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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아닌 통신이라서?"…'심의 사각지대'서 활개친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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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가이드라인대로 모니터링 관리"
일부 플랫폼 통제 강해지자 갈아타기?
해외 업소서 더 자극적인 연출로 변질
자율 규제 한다지만 신고 없인 효과↓
심의 엄격한 방송법 아닌 '통신법' 적용
통합방송법 수정안에 방안 담길지 주목
방통위 "개인방송 영향력↑, 종합 검토"
시민사회 "범죄화된 시스템 중단·엄벌"

한국인 남성 유튜버가 태국 유흥업소 여성들과 음란 생방송을 하고 있는 장면 하단에 '채팅하려면 로그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누구든 접속만 하면 시청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녹화 영상 캡처한국인 남성 유튜버가 태국 유흥업소 여성들과 음란 생방송을 하고 있는 장면 하단에 '채팅하려면 로그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누구든 접속만 하면 시청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녹화 영상 캡처
한국 유튜버들의 태국 음란 방송 사태는 국내 인터넷방송계에서 불거졌던 선정성 논란의 '해외판'으로, 자율 규제에 기댄 느슨한 감시망으로 인해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튜브 '속수무책'…사각지대로 환승한 개인방송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태국 내 일부 한국 유튜버들의 음란 방송 논란에 대해 경찰과 현지 한국대사관 등 관계 당국의 긴급 조치가 이어졌지만, 정작 해당 플랫폼 사업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안 등에 관한 사전 질문에 대해 유튜브 측은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정적인 콘텐츠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시청자 신고 등을 통해 적절히 조치해 왔다"며 "문제가 발생한 개별 채널 등에 대해서만 별도 대책을 마련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운영돼 온 음란물 대응 시스템에 대한 원론적 답변일 뿐, 이번에 드러난 △모니터링을 피한 해외에서의 실시간 불법 음란 방송 △시청 연령제한 미설정 △후원계좌 노출을 통한 현금 수익화 등에 대한 새로운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유튜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불거진 논란을 인지하고는 있다"면서도 "홈페이지에 따로 주의 당부나 안내 공지를 하진 않았고, 생방송 중 후원계좌 노출 등에 대한 세부 규정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와 부당한 수익 통로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는 틈을 타 해외에서 음란 유튜버들이 활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제의 유튜버들이 과거 BJ(인터넷 방송인)로 활동해 온 또 다른 플랫폼인 아프리카TV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BJ들의 무분별한 선정적 방송으로 질타를 받아 온 아프리카TV는 자체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 적발 시 강제 송출 종료와 계정 영구정지 등을 적극 시행하는 한편, 송금을 유도하는 개인 계좌번호 노출도 엄격히 제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통제를 피하려는 일부 BJ들이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을 집중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논란이 된 유튜버들 중에는 아프리카TV에서 선정적인 방송 등으로 영구정지 등의 조치를 받은 인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사업자마다 규제가 다른데, 우리는 문제점이 있으면 청소년 시청제한을 임의로 걸거나 영정(영구정지) 시키고 있고 계좌번호도 정책적으로 노출 못하게 돼 있다"며 "다만 모니터링을 해도 음란성 기준을 따져봐야 해서 완벽히 걸러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업소서 '자극적' 변질…자율 규제 '무색'

 
연령 제한 설정을 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들의 자극적인 섬네일이 노출돼 있는 모습. 우측 상단에는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 돼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연령 제한 설정을 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들의 자극적인 섬네일이 노출돼 있는 모습. 우측 상단에는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 돼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이번 유튜버 논란은 한때 국내 인터넷방송계 화두였던 음란물의 해외 원정 사례로, 비교적 자극적 연출이 수월한 현지 유흥업소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질된 형태다.
 
과거 BJ들은 국내에서 야킹(야외 부킹), 야방(야외 방송)을 통해 유사 수법으로 물의를 일으켜 왔는데, 유튜버들이 더 나아가 해외 업소 여성들을 도구화하는 방송으로까지 악화한 것.
 
특히 이들은 영상물 게시(업로드)가 아닌 실시간 생중계를 해, 시청자들의 자발적 신고 없이는 즉각 적발·조치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여과 없는 방송이 가능했다.
 
