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식재료를 사러 외출했던 20대 딸은 대형 화물차에 깔려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6일 유족에 따르면 A(27·여)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중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던 27t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직장에 있던 A씨 아버지는 경찰로부터 딸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사고로 머리 부위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고, 아버지는 딸이 살아생전 입던 옷을 알아보고 주저앉아버렸다.
A씨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단란했던 가족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A씨는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의젓한 맏딸이자 언니였다고 한다.
유족들은 A씨를 사고로 떠나보낸 지 한 달이 넘도록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 동생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모님은 원래 살던 집에 발을 들이지 못해 친척 집에 얹혀살고 있다"며 "언니 시신을 직접 본 아버지는 특히 트라우마가 크다"고 토로했다.
화물차 운전자 60대 B씨는 직진·우회전 동시 차로에서 직진 대기 중이던 앞 차량을 피해 우회전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A씨는 식재료가 든 비닐봉지를 가지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상황도 아니었다.
유족 측은 "B씨는 160㎝ 중반대 키인 A씨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를 냈다"며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운전자의 100%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와 합의 없이 처벌을 원하고 있으나 형사공탁 특례 제도로 인해 합의와 유사한 효력을 인정받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인 형사공탁 제도는 형사재판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을 때 법원에 합의금을 공탁하는 것으로 피해 변제에 이용할 수 있다.
B씨는 지난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과거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동생은 "언니는 다이어리에 가족과 지인을 챙기는 내용이 빼곡할 정도로 주변을 잘 챙기고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다"며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우회전할 수 있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