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과 관련, 첫 112신고부터 '남성 두 명이 여성 한 명을 폭행하고 납치했다'는 등 구체적인 범행 묘사가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늑장 보고' 논란이 다시 불거질 모양새지만, 앞서 경찰 스스로 시사했던 감찰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17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강남 납치·살인 사건 '112신고내역'을 살펴보면, 사건 목격자이자 신고자는 신고 당시부터 긴박했던 상황을 경찰에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신고자는 사건이 발생한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9분쯤 112긴급신고전화를 통해 범행 사실을 신고했다.
당시 신고자는 '남성 한 명이 여성을 때리고, 다른 한 명은 차에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피해 여성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도 알렸다.
이 상황을 목격한 신고자가 소리를 지르자 남성 한 명은 (피해 여성을) 끌고 도망갔고, 때리던 남성은 신고자에게 "신경쓰지 말고 가라"고 위협했다.
이어 신고자가 '(남성의 협박에) 가는 척을 하니까, 남성 두 명이 같이 차를 타고 떠난 것 같다, 잡아간 것 같다'고 알린 사실까지 '112 신고내역'에 정리돼 있었다.
범행이 벌어진 직후부터 황대한과 연지호가 피해 여성을 납치할 당시 정황이 경찰에 자세하게 전달된 것이다.
황진환 기자하지만 관할 경찰서의 지휘관인 백남익 수서경찰서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다음날 오전 7시 안팎에서야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 받았다.
심지어 조지호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관련 첫 보고를 받은 시점은 다음날 오전 11시 14분. 경찰청장은 당시 해외 출장중이었다.
조 차장에게 보고된 시점에는 이미 피해자가 살해돼 대전 대청댐 인근에 유기됐고, 피의자들은 차량을 갈아타 성남으로 도주한 이후다. 모든 범행이 끝나고 피의자들이 도주한 때다.
경찰은 지난 3일 '늑장 보고' 논란과 관련해 수사가 마무리될 때쯤 감찰이 진행될 것이란 것을 암시했다.
당시 국가수사본부장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보고가 늦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부분은 객관적으로 제3기관이나 부서에서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범행을 단행한 황씨와 연씨, 이경우, 범행 준비 단계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이모 씨 등을 검찰에 송치했고, 납치·살인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 유상원·황은희 부부를 구속하는 등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고 당일 내부 보고가 늦었던 원인에 대해 경찰은 아직도 구체적인 감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늑장보고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감찰이 필요한 사안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