임 셸터'가 보인다. 부커상 홈페이지 캡처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꾸준히 번역가를 지원하고 양성해온데 이어 코로나 이후 K-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이 자리잡으며 장르 불문 국내 문학작품에 대한 해외 출판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번역계는 물론 해외 출판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병모, 신경숙, 김영하, 정유정 등 한국 대표작가의 작품들이 꾸준이 해외 번역 출간되고, 최근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가 유럽·영미권 대형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으며 한국 출판물 수출 선인세 중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부커 인터내셔널은 작가의 국적과 관계없이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200만 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그만큼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의 작업과 노고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국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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