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사가 한반도에 유입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경보 및 황사위기경보가 발령된 지난 12일 서울 도심이 짙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여 있다. 박종민 기자최근 우리나라에 유입된 황사로 전국 하늘이 뿌옇게 흐려진 가운데 중국 내에서 황사가 중국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13일 "한국이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모래 폭풍에 휩싸인 뒤, 언론에서 '중국이 발원지인 모래폭풍'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중국은 황사의 발원지가 중국의 외부이며, 단지 황사가 지나가는 통과역일 뿐"이라며 국내 매체의 '중국발' 표현을 비난했다.
중국의 발원지 불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전 중국 외교부에서는 한국에 영향을 준 황사가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다면서 발원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환구시보 캡처당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황사가 거쳐가는 곳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황사의 중국 발원에 선을 그었다.
중국에서 지적한 지점은 몽골 남부지역인 몽골고원·고비사막 부근이다. 중국국경과 인접해 있지만 몽골령의 사막에서 발생한다는 것.
즉.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발생이 중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중국 황사 발원지 많다…한국 영향 많이 주는 곳은 몽골과 붙어있어
중국 북부 지역에 넓게 걸친 황사 영향권. 중국기상대 캡처우선 중국 기상대에서 발표하는 날씨 예보와 대기 정보를 살펴보면 환구시보의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기상청은 지난 13일 베이징과 톈진을 비롯해 신장, 네이멍구, 간쑤, 칭하이, 허베이 등 북부지역에 황사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중국 기상 관측소에서는 지난 8일부터 7일 연속 황사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황사의 예상 경로를 안내한 지도. 중국기상대 캡처14일~15일 사이의 황사 분포 지도에서는 중국 서북부지역에서 동북지역까지 상당부분이 황사로 뒤덮일 것으로 바라봤다.
중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타클라마칸 사막(중국 서부지역에 위치한 사막)에서 발생해 편서풍으로 동쪽으로, 몽골·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생한 황사도 동남쪽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보였다.
실제로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는 중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보다 몽골과 중국 국경을 걸쳐 자리잡은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생한 황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황사 이동경로. 국립기상과학원 제공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2020 황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황사의 이동경로가 고비사막·내몽골(네이멍구자치구)에서 발원해 요동반도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케이스가 52%, 고비·내몽골에서 발원해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케이스가 17%, 고비·내몽골에서 발원해 남쪽 황토고원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케이스가 12%다.
그 뒤로 만주에서 발원해 요동반도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케이스가 18%, 중국 황토고원에서 발원해 한반도로 유입된 케이스는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황사 발원지의 상당수가 고비사막·네이멍구에서 발원했다.
고비·네이멍구 부근의 황사의 발원지가 몽골과 중국의 국경에 걸쳐 있어 모래 폭풍이 발생한다면 북서풍에 의해 베이징 등 중국 일부지역과 한반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중국방향에서 날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2020년 발간한 '황사감시기상탑을 활용한 발원지 특성 연구(Ⅲ)'에서도 "급속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중국 북부지역과 몽골의 사막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황사 발원지역이 확대되고 황사 발생의 빈도와 규모가 점점 커져가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몽골발?…한국오는 황사는 둘다 포함해야
우리나라 황사관측 매커니즘 모식도. 국립기상과학원 제공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황사는 중국발일까? 몽골발일까?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황사에 대한 매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사가 발원할때 모습은 마치 놀이터에서 바람이 회오리처럼 불어 먼지가 올라가는 모습과 비슷한데 모래가 많은 사막부근에서 저기압과 고기압 마찰부분인 기압경계서 강한 바람이 불어 먼지를 하늘로 올려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층부로 올라간 먼지들은 상층기류 제트(대기 이동)에 따라 이동을 하는데 여기서 우리나라에 고기압이 위치해 있다면 황사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황사가 몽골에서 발원하고 중국을 경유해 지나간다면 중국에서도 황사가 발원한 걸로 봐도 되지 않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그 이유는 모래 폭풍과 태풍의 차이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지표면부터 대류권 상층부까지 회오리 치면서 이동하는 태풍과 달리 모래 폭풍은 위성사진에 보이는 황사의 경로대로 이동하면서 활동하지 않는다. 한 곳에서 격렬한 바람을 일으키고 바로 소멸하기 때문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건조한 지표면에서 모래 폭풍이 일어나면 지표면의 모래를 하늘로 올려주는 역할만 진행하고 하루안에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래 폭풍의 이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황사로 누렇게 변한 베이징 하늘. 연합뉴스
즉 발원지는 한 지역으로 특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중국은 이러한 점으로 황사 발원지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듯하다. 우 통보관도 "네이멍구, 고비사막, 만주 부근 등 황사발원지는 나라 명칭이 아니라 지역 명칭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사의 원산지에 대해 구분을 해야한다면 정답은 두 곳 모두인 중국발+몽골발이 된다. 자오리젠 대변인의 말처럼 기상현상에는 국가의 구분이 없지만 그것이 황사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다는 의미와 연결되긴 어렵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 교수는 "(황사 원산지가)중국발이냐, 몽골발이냐는 구분하기가 모호할 수 있다. (기상현상에는)국경을 따지지 않는다"며 "황사의 중국발·몽골발 발언은 외교적 멘트일뿐 (황사 영향에서) '중국 영향이 제로'라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몽골 사막화 증가로 늘어난 황사…불편한 중국
연합뉴스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황사의 발원지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국내언론의 '중국발' 표현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숨겨진 배경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조교수는 "(황사 발원지 주장에 대해)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봤을때 모래 폭풍(황사)이 발생하면 베이징 등에서 심각한 황사 피해를 입기 때문에 사막화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21년 발표한 '중국 14차 5개년 (2021~2025) 임업 및 초원 보호발전 계획강요'에서 사막화 토지 관리 면적에 대한 목표를 1억 ㎡로 세웠고 '과학적인 사막 방지 추진 계획'이라는 항목에서 '사막화의 유형이 다른 지역에 그 유형에 맞는 사막화 방지 계획을 수립, 시범 구역을 설정하며, 토양이 유실돼 돌산이 된 카르스트지역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계획을 수립한다'고 명시했다.
몽골 그린벨트 조림지. 산림청 제공
중국의 산림 복원 노력처럼 몽골도 사막화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의 '몽골 그린벨트 사업결과 및 후속사업 계획'에 따르면 '한-몽 그린벨트 조성 사업'을 지난 2007년~2016년 진행해 3046평방미터의 조림실적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몽골의 사막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1990년 전 국토의 40% 수준이던 사막화가 2020년에는 76.9%까지 늘어났다.
구 조교수는 "몽골에서는 사막화가 (상당부분)진행됐는데 사막 면적이 넓어지면 모래 폭풍의 빈도가 올라갈 수 있다"며 "중국에서는 사막화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몽골령에서 일어난 황사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면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몽골 두 나라 모두 사막화 방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막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황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할까. 양 국가의 부족한 녹화 작업을 질책하기보단 실질적으로 사막화 방지 활동을 지지하고 더 가속화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