더욱이 일부 유튜버는 로그인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방송한 뒤 영상물과 링크를 삭제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흔적을 지웠다.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노란딱지'로 불리는 시청 연령 제한은 스스로 설정을 안 하거나, 다수의 신고가 없으면 유명무실한 셈이다.
 
적발 후 계정 중지나 강제 탈퇴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다른 계정으로 얼마든지 채널을 재개설할 수 있어 연속성 있는 통제도 힘든 구조다. 성희롱 등 논란으로 방송 정지를 당한 유명 개인방송인들이 제재를 받은 뒤 복귀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시청자 최모(30대·직장인)씨는 "음란 유튜버가 방송하면서 '주의 받아도 이의신청 하면 (경고 표시가) 싹 사라진다', '법적으로 걸릴 것 없다'는 말을 자랑처럼 할 정도로 형식적인 규제만 있을 뿐"이라며 "19금 표시하면 일부 후원 기능도 작동이 안 되고 썸네일(대표사진) 노출도 못 하니까 아예 의도적으로 연령 제한 풀고 더 무리하게 방송을 하는 것 같아 자녀들이 볼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방송인데 '통신법' 적용, 심의 규정 강화 '하세월'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인터넷방송에 대한 적용 법률이 심의 규정이 엄격한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법은 사업자가 내부 심의기구를 두도록 해 사전·사후 심의의무를 부여하는가 하면, 시청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공적 책임'을 까다롭게 규정한다. 음란물 등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반면 인터넷방송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 통신판매업에 해당해 음란물 등에 대해 '자율적 규제' 외에 선제적이고 세밀한 심의를 받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이런 가운데 통신 관련 심의 대상 중 인터넷방송을 통한 음란물 유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이에 대한 세분화되고 강도 높은 규제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지난해 '통신심의 통계'를 보면, 인터넷방송을 통해 성 관련 사안(음란·성매매·디지털성범죄) 심의를 받은 건수가 10만 8천여 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43.5%)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무법지대에서 인터넷방송인들은 계좌나 후원 사이트로 돈을 버는 데 목적을 뒀고, 사업자들 역시 이들의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벌면서 규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일부 유튜버는 해외에서 국내 은행계좌 정보까지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수수료나 세금 납부를 피해 현금 챙기기를 시도, 불법 환전과 탈세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에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취지를 포함해 이른바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 마련이 추진돼 왔으나 여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정안을 통해 유튜브 등을 플랫폼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에 관한 논쟁 등으로 지지부진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2023년도 정부입법계획'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합미디어법 제정안을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으로, 내용은 '플랫폼, 콘텐츠 등 서비스별 특성에 따라 차등화된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미디어 국정과제에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마련과 플랫폼 기사‧동영상 배열에 대한 책임성·신뢰성 제고 방안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인터넷 음란 방송 실태에 대한 해법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인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의결 절차가 긴급한 사항에 신속 대응하기에 더딘 측면이 있어 이 단계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고, 사업자들은 수익만 신경쓰지 말고 자율 규제 역량을 강화해야 된다"며 "불법 수익을 환수할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촘촘한 방송법 심의 규정을 인터넷방송에도 확대 적용해야 되는데, 산업 위축 등을 이유로 사업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송법에 비해 정보통신법의 심의 규정이 느슨한 측면이 있다"며 "자율 규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을 인지하고 있고, 유튜브 등을 비롯한 OTT 등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 수익화 중단, 정확한 처벌 뒤따라야"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이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는 것은 물론, 성적 혐오감 조성과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소희 성폭력상담소장은 "동남아시아 국가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폭력 행위를 한 것으로 감지되는데, 방송으로 유포하면서 권력 관계에 의한 인격 모독까지 자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무리 형식적인 승낙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방송 내용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유사 성행위를 수단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장처럼 형성되는 시스템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음란 영상 관련해서는 무죄나 형량이 적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단순히 음란물 유포로만 볼 게 아니라, 영상물을 본 불특정 다수는 불쾌감이나 수치심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각 위법 행위별로 적용 가능한 혐의를 따져 정확하고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태국 현지 한국 유튜버들의 도를 넘은 음란 방송 실태를 단독 보도했다.

이후 사회적 논란이 확산하면서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격 훼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국가 간 갈등 우려와 불법 행위에 따른 피해에 관한 홈페이지 공지를 띄웠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유튜버들의 방송 내용이 불법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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