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2023 세계노동절 강제노동 철페!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었다. 민소운 기자"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금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등은 '이주노동자 메이데이(may day)' 집회를 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라셰드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절에도 일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인 오늘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부터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강제노동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닭고기 가공회사에서 근무하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샨티는 "닭고기를 자르는 일을 하는데 추운 곳에서 하루종일 손을 많이 움직이며 일하다보니 손이 아프다"면서도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낫지 않아 사업주에게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이후 사업주가 나를 괴롭히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손이 아프고 몸이 아파도 강제로 노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용허가제가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프면 치료받고, 더 일할 수 없으면 회사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주노동자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또한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 노동자의 권리는 후퇴하고 사업주 권리만 강화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지도 못하고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지난해 비준한 ILO 강제노동금지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부당한 대우와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마음대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며 "ILO 협약에 따라 강제노동을 철폐하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2023 세계노동절 강제노동 철페!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었다. 민소운 기자또한 내국인에 비해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률이 3배 이상 높은 만큼,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하고난 후 저녁에 몸을 기대는 숙소는 임시가건물"이라며 "이런 숙소에 살던 이주노동자들이 건강을 잃고 사망해도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 더 이상 컨테이너 창고나 비닐하우스 같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임시가건물이 기숙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노동자 규모를 11만 명으로 역대 최대로 늘린 윤석열 정부에게 그만큼더 큰 책임을 질 것을 당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권리 보장은 없이 이주노동자 숫자만 대폭 늘리는 정부 정책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전에 주거 환경, 산재 문제,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등 착취와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주노동자도 '사람이자 노동자'라며 인간적인 처우를 당부했다. 수원이주민센터 대표 차미카라씨는 "우리 이주노동자도 이 아름다운 지구 어디선가에서 온 같은 사람"이라며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기업을 살리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위험하고 힘들다고 일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며 한국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언문을 낭독한 뒤 행진에 나선 이들은 공굴리기와 쇠사슬 퍼포먼스를 하며 대통령실로 향해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