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명계(비이재명계)' 박광온 의원이 당선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이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반 득표로 당선…선거 앞두고 당내 '통합' 요구 반영됐나
박 신임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의 득표를 얻어 민주당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3선인 박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의 유일한 비명계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당대표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선거 전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와 '친명계(친이재명계)' 홍익표 의원의 2파전을 예상했다. 둘 다 계파색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당내 주류인 친명계를 중심으로 홍 의원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 가지도 않고 박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바로 당선되면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수월하게 당선된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에 대한 요구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친명-비명의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비명계에서는 한 차례 인사 쇄신에도 불구하고 친명 중심의 지도부가 이 대표 '방탄'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가해왔다. 이번에 박 원내대표 당선으로 일정 부분 균형추를 가져간 만큼 화합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명계 입장에서도 박 원내대표 당선으로 안정적인 이 대표 체제를 가져가는 게 선거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박 원내대표의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고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 당선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견제가 강화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비생산적인 계파 갈등을 방지하고 당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박 원내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우리당 상황에서 친명, 비명이라는 분류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 봉투'·李 사법리스크 등 과제 산적해 있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박광온, 박범계, 김두돤, 홍익표 후보자) 윤창원 기자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대 현안이 된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확산하면서 여론이 악화해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마냥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곧바로 쇄신 의원총회를 열어 밤을 새워서라도 쇄신 방안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지난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대규모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당시 원내대표가 표단속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가 체포안 표결이 박 원내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 과제도 쌓여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어 정국이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정의당과 함께 '쌍특검'을 밀어붙인 상황이어서 협상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법과 헌법 정신에 맞게 국회를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