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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강조하더니…대기업 유통업체 대구 기여도 하락세[유통가 줌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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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몇 년 사이 대구는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등을 일컫는 유통가 지형이 급변했다. 대구CBS는 세 편에 걸쳐 지역 유통가 변화 추세를 분석하는 보도를 마련했다. 마지막 순서로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 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가 급감한 문제를 지적했다.

[유통가 줌인③]

▶ 글 싣는 순서
①대구 삼킨 신세계…백화점·마트에 아웃렛까지
②대구 주름 잡던 대백, 롯데·현대백화점 위기…극복 고심
③ESG 강조하더니…대기업 유통업체 대구 기여도 하락세

대구시는 대형유통기업의 지역 사회 기여를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상생협력 조례를 시행해왔다. 매년 대기업 유통업체의 지역 사회 기여도를 평가하고 회의를 개최해 더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해온 것.

대기업 유통업체가 들어서면 상권 확장, 쇼핑 환경 편리 등의 장점이 생기는 반면, 소상공인들이 그만큼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주차 대란, 도로 혼잡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대형유통기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지역 기여도 평가'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 취지와도 닿아 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대구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는 꾸준히 감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류연정 기자류연정 기자
대구시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가 장학금 등으로 지역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2018년 73억6600만원, 2019년 80억6100만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54억8400만원으로 급감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한 수준이다.

지역 업체 입점 수는 2019년 707개에서 지난해 396개로 거의 반토막 났다. 지역에서 용역과 인쇄를 발주하는 비율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지역 제품 매입 비율 역시 2018년 12.5%에서 지난해 10.2%까지 떨어졌다.

지역 금융 이용률도 급감했다. 대형유통업체가 지역 금융에 둔 정기예금은 2018년 1050억8천만원에서 지난해 713억원으로 약 1/4 줄었다. 같은 기간 예금 평균 잔액은 555억2천만원에서 71억8천만원으로 약 9분의 1 토막 났다.

대형유통업체가 소상공인 지원에 사용한 금액은 2019년 10억2300만원에서 지난해 10억9900만원으로 증가하지 않고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긍정적인 지표로는 피고용인들 중 지역민 고용 비율이 소폭 상승한 점 정도를 들 수 있다.

대구시 제공대구시 제공
대부분 업체들이 오프라인 영업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예전 만큼의 지역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경우 과거보다 매출이 크게 줄어든 만큼 사회 환원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 신세계는 나날이 성장 중인 것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2016년 말 오픈 이후 딱 한 번, 2021년 지역 기여도 평가에서 1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모두 현대백화점이 1위로 선정됐다. 신세계가 개점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데 비해서는 아쉬운 행보다.

다만 업체별 지역 기여도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특정 기업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기업의 영업 비밀과 관련이 깊은 부분이어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기여도 평가 실시 초기인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업별 현황을 공개했었지만 이후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대형유통업체가 반발하자 대구시가 전체 평균만 공개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기업별 지역 기여도 현황은 소비자의 알 권리에 해당하며, 소비자가 이에 따라 선호 업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대형유통업체는 지역 상생,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ESG경영 측면에서 지역 기여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대기업 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기여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연정 기자류연정 기자
대구시는 올해는 특히 대형마트가 지역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과 압박을 동시에 가할 계획이다. 지난달 특·광역시 최초로 대구는, 일요일이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바 있다. 시는 이로 인해 대형마트가 수혜를 본 만큼 지역 사회를 위한 상생 차원의 노력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26년 알파시티 내 복합쇼핑몰 오픈을 준비 중인 롯데 역시 지역 내 입지가 커지는 만큼 향후 지역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신세계 현지법인을 언급하며 롯데의 현지법인화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지방 발전을 위해 향후 대기업에 지역 기여도 확충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사이먼 역시 경산 지식산업지구 내에 아웃렛(아울렛) 유치에 성공할 경우 해당 지역인 경산은 물론이고 목표 소비자가 밀집해 있는 대구시에도 각별히 공을 들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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