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얼룩말 세로가 삐졌다? 사실은 무서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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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가 삐쳤다'? 잘못된 의인화 자제해야
무리생활하던 종…사회적 관계 중요한데
대안 '생츄어리'? 오락이 아닌 보호 목적
동물원 유지한다면…보유 이유 명확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태규 (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수의사)

지난주 가장 화제의 인물을 꼽아라 하면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었어요. 바로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서 3시간 동안 도심을 활보한 얼룩말 세로. 세로가 그 주인공이죠. 어느 정도나 화제였냐면 지금 이 세로를 주인공으로 한 각종 패러디물이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해외 언론에서도 세로 스토리가 소개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냥 귀여운 얼룩말에 한나절 해프닝, 이렇게 넘기기엔 곱씹어 볼 점들이 있습니다. 얼룩말 세로와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살고 있는 그 환경 정말 괜찮은 걸까. 인간을 위해서 동물원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쳐도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 걸까, 세로를 보면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분 수의사이기도 하세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 지금부터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 대표님 안녕하세요.

◆ 최태규> 네, 안녕하세요. 최태규입니다.

◇ 김현정> 저는 처음에 저 세로의 탈출 장면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어요.


◆ 최태규> 네, 저도.

◇ 김현정> 그렇죠.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데 수의사님은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좀 다른 면도 확인하셨다. 이게 어떤 겁니까?

◆ 최태규> 기본적으로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르면서 전시하는 곳이고요. 가둔다는 의미가 경계가 무너졌을 때 언제라도 동물이 경계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고 동물원에서 동물이 우리 밖으로 나가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인데 이게 동물원 밖으로 완전히 밖에까지 벗어나서 대중과 직접 만난 사건이라서 그런 것 같고요. 얼룩말이랑 사람의 안전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니, 지금 알려진 탈출 이유는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그러니까 세로의 부모, 양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반항심이 강해졌다. 그래서 옆집에 사는 캥거루하고 싸우기도 하고 울타리를 부수기도 하고 그러다가 우리를 뚫고 탈출한 거다, 이런 스토리인데 사실은 들으면서 다들 웃으면서 재미있게 그 스토리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수의사님, 대표님 보시기에는 상당히 씁쓸한 얘기라고요?

◆ 최태규> 그렇죠. 동물원이든 동물을 기르는 어떤 곳에서든 동물이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관리자들이 관찰하고 포착하고 하는 것은 중요하고요. 그런데 이상 행동을 하는 것과 탈출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을 합니다.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 건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것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집니다.

◇ 김현정> 일단 그게 비상식적이라는 말씀이고 또 하나는 지금 캥거루랑 싸운 거, 그다음에 얘가 울타리 부순 행동한 거, 이것도 우리 보기에는 사실은 귀엽거든요. 그런데 그냥 귀여운 정도가 아닌 행동이라면서요.

◆ 최태규> 저는 그 귀여워하는 것이 동물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관점이라고 보는데요.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게 동물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인데 그것을 보고 귀여워하는 것은 사실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죠.

◇ 김현정> 세로가 괴로워서 하는 행동이에요? 캥거루랑 싸우고 막 우리 부수고 이런 게?

◆ 최태규> 어쨌든 뭔가 결핍이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은 이게 탈출하고 연결시킬 수는 없지만 어쨌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 말씀 듣고 보니까 진짜 그러네요. 뭔가 결핍이 있으니까 자꾸 머리로 뭔가를 이렇게 부딪히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또 옆집에 캥거루와 싸우기도 하고 얘가 지금 뭔가가 지금 불만이 있는 거거든요. 스트레스가 있다는 얘기인데 그럼 세로는 왜 탈출했다고 보시는 거예요?


◆ 최태규> 탈출한 이유는 명확하죠. 울타리가 부서졌기 때문에 탈출을 한 것이고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도 문 열어놓으면 나가잖아요. 이게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유를 찾아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거를 얼룩말의 스트레스나 복지 때문에 탈출을 했다고 보는 건 진단을 잘못했다고 보는 입장이고 울타리가 제대로 돼 있으면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나가지 못하겠죠. 그 안에서 잘못될 수는 있다 하더라도.

◇ 김현정> 정리하자면 얘가 캥거루랑 싸운다든지 평소에 우리를 이렇게 머리로 부수는 그거는 스트레스가 맞지만 이번에 탈출은 그냥 우리가 부서졌기 때문에 나간 거다, 그 말씀이세요.

◆ 최태규> 그렇죠.

◇ 김현정> 이해가 됐어요.

◆ 최태규> 그래서 조금 덧붙이자면 이게 동물한테 반항했다, 싸웠다, 심지어는 삐졌다. 데리고 와서 삐졌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이게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게 예컨대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하는 상황을 두고 삐졌다. 이렇게 표현을 하면 삐진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관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기사 제목도 그렇고 또 온라인상에서 사진이나 영상 퍼나르시는 분들도 삐쳤다는 표현, 반항한다는 표현 이런 거 많이 쓰고 계시는데 동물을 그렇게 의인화시켜서 표현하는 게 저 세로를 위해서 좋은 게 아니다. 그 말씀이시군요.

◆ 최태규> 그렇죠. 사실 야생동물인 얼룩말이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서 동물원처럼 사람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은 인위적으로 훈련을 통해서 사람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반항한다는 얘기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얘기죠.

