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협회·청년유니온·내가만드는복지국가·노후희망유니온 등이 결성한 연금유니온 관계자들이 3일 출범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국민연금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 연금특위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인, 프리랜서, 청년, 여성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시민단체 모임 '미래세대·일하는 시민의 연금유니온'(연금유니온)이 출범했다.
프리랜서협회·청년유니온·내가만드는복지국가·노후희망유니온 등 6개 단체는 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단체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노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연대체를 꾸렸다고 밝혔다.
김설 연금유니온 집행위원장(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저희는 지금 펼쳐지고 있는 연금개혁을 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새롭게 답하고자 한다. 연금유니온은
내부 노동시장에서 안정된 일자리가 아닌 울타리 밖에 있는 청년들, 여성들의 시선에서 연금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별 임금격차가 연금으로 이어지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노동자, 심각한 빈곤과 불안정한 노후소득 속에 고독사하는 노인 등을 구체적으로 호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 세대가 미래세대와 비슷한 연금급여를 받으면서도 보험료는 현격히 덜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급속한 노령화로 미래엔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의료비 지출도 커질 것"이라며
"자신이 낼 보험료와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인 국민연금에서만큼은 지금 세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병덕 연금유니온 공동대표(프리랜서협회 준비위원)는
프리랜서를 두고 "노동자의 역할을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규정했다. 보험료를 회사와 반반씩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사업주 부담금까지 포함한 9%의 보험료를 다 납부해야만 가입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재작년 기준 788만 명에 달하는 프리랜서 노동자의 총 소득은 123조 규모로, 이들을 국민연금에 의무가입시킬 경우 연 11조의 기금이 추가적립될 수 있다는 계산도 내놨다. 임 대표는 "매년 사업주에게 5조 5천억의 국민연금을 면제해 주는 지금의 시스템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노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일하는 시민, 그 누구도 불안하지 않은 노후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명에 그치는 등 매년 출생아는 20만 명대에 불과한 반면 노인은 해마다 50여만 명씩 늘어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연금 수급인구는 증가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생산인구는 감소하는 만큼 미래세대의 사회보장 부담비용은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이 50% 이하인 빈곤층도 43.2%나 된다. 연금유니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1%보다 3배 이상 높다"며
"아직 국민연금 수급자가 노인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수급액도 평균수령액인 58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급자가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의 기능을 다하게 하려면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란 '두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게 연금유니온의 입장이다.
특히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현 세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단계적으로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이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절반은 국가가 지원토록 해 노사 및 지역가입자·정부가 각각 1.5%씩을 담당하는 책임 분담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연금유니온이 생각하는 '재정안정화 1단계'다.
이후로는 '지속가능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2단계 개혁 추진이 필요하다고 봤다.
가령 2040년까지 부과방식이용률 수준인 15%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추후 재정부족분(分)은 수급개시연령 상향 등의 제도 개선으로 보완하자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물론 제시된 수치는 하나의 가정이다. 소득상한선 개혁과 인구구조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현 세대가 추가로 내야 할 몫을 설정하자는 취지다.
연금유니온 오건호 정책위원장(내가만드는국가 정책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오건호 연금유니온 정책위원장은 "지금 지역가입자 중 농업인은 대략 절반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 도시 지역가입자들만 본인이 (보험료) 전액을 납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험료 인상이 추진되면 도시에 사는 자영업자·프리랜서들은 따라오기가 어렵다고 본다. 국가가 도시지역 가입자들에게 고용주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추가인상되는 보험료 몫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다가 전체 연금체계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도시 지역 가입자가 내는 전체 보험료의 절반도 국가가 부담하는 쪽으로 한 단계 더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연금개혁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소득대체율은 현 40%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소득대체율 수준에서도 보험료율이 턱없이 부족한데, 명목소득대체율만 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다. 또 이로 인해
보장성 강화 혜택을 더 크게 누리는 계층은 연금 가입기간이 긴 고소득 노동자들이 될 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출산·군복무·실업크레딧 등 국민연금 가입 관련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연금약자'의 가입기간을 늘려 실질소득대체율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자는 게 연금유니온의 주장이다. 의무가입연령 상한선도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상향하자고 했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한 축인
기초연금은 앞으로 증가할 노인인구를 고려해 대상은 축소하고 급여는 올리는 '최저보장소득'으로의 전환을 제언했다. 오 위원장은 "제도 전환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 우선 윤석열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최대 50만 원까지 누진 차등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유니온은 궁극적으로
국민연금·퇴직연금·기초연금을 아우르는 다층적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오 위원장은 "연금개혁 논의에서 보통 '소득 평균' 등을 기준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대한민국에서 그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며 "우리 사회가 불평등 체제로 고착화되어 있다면
노후소득도 그 계층별 지위에 맞게 연금보장성을 설계해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