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비수 꽂은 괴물" 서울대에 또 정순신 아들 비판 대자보[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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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3일 서울대에는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 폭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두번째로 붙었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22기 라고 밝힌 작성자는 "자기 미래를 위해 친형제 같은 친구 등에 비수를 꽂은 괴물"이라고 비판하면서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평생 후회하며 살아가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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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다시 붙었다. 이번이 두번째다.

23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작성자는 자신이 '민족사관고등학교 22기 경영대학생'이라고 밝혔다.

팩트가 맞다면 정순신 전 검사의 아들과 고등학교 동기다.

작성자는 "처음 너와 그 친구 사이의 문제가 밝혀졌을 때, 나는 이게 현실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를 괴롭히지는 않을 거라는 너에 대한 믿음과 이 작은 학교, 좁은 사회에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끔찍한 짓을 할 리 없다는 상식이 한꺼번에 부숴진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작성자는 이어 "너의 철없는 말과 철없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행동에 시달리던 불쌍한 친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버렸고, 사건이 일차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이 학교에서는 너로 인해 겪은 끔찍한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울부짖다 결국 학교를 떠나 다시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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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그렇게 한 명의 형제가 떠나가고, 학교에서는 너를 강제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할 때까지도 나는 너에 대한 믿음만큼은 잃지 않고 있었지만 너는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 년이 넘도록 학교와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고, 네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너 자신의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로 인해 피해 입은 친구가 학교를 떠난 그 순간, 내가 잃은 형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는 걸, 한때 내가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는 자기 미래를 위해 다른 형제의 등에 비수를 꽂는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작성자는 "너로 인해 두 형제를 잃은 불쌍한 죄인이 이렇게 바라건대, 부디 지금이라도 네가 행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쳐라. 부디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가라. 너로 인해 죄인이 된 우리가 이제껏 그래왔듯이, 너로 인해 절규했을 그 친구가 조금의 위로라도 얻을 수 있도록"이라고 끝을 맺었다.

정순신 전 검사의 아들은 2017년 민사고에 입학한 뒤 기숙사 같은 방을 썼던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오다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대법원까지 갔으나 패소했다. 때문에 전학 처분은 약 1년 뒤에나 이뤄졌고, 정씨의 아들은 2020년 서울대에 정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이같은 사실은 정순신 전 검사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알려졌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정 전 검사는 중도 낙마했다.

대자보 전문

  •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

    우리 모두가 학교를 떠난 뒤로 벌써 3년이 흘렀구나. 비록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된 졸업식은 하지 못했지만, 정든 학교를 떠나던 그 순간의 기억만큼은 아직도 두 눈에 선하다. 고등학교 3년이라는 청춘을 함께 울고 웃으며 동고동락했던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그날 그날따라 유독 먹구름으로 우중충하던 하늘에선 새하얀 눈이 가지 말라는 듯, 마치 발목이라도 잡으려는 듯 흩날려 소복이 쌓였더랬지.

    과연 그 눈을 보며 내가 떠올렸던 감정은 아직은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은 한 고등학생의 미련이었을까. 아니면 조금 더 열심히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졸업생의 뒤늦은 후회였을까.

    나는 지난 3년간 그 감정에 무어라 이름을 붙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왔었고, 고등학생으로써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더 숙고한 끝에 비로소 깨달았단다. 그날 내가 느꼈던 건 지나가버린 10대 시절에 대한 미련이니 의미없이 흘려보낸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후회 하는 가벼운 감정 따위가 아니었어. 그건 분명 학교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다시 만날 것임을 기약하며 함께 찍었던 졸업사진에서마저 얼굴을 볼 수 없는 두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형제가 그토록 고통받는 동안 뻔뻔하게 웃으며 학교를 다녔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었을 거야.

