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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는 왜 미국의 도청에 대해 항의조차 하지 않나?[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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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美 도청 이슈, 한미정상회담 의제서 제외
항의 안하는 이유는 한미일 공조 강화, 북중러 거리두기 연장선
도청사실 드러났다면 공식 항의하고 재발방지 요구해야
전직 정보기관 고위관계자 "도청은 이 시간에도 하고 있다"



◇정다운>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4일 다음 주 월요일부터 5박 7일간 미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정상회담부터 미 의회 연설 등 굵직한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안보, 경제, 환경 등 논의할 것도 참 많은데요.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이슈. 최근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을 도청한 문제인데, 의제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왜 미국의 도청에 단 한번의 항의조차 하지 않는 걸까. 어게인 Why뉴스 권영철 대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영철> 안녕하세요.

◇정다운>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 그것도 국가안보를 다루는 국가안보실을 도청했다는 건
중대한 문제잖아요. 그런데 이번 한미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더라고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어제(20일) 한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브리핑을 했는데 '도청'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2023.4.20 한미 정상회담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브리핑
"첫째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양국 간 확장 억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둘째 경제 안보 협력을 보다 구체화 할 것 입니다."

김 차장의 브리핑 직후에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지만 '도청'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정다운> 정상회담 공식 의제에서는 제외됐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 해야 하는 사안 아닌가요?

◆권영철>정상들끼리 회담에서 거론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실무선에서는 논의되어야 할 겁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실이 동맹국가의 정보기관에 의해 도청이 됐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는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열흘이 넘도록 우리 정부가 항의했다거나, 유감을 표했다거나,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거나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 발표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정다운> 4월 9일 첫 입장이 "미국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4월 11일 공식입장이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 양국 신뢰 협력체게 강화하겠다"

◆권영철> 대통령실의 입장은 줄곧 이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데요. 거기다 김태효 차장이 악의적 정황은 없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한 번 들어보시죠.

2023.4.12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맹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인데, 도청에 선의가 있고 악의가 있을까요? 도청을 한다는 자체가 주권침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선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있다는 걸까요?

◇정다운>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난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유출된 문서가 2월 28일과 3월 1일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문건을 유출한 '범인'도 검거가 됐고요. 유출된 문서에 등장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대화한 시점도 3월 1일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감안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도청 보고서가 작성되어 미 국방부에 전달되었음을 시사하는 거겠죠?

김태효 차장도 귀국길 약식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를 만날 때마다 유감표명, 그리고 긴밀한 공조 약속".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감을 표명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저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이 도청을 인정했다는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누가 어떤 경위로 어느정도 수준의 유감을 표명했다는 건 밝히지 않아서 아쉽습니다만.

◇정다운> 이 정도로 도청사실이 드러났으면 공식 항의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권영철> 그게 상식이죠.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이번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었더니 "미국이 부인하면 우리도 부인해야지만, 미국이 인정했다면 주권국가로서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면 거기서 끝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는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부인해도 되겠지만 드러났다면 공식항의하는 게 주권국가로서의 기본자세"라고 말했습니다.

정보기관에 오래 근무한 전직 정보당국자들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미국 백악관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미국은 어떻게 했을까?"라고 반문을 하면서 "최소한 어떻게 도청했는지 그 수단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 그리고 재발방지대책논의하는 수순으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걸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얻어내는 게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들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운> 그래서 오늘의 주제, 왜 항의 안하는 걸까요?

◆권영철>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NYT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를 했습니다만, '한미동맹은 공고하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스노든 때도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는데 그게 아무 의미 없었다는 게 드러난 것 아닙니까.

지난해 9월 있었던 이른바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논란 이후 대미외교 스탠스는 저자세 심하게는 굴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 연장선이 아니겠냐라는 평가들이 나옵니다. 한미일 공조는 강화하고, 북중러는 거리두기. 이 기조 때문 아니겠느냐는 거죠.

◇정다운> 미국이 우리나라 대통령실을 도청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청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건지. 또 야당 주장대로 용산으로 급하게 이전을 하면서 도청이 더 쉬워진건지 궁금한데요.

◆권영철>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하자면, 미국 CIA의 도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도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이미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었고요, 1976년 이른바 '박동선사건' 또는 미국에서는 '코리아게이트'로 불렸는데 이 사건이 CIA 도청으로 드러났었습니다. (주한미군철수 움직임 속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재미 한국인 사업가 박동선이 미국 상·하원의원 및 공직자 20여 명에게 매년 50만~100만 달러에 이르는 불법 로비 자금을 줬고, 미 CIA가 청와대를 도청해 불법 로비 혐의를 포착했다는 의혹)

정부고위관계자들 집무실에 가면 늘 TV가 켜져 있습니다. TV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도청할 우려가 있다는 걸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전직 정보당국 고위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재미있는 답변을 했습니다.

A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기관은 도청한다"고 했고,
B는 "정보기관은 할 수 있다면 어디건 한다"고 했습니다.

◇정다운> 그만큼 일상적이라는 건데,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더 허술해진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취재 해보셨나요?

◆권영철> 도청문제가 터지자 민주당이 용산이전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만, 누구도
보안이 약화됐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지금 용산의 보안상태가 대통령실에는 강화됐다고 하지만 이전 청와대의 보안과 지금 용산 대통령실 보안 상태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래 이미지를 잠시 보시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미군 부지 및 시설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미군 부지 및 시설국방부청사였던 대통령 집무실로부터 미군시설인 출입 방호 부지는 100m 이내고요. 드래곤 힐랏지는 약 270m, 한미연합사는 4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는 아직 반환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만, 미군시설 속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도청으로부터는 훨씬 취약하다는게 정보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의 진단이었습니다.

◇정다운> 이번 도청논란은 그럼 이렇게 마무리 되는 건가요?

◆권영철> 이미 흐지부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앞서 말씀드렸지만 대통령실 공식 브리핑에서 언급조차 안됐고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TV홍카콜라에서 NCND로 끝날거다 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2023. 4. 19. TV홍카콜라 홍준표 대구시장
"CIA도청설이 어디 뭐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죠, 쟁점으로 삼아서 나중에 한 번 보세요, 결국 NCND로 끝날거예요."

그렇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흐지부지 끝난다면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계속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지난 4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맹국 감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실로 밝혀지면 정부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미국측의 해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주권국가 국민들의 자존감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그 성과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증폭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다운> 여기까지.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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