◇ 김현정> 그렇게 봐야 되는 거군요. 동물원으로 어쨌든 돌아간 뒤에 지금은 먹이도 먹기 시작하고 또 동물원 측에서는 외로운 세로 위해서 올 연말쯤이나 내년쯤에 짝 찾아줄 거라는 발표도 하고 그랬어요. 그 정도면 외로운 세로를 위한, 스트레스 받는 세로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습니까?

◆ 최태규> 일단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탈출의 대안은 될 수 없고요. 그와 별개로 얼룩말이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데 그게 초원 얼룩말이라는 종이거든요. 세로가. 이 종의 사회적 구성이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가 않습니다. 야생에서 얼룩말 무리가 지속적으로 이합집산을 하고 모였다 흩어졌다를 계속하고 암수가 같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무리 안에 수컷만 이루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 김현정> 핵심은 무리군요. 핵심은 암수가 아니라.

◆ 최태규> 그렇죠. 무리의 구성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이 의도적으로 데려온 암컷이 기존의 수컷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실패할 수 있는데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때 두 마리가 사이가 좋지 않고 그러면 사이가 좋지 않은 얼룩말이 두 마리로 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책이 있어야 할 겁니다.

◇ 김현정> 조금 더 근원적인 얘기를 하는 분들이 사실 계세요. 무슨 얘기냐면 세로는 동물원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이번에 난생처음 울타리 없는 세상을 달려본 건데 그동안 얼마나 이 동물이 답답했겠는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인간의 교육을 위해서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는 것부터 다시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한마디로 동물원 없애고 그 동물들을 자연으로 원래 걔네들이 사는 곳으로 돌려보내자, 이런 주장,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태규> 동물의 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동물원이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는 보전이나 교육이나 연구 같은 것들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어떤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 같고요. 교육적인 역할만 하더라도 대중의 눈요기를 위해서 야생동물을 가둬넣는다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점점 많은 분들이 동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전이나 연구 같은 어려운 말도 굉장히 전문적이고 폐쇄적인 분야라 이게 얼마나 정당성을 갖는지 대중들이 판단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정당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동물원을 어떻게 없앨지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대표님은 그러니까 장기적으로는 동물원을 좀 줄이는 쪽으로 그래서 없애는 쪽으로 가자 쪽 의견이신 거군요.

◆ 최태규> 그렇죠. 일단 동물원 안에 동물들이 살고 있고 그들을 당장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다 죽이거나 하는 방식은 윤리적이지는 않으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또 정말로 어린아이들이 화면으로만 영상으로만 동물을 보는 것과 또 가서 이렇게 직접 동물을 살아있는 동물을 보면서 동물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더 생기는 거 이런 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동물원을 그냥 하는 유지하는 상황에서 동물들에게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건 어떻겠냐, 예를 들어 뭐라고 합니까? 생츄어리라고 그러나 해외에서. 뭔가 얘네들을 좀 풀어놓고 넓은 곳에서 키울 수 있는 이런 동물원은 안 되겠느냐라는 의견도 있거든요.


◆ 최태규> 그러니까 야생동물을 대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교육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예컨대 얼룩말이라고 치면 종마다 요구가 다를 텐데 초원을 달리고 풀을 뜯고 가족을 만들고 이런 복잡한 삶을 갖는 동물이다라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저는 어느 정도의 교육적 효과는 있을 것 같고요. 그렇지 않다면 말씀하신 생츄어리라는 것은 동물원과는 조금 다르게 어떤 교육이나 오락의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기관을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그게. 그러니까 뭔가 그걸 뭐라고 하나요. 사파리라고 그러나, 사파리. 사파리 형식 이런 식으로 동물들을 키우는, 동물들을 전시라고 해야 되나, 뭐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사파리 방식은 어때요?

◆ 최태규> 사파리라고 하는 말이 동물을 넓은 곳에 풀어놓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을 대체로 얘기는 하는데 사실은 한국에 있는 사파리, 한국에도 사파리가 있긴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제대로 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냥 동물을 보는 방식이 차를 타고 본다는 차이 정도만 있죠. 그래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같은 현실, 국토 좁은 곳에서 정말 그럴 듯한 사파리가 대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있는, 어쨌든 있는 동물들을 다 어디로 당장 보낼 수는 없는 거고 지금 있는 환경에서 조금 더 세로 같은 동물들한테 좀 좋은 환경을 주는 대안은 뭐가 가능할까요.

◆ 최태규> 저는 일단은 동물원이 종을 보유하는, 예컨대 얼룩말이라는 종을 보유한다면 그 종을 보유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될 것 같고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 세로의 예를 들어서 새로 암컷을 데리고 와서 또 번식을 한다든지 하는 방식 말고 얼룩말을 꼭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얼룩말이 많이 있고 훨씬 넓고 관리가 잘 되는 곳으로 보내서 종을 줄이는 것이 당장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린이대공원에 한 마리를 데리고 오느니 다른 동물원에 좀 얼룩말 많은 곳으로 이 아이를 보내주는 것도 방법이 된다.

◆ 최태규>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보내는 것이 그 무리에 합사하는 것도 유리할 것이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난주 가장 화제의 인물은 아니고 동물 세로 이야기, 오늘 함께 해봤습니다. 최태규 대표님 고맙습니다.

◆ 최태규>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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