    한 학년이 16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기숙학교에서 우리는 함께 지내왔었지. 해도 뜨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날 때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까무룩 잠들 때까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던 그 시절의 우리는 학교 친구보다는 차라리 가족에 더 가까웠을 거야. 선생님들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 있는데, 혹시 기억나니?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니, 같은 스승을 둔 우리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마음의 형제라는 그 말씀. 나는 그 말씀이 정말로 인상 깊었었고 실제로도 너희를 형제로 여겨왔다. 난생 처음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게 됐지만 너희라는 소중한 형제들과 같이 있으니, 이겨내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었지.

    비록 내신 때문에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관계였지만 내게 너희는 소중한 친구였고, 맞서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었어. 그리고 너희가 내게 그런 존재였듯이, 너희끼리도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런데 적어도 너에게는 우리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나 봐.

    처음 너와 그 친구 사이의 문제가 밝혀졌을 때, 나는 이게 현실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어.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를 괴롭히지는 않을 거라는 너에 대한 믿음과 이 작은 학교, 좁은 사회에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끔찍한 짓을 할 리 없다는 상식이 한꺼번에 부숴진 순간이었다. 너의 철없는 말과 철없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행동에 시달리던 불쌍한 친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버렸고, 사건이 일차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이 학교에서는 너로 인해 겪은 끔찍한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울부짖다 결국 학교를 떠나 다시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지.
    그렇게 영영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상실감도 아주 컸지만,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형제만큼이나 소중한 친구가 그렇게나 괴로워하는데도 도와주기는커녕 알아 차리지조차 못한 나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렇게 한 명의 형제가 떠나가고, 학교에서는 너를 강제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할 때까지도 나는 너에 대한 믿음만큼은 잃지 않고 있었다. 죽어가는 형제를 돕지 못했던 내 마음이 이렇게 썩어 문드러질진대, 직접 패륜을 저지른 너의 마음 역시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 또한 가슴에 걸린 촛불에 대한 긍지가 있다면, 아니, 촛불의 맹세까지 갈 것도 없이 사람이라면 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불쌍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죄의식 정도는 있으리라 믿었다. 너무나도 순진하고 멍청한 생각이었지. 너는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 년이 넘도록 학교와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고, 네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너 자신의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어.

    너로 인해 고통받은 이에 대한 사과조차 너의 부정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하지 않았고 말이야. 그렇게 인간의 당연한 도리마저 저버리며 발버둥쳤음에도 결국 이번 일로 인해 학교를 떠나게 된 바로 그 순간까지도, 너는 잘못이 없으며 분명 오해가 있었을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이나 지껄였지. 너의 그 변명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알아차렸어. 너로 인해 피해 입은 친구가 학교를 떠난 그 순간, 내가 잃은 형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는 걸, 한때 내가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는 자기 미래를 위해 다른 형제의 등에 비수를 꽂는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걸 말이야.

    너로 인해 두 형제를 잃은 불쌍한 죄인이 이렇게 바라건대, 부디 지금이라도 네가 행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쳐라. 네가 그 친구에게 저지른 일은 너 스스로의 잘못만이 아니라, 죽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할 정도의 고통을 겪은 친구를 돕지 못한 우리들마저 침묵이라는 죄에 빠뜨린 천인공노할 일이었다. 너로 인해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왔을 불행한 이가 흘렸을 피눈물의 무게와 친구 하나조차 지옥 속에서 꺼내 주지 못한 수많은 슬픈 죄인들이 대속한 네 죄의 무게를 지금이라도 깨닫고 다시 짊어져라.

    사과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너로 인해 지금까지 아파했고, 앞으로도 평생을 아파할 그 아이에게서 너를 미워할 권리마저 빼앗는 건 너무한 일 아니겠니?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형제 하나조차 건지지 못한 이 죄인이 한때 형제라 생각했던 너에게 이렇게 빌건대, 부디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가라. 너로 인해 죄인이 된 우리가 이제껏 그래왔듯이, 너로 인해 절규했을 그 친구가 조금의 위로라도 얻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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