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페이스북 캡처·울산도시공사 제공공영개발로 추진된 울산KTX 역세권개발 2단계 사업에서 민간기업인 KCC가 토지이용계획도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KCC는 자사가 환지로 받은 뒤 개발할 땅을 주상복합 용지로 미리 정해놨을 뿐아니라 2단계 사업 전체 토지 이용 계획도 짰다. 이 때문에 울산시 측이 KCC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사전 이면 합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커보인다.
9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황운하 의원실과 함께 취재한 결과, KCC는 2016년 4월 27일 외부 용역을 통해 '울산 KTX 역세권 2단계 개발 사업'이란 문서를 작성했다.
양측이 맺은 시행협약서는 '환지예정지에 대한 개발 용도 등 마스터플랜 등 종합개발방안 수립 주관'을 KCC가 맡도록 했는데, 이 문서가 종합개발방안인 셈이다.
해당 문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부분은 '(울산 KTX 역세권) 현황분석 및 주상복합 개발방향'을 담고 있다.
KCC가 작성한 울산역KTX 역세권 2단계 사업 종합개발방안에 나오는 주상복합 용지 개발 계획. KCC는 애초에 이 두곳 모두에서 분양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도시공사 제공
KCC는 주상복합 용지인 M5와 M6에 대한 설계 개요를 자세히 적었다. 이 두 용지를 환지로 받거나 감정가로 매입해 직접 개발할 계획이었다. 설계 개요는 아파트·오피스텔 등에 대한 연면적과 용적률, 세대수 등이 포함됐다.
역세권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분양사업을 위한 토지 확보를 담보 받았을 개연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KCC는 내부 검토를 거쳐 M5를 빼고 규모가 2배인 M6만 환지로 받았다.
종합개발 계획의 두번째 부분은 '토지이용계획 및 마스터플랜 개발방향'이다.
KCC가 울산도시공사로부터 받은 토지이용계획도를 바탕으로 대안(왼쪽)을 만들어 제출했다. 주상복합용지를 두 필지로 나눈 안에 대해 '복합용지 개발의 유연성 및 기반시설의 적정배치로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최종 토지계획이용도(오른쪽)는 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울산도시공사 제공·김성기 기자 이를 보면 KCC는 울산도시공사가 만들어야 하는 토지이용계획도 작성에도 직접 개입했다.
KCC는 공사가 만든 초안을 받은 후 주상복합 용지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하나는 기존처럼 하나의 부지를 놓고 면적만 키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M5, M6로 나누면서 면적을 늘린 방식이다.
KCC는 "복합용지 개발의 유연성 및 기반시설의 적정배치로 ALT 01 안(첫번째 안)이 적합"이라고 의견을 냈는데, 최종 그림도 이와 비슷하게 결정됐다.
토지이용계획은 해당 지자체에서 작성해야 하는 것으로 교통계획, 도시·군계획시설계획, 공원녹지계획과 더불어 도시·군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계획이다. 이를 민간 기업인 KCC에서 작성해 제시하고 흡사한 최종안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도권 소속의 부동산 관련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사업을 주도할 때는 당연히 공공기관에서 토지이용계획도 등을 만든다"면서 "외부에 용역 발주는 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제안해 결정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KCC와 울산도시공사 측은 2014년 맺은 사업시행 협약에 따라 KCC가 맡은 업무를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약에는 토지이용계획도까지 KCC가 담당한다는 내용은 없다. 또 토지이용계획도에는 환지 예정지 외에 상업용지 등 2단계 전체 사업에 대한 그림이 포함됐다. KCC에게 유리한 사업협약이 내용면에서 특혜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협약서에 따라 양측이 만든 실무협의회에서는 KCC의 요구 사항을 도시공사가 검토하고 답변하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업 진행을 위한 논의 뿐 아니라 KCC의 민원 창구 역할도 했다는 뜻이다.
KCC는 자사 사택부지를 울산KTX 역세권 2단계 사업에 묶어서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때 경기도 성남 대장동을 사례로 든 점이 눈에 띈다. 울산도시공사 제공KCC는 자사 사택부지를 울산KTX 역세권 2단계 사업에 묶어서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때 경기도 성남 대장동을 사례로 든 점이 눈에 띈다.
KCC는 2016년 4월15일 회의에서 "대행개발방식이나 SPC설립 등을 통해 KCC가 주도해 개발할 수 있는 사업 방식 검토"를 요청했다. KCC는 사업을 대행하면서 이를 위한 수의계약 체결도 요구했다. 이에 도시공사는 "대행은 가능하지만 대행할 사업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회사는 또 "대상지 외부 공장 사택에 대해 결합개발 적용 검토"도 요청했다. KCC는 종합개발방안에서 '성남 대장동'을 언급하며 KCC 소유의 사택부지를 함께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럴 경우 KCC의 '지분'은 더 늘어나 환지로 받을 수 있는 땅은 더 커지게 된다. 대장동의 결합개발은 공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KCC 요구는 민간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CC의 이런 무리한 요구들은 관철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갑과 을이 뒤바뀐 특이한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