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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카지노'에 몸담은 최민식, 그가 베팅한 차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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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차무식 역 배우 최민식
선과 악 경계에 있는 인물 차무식 역으로 열연
25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으로 열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으로 열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 제공※ 스포일러 주의
 
'최민식'. 이름 석 자만으로도 믿음과 기대를 주는 배우, 그가 무려 25년 만에 영화가 아닌 드라마 그것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장대한 서사, 수많은 캐릭터 사이에서 최민식은 오히려 더 빛을 발했다. 16부에 이르기까지 중심을 잡으며 다른 캐릭터와 서사를 이끌었다. '배우 최민식'의 힘이었다.
 
굴곡 많은 삶을 견뎌낸 차무식에게 필리핀 카지노는 기회의 공간이자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공간이다. 그곳에서 차무식은 승승장구하며 권력을 누리지만 그의 말마따나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권세나 영화는 영원할 수 없음)이라고, 가장 차무식답게 강렬하게 떠난다.
 
최민식은 이른바 최후의 만찬 속, 가장 화려한 순간을 지난 붉은 꽃을 소품으로 마련하자고 감독과 스태프에게 제안했다. 마치 차무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최민식은 대사 한 줄, 장면 하나에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에게서 그가 '카지노'에 몸담게 된 사연과 어떻게 차무식을 쌓아올렸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유연하게, 열린 마음으로 만들어 간 '카지노'와 차무식


▷ 무려 25만에 출연한 드라마다. '카지노'에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강윤성 감독과 영화 '인턴' 리메이크작을 함께하기로 했다. 각색한 대본도 보고 미팅도 하고 '잘해봅시다'라고 했는데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접게 됐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도저히 억울해서 못 살겠더라.(웃음) 뭐 다른 거 없냐고, 다른 거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해서 강 감독이 건네준 게 '카지노'였다.
 
▷ 오랜만에 긴 호흡의 연기를 해보니 어땠나?
 
잘 좀 엮어서 이야기하면 한국형 드라마가 나올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본 이야기부터 시작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때부터 고생길이 시작됐다.(웃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차무식은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어떤 점을 염두에 뒀나?
 
백프로 나쁜 놈, 백프로 착한 놈은 없다고 본다. 좋은 면이 있으면 추접스러운 면도 있고, 천하의 나쁜 놈 같은데 괜찮은 놈도 있다. 정형화된 악인이 악행을 저지르고 스러져가는 것보다 평범한 한 남자가 그런 어린 시절을 살아오다가 저렇게 흘러서 저런 인생의 종말을 맞이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누아르란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뭔가 애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참 허무하구나, 진짜' 그런 거 말이다.

▷ 트리트먼트 때부터 역할에 관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들었다.
 
나뿐 아니라 손석구, 이동휘, 김홍파 등 많은 배우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야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내가 만약 '차무식은 이렇게 갈 거야' '이렇게 해서 이렇게 마무리 지을 거야' 등 하나의 틀에 몰아넣는다? 그것이 변하면 안 된다? 이래 버리면 큰일 난다. 유연해져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다. 그걸 무시할 수 없다. 서로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시너지를 내야 한다. 원하는 시퀀스를 만들어내야 하기에 어느 정도 틀은 잡고 있어도 열어놔야 우리가 처음 대본을 볼 때 생각했던 시퀀스보다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다들 자기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와서 처음에는 고시 공부하는 줄 알았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뭐 하는데, 너네? 대본 그만 봐!'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그래서 이번에 되게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강 감독에게 너무 고마웠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 같이 토론하면서 현장에서 바뀐 것도 많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어떤 점이 바뀌었나?
 
서태석을 연기한 허성태와 나의 큰 격투신이 있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의 원펀치에 악당들이 날아갔는데, 차무식이 원펀치를 아무리 해도 태석이 날아갈까? 버라이어티한 액션보다 갈등 구조에 집중하자고 했다. 태석이 무식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건 일종의 '자리싸움'이다. 샘이 나고 민 회장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무식이 있으니 인정받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나한테 왜 그러는데?'란 대사를 현장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허성태가 '난 네가 그냥 싫어'라고 말해서 그걸 듣고 깜짝 놀랐다.(웃음) 그냥 차무식이 있는 게 싫은 거다. 그럼 이유가 된다.
 

▷ 차무식의 젊은 시절을 CG의 도움을 받아 직접 연기했다.
 
과학기술의 힘이 아주 뛰어나다길래 한 번 도전해봤는데 다시 안 할 거다. 내 나이에 맞는 걸 하고 젊은 시절은 젊은 배우가 하게 하련다.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서사 구조를 갖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었다. 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부자연스러웠다. 보시는 분들은 오죽했겠나. 이번에 많이 알았을 거다. 과학기술이 다 좋은 건 아니다.(웃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으로 열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으로 열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 제공 

최민식에게는 '멜로'가 필요해

 
▷ 무식의 오른팔 양정팔(이동휘)이 매번 사고를 치는데도 매번 용서하는 그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나 역시도 처음 대본을 보면서 '내가 왜 정팔이를 이렇게?' '벌써 아웃돼도 아웃될 놈인데'라고 생각했다. 정팔이는 말 안 듣는 자식 혹은 막냇동생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 구조상 내가 정팔이를 도와주는 데 당위성을 부여하려면 또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또 사족이 길어지고 구질구질해진다. 그래서 그거였다. 인간관계 있어서 괜히 주는 거 없이 예쁜 놈이 있다. 괜히 챙겨주고 싶고. 동휘가 아주 개구쟁이처럼 능글능글하게 잘 해줬다. 진짜 정이 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마지막 회 결말이 많은 시청자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결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건 그전부터 강 감독에게 이야기했고, 감독도 수용했다. 무식이 살면 (시리즈를) 또 찍어야 한다. 내가 '감독, 나 좀 죽여줘. 고생스러워서 미치겠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다.(웃음) 장르적으로 무식이 머리가 아닌 다른 데 총을 맞으면 좀비처럼 살아나서 골프 라운딩을 한다든지 뒷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것보단 화끈하게 '화무십일홍'이라고 확 셔터를 내리기로 했다.
 
▷ 많은 후배와 함께한 현장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가 선배랍시고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없었다. 단적인 예로, 다들 밥벌이는 알아서 챙기는구나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친구들이었다. 석구를 비롯해서 동휘, 성태, 형사로 나온 친구들 할 거 없이 다 프로다. 자기 캐릭터뿐 아니라 자기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가 어떤 연결고리로 개연성을 갖고 만나지는지 다 고시 공부하듯이 해서 현장에 왔다.
 
영화 동호회로 만난 사람도 아니고, 출연료를 받고 좋은 작품을 찍기 위해 만난 사람들인데 그 이상 바랄 게 뭐가 있나. 너무 든든하고 좋았다. 내가 부딪히는 많은 캐릭터의 배우가 그때그때 나와 재즈 연주를 잘한 거다. 그런 면에서 진짜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동갑내기 배우도 세 명이나 됐다고 들었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을지도 궁금하다.
 
김홍파, 이혜영, 최홍일 그리고 나 포함해서 네 명이 동갑이었다. 이혜영과는 1999년 연극 '햄릿' 이후 이십몇 년 만에 만나 대사를 같이 하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같이 촬영 끝나고 밥 먹으면서 보는데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있었다. "다음에 우리 멜로하자" 그랬다.(웃음)
 
▷ 감독들이 다음 작품에서 배우 최민식을 끌어들이려면 멜로 장르를 하면 되는 건가?
 
좀 소문 좀 내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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