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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 종료' 역사 속으로…한미일 안보협력, 앞으로는?[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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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윤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GSOMIA 완전 정상화 선언"
국방부·외교부 "GSOMIA 종료 통보 철회 수순 밟을 것"
기능은 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TISA로 한미일 정보공유
해군 중심으로 한미연합군과 해상자위대 안보협력 늘어날 전망
전문가 "과거사 문제로 한일 안보협력 못 한 건 아니었다"
"반발 여론이 있어 ACSA 등으로 한 발 더 나가기는 힘들다" 의견도
해상자위대 초계기 위협비행 사건은 향후 해결할 과제로 남아
올해 국방예산에 SM-3 도입 실태조사 예산 반영
미일 노리는 미사일 요격용…IAMD 편입, 日 전범기업 무기 수입 논란도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며 "북한 핵·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서 2019년 8월 일본 각의(국무회의)의 수출규제 결정에 맞서 8월 22일 청와대가 종료를 결정하고, 11월 22일 종료 통보를 유예하기로 결정한 GSOMIA는 조만간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은 가속화되고, 다음 수순은 무엇이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신뢰관계에 치명적 오점을 남긴 2018년 초계기 위협비행 사건이라는 중대한 걸림돌 또한 여전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SOMIA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가 있었고, 그 과정을 철회해서 법적 형식의 정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진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지금도 기능상으로는 이미 작동하고 있고, 법적인 측면에서 그 이전으로 돌린다는 것이 정상화의 의미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바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적으로 정상화를 하기 위한 절차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외교부는 국방부의 절차가 먼저 끝난 다음에 이를 처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방부가 외교부에 GSOMIA 정상화를 위한 철회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에 따라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공한을 보낼 예정이다. 이로써 2019년 당시 청와대가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며 내민 카드를 우리 스스로 철회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한일간의 갈등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려고 했는데 미국이 개입한 이유는 다름아닌 한미일 안보협력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전력까지 연합체를 구성해 북한, 그리고 중국까지 견제하려는 그림이 이미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열린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지난 2월 22일 열린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GSOMIA 정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2월 22일 동해에서 열린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에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미사일 경보 정보를 일본과도 공유했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일본과 직접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미국을 매개로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을 매개로 3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따른 것으로, 바꿔 이야기하면 GSOMIA가 그전까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발사 초기 제원에 대한 탐지 능력은 한국이 월등하며, 동해로 멀리 갈수록 일본이 유리하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가 목표와 멀리 떨어질수록 일정 고도 이하의 목표를 탐지하지 못하며, 가까울수록 탐지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발표를 할 때 사실관계가 틀려 망신을 당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미국이 GSOMIA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2월 22일 미사일 방어 훈련에서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로 요격하는 절차를 훈련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미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에 합의했으니, 앞으로는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사일 방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훈련도 시행될 수 있는데 국제교류가 원래 잦은 해군이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올해 초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일 대잠전 훈련을 정례화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정세와 관계없이 실시해 왔던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도 당연히 해군의 영역이다.

지난해 9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일 대잠전 훈련. 해군 제공지난해 9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일 대잠전 훈련. 해군 제공
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는 "사실 한일 역사 문제가 쟁점이 됐던 2015년에는 이미 TISA가 체결된 상태였고, 2016년에 GSOMIA가 체결됐으며, 2017년과 18년 등에도 훈련이 계속됐으니, 보수진영의 '과거사 문제가 장애물이 돼서 한일 안보협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한일관계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는 등으로 발언한 부분은 자칫하면 역사 문제에 미국이 과도하게 개입해 한국 내 반미 여론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8년 12월부터 몇 차례 계속된 일본 해상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하나 남는다. 이는 어뢰와 대함미사일 등을 갖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해 공격 침로를 잡으며 근접 위협비행을 했는데, 일본 측에서 도리어 우리가 P-1 초계기에 STIR-180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해를 넘겨서도 반복되자 당시 합동참모본부 서욱 작전본부장(이후 국방부 장관 역임)은 2019년 1월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재발 방지를 요청했음에도 또 다시 이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미일 안보협력 측면에서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를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 사건이 취재진의 질문 내용 외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향후 불씨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무관한 사안이지만 향후 한일간 신뢰 관계 회복을 고려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향후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 사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도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는데, 다만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고도 함께 설명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은 "(한국군과 자위대가 서로 군수물자를 지원해줄 수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까지도 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GSOMIA조차도 반발 여론이 높기 때문에 하나 더 가기는 어렵고, 한미일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교류를 미국이 많이 바라고 있으니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비행 과정과 고도별 요격체계를 나타낸 그래픽. '중간단계 고고도요격체계'가 바로 SM-3를 의미한다. 박상건·이경행, '미국의 MD를 고려한 능력기반 다층방어체계 구축방안 연구' 논문 캡처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비행 과정과 고도별 요격체계를 나타낸 그래픽. '중간단계 고고도요격체계'가 바로 SM-3를 의미한다. 박상건·이경행, '미국의 MD를 고려한 능력기반 다층방어체계 구축방안 연구' 논문 캡처이와 관련해서는 우리 군의 무기체계 도입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국회는 올해 국방예산에 광개토(KDX)-Ⅲ 배치-Ⅱ(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SM-3 도입 관련 실태조사비 4400만원을 반영했다. 그런데 SM-3는 미사일을 종말단계가 아니라 중간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을 향하는 미사일 요격 능력을 우리도 갖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일본에는 전시 증원병력과 물자가 들어오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지만, 블록 2A는 미국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의 공동개발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가해 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SM-3가 도입된다면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 그것도 전범기업이 개발한 무기를 우리가 수입하게 됨은 물론, 명시적으로 선언하진 않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에 참여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당시 우리 정부가 중국에 설명한 '3불 원칙'을 깨게 돼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므로 쉽사리 실행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방위사업청은 일단 지난 13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종말단계 요격만 가능하되 대함, 대공 요격 능력도 갖춘 SM-6 도입을 먼저 결정했고, SM-3 도입은 향후의 연구와 정책결정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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