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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없는 600년 '가야사'…고분군 드디어 '세계유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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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위주 고대사에서 소외된 경남 뿌리 '가야'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
우리나라 16번째이자 경남 4번째 세계유산
오는 9월 세계유산위원회서 세계유산 등재 결정
경남 10년 노력의 결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인정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이다. 낙동강을 이용해 내륙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고분군으로,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 수는 1천여 기에 이른다. 경남도청 제공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이다. 낙동강을 이용해 내륙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고분군으로,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 수는 1천여 기에 이른다. 경남도청 제공
그동안 삼국(고구려·백제·신라) 위주의 고대사 연구에서 소외되고 잊혔던 경남의 뿌리인 '가야'가 세계 유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상남도는 유네스코 자문 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경남 5개를 포함해 경북 1개, 전북 1개 등 7개 가야고분군을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 권고'했다는 내용을 문화재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이코모스의 권고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전례를 보면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해 보인다.

단편적인 기록 말고는 제대로 된 역사서를 남기지 못했던 고대 왕국 '가야'는 삼국과 견주어 독립적인 정치 세력을 유지하고 문화를 영위한 고대국가였다는 점이 발굴된 유물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야의 역사는 약 600년에 이른다. 조선왕조 500년보다 더 긴 역사의 시간을 갖고 있다. 고려도 450년이다. 가야역사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러나 기껏해야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에서 개략적인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 교과서조차 가야사는 한 페이지 분량의 작은 소국으로 홀대받고 있다. 지금까지 삼국처럼 고대 왕국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가야고분군을 통해 가야 각국의 독창적인 문화가 발견되고 있다. 왕묘의 출현과 고분군의 군집·위계화는 가야 시대의 계층적 구조를, 묘제의 도입과 변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아라가야 지배층의 고분군으로, 탁월한 경관을 갖춘 가야 남부지역 대표 고분군이다.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20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아라가야 지배층의 고분군으로, 탁월한 경관을 갖춘 가야 남부지역 대표 고분군이다.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20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1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존재했던 가야고분군은 경남의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를 비롯해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고분군 등 7개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 권고는 2013년 6월 문화재청에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경남도가 세계 유산 등재 신청을 시작한 이후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이뤄진 결과다.

2013년 12월 세계유산 잠정 목록 등록 이후 2018년 7월 3개 시도 7개 시군에 걸친 7개 고분군으로 확대했다. 2021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1년 반 동안 이코모스의 심사를 받아왔다.

이코모스는 가야고분군은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중앙 집권적 고대 국가와 공존했던 가야의 문명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인정했다. 또,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창녕 교동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이다. 내륙의 교통로를 통해 신라로 연결되는 접경지에 조성된 고분군으로 5~6세기쯤 조성됐다. 14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창녕 교동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이다. 내륙의 교통로를 통해 신라로 연결되는 접경지에 조성된 고분군으로 5~6세기쯤 조성됐다. 14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경남도청 제공
7개 고분군 모두 각 가야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지배층의 무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고분군의 입지·묘제·부장품 등을 통해 각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여러 세력이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비교적 동등한 수평적 지위로 결속했던 가야연맹의 정치체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여러 국가가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단계를 엿볼 수 있는 유산이라는 점을 인정받게 된 것으로, 소멸된 가야문명의 존재를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이자 중국·한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역사발전 단계의 사례로 인류사에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입증됐다.

전국의 가야 유적 2495곳 가운데 67%인 1669곳이 경남에 있다. 명실상부한 가야사의 중심지이지만, 가야유적은 87곳(국가 32·경남도 54)에 불과하다. 비지정 유적은 95%인 1582곳에 달한다. 1600여 곳에 달하는 가야유적에 대한 존재만 알려졌을 뿐, 그동안 삼국사에 밀려 조사연구의 기회가 없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 보니 개발과 도굴 등으로 사라지거나 훼손된 소중한 유적도 많기 때문에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가야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신청 유산이 특정 국가나 민족의 유산을 넘어, 인류 전체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유산이 된다는 의미다. 가야고분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이 경남으로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야사의 조사·연구·복원 사업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를 열고 이코모스 권고 사항을 바탕으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이다. 중국-백제-가야-왜를 연결하는 해양 교역로의 중심에 조성된 소가야 지배층 고분군으로 5~6세기 무렵 조성됐다. 10여 기의 고분이 있다. 경남도청 제공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이다. 중국-백제-가야-왜를 연결하는 해양 교역로의 중심에 조성된 소가야 지배층 고분군으로 5~6세기 무렵 조성됐다. 10여 기의 고분이 있다. 경남도청 제공
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세계유산이 된다. 경남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 통도사(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남계서원(한국의 서원)에 이어 4번째 세계유산으로 기록된다.

경남도 차석호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가야고분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 창출로 지역 관광 활성화는 물론 세계적 역사문화 도시로의 발전 토대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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