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가 심각한 붕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공의(레지던트)의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약 78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로 수요는 늘고 있지만 대표적 '기피 과(科)'로 꼽히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흉부외과는 100시간을 넘겼다. 근본적 해법은 시설 확충이 아니라 '인력 수급'에 있는 만큼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수련 중도이탈로 인한 '전문의 만성 부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22 전공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1903명)의 주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전공의 절반 이상(52.0%·990명)은 한 달 간 평균 주 80시간을 넘겨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흉부외과가 주당 102.1시간으로 '최장' 근무시간을 기록했고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0시간) △안과(89.1시간) △인턴(87.8시간) △정형외과(86.8시간) △산부인과(84.7시간) 순으로 파악됐다.
하루 24시간을 꼬박 넘겨 연속근무한 날이 '1주일에 사흘 이상'이라고 답변한 전공의 비율도 16.2%나 됐다.
흉부외과는 이 항목에서도 압도적 1위(42.11%·19명 중 8명)를 차지했다. 이어 신경외과(29.03%·31명 중 9명), 인턴(26.90%·499명 중 133명), 비뇨의학과(26.09%·24명 중 6명), 외과(24.0%·50명 중 12명), 정형외과(23.08%·65명 중 15명) 등이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2022 전공의 실태조사'(2022.11.16~2022.12.14) 중 전공의 일주일간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일수. 신현영 의원실 제공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상 수련병원의 장은
전공의가 4주간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게 할 수 없다. 수련시간이 연속 36시간(응급상황 시 최대 40시간)을 넘기는 것 또한 금지하고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수련을 하게 될 경우,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16시간 이상 연속수련 후 법정 휴식시간(10시간)을 제공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전공의 '3명 중 1명' 이상(33.9%)은 '쉬지 못했다'고 답했다. 안과(69.6%)와 정형외과(66.2%), 흉부외과(63.2%), 신경외과(54.8%), 성형외과(54.2%), 외과(50.0%), 방사선종양학과(50.0%) 등 절반 이상이 온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과가 7개에 달했다.
전공의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 휴식시간 보장 여부. 대한전공의협의회·신현영 의원실 재구성. 신현영 의원실 제공현행 제도로는 전공의의 과부하를 막기 역부족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흉부외과와 외과 등 고난도 수술이 요구되는 필수의료 과목일수록 인력난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공의가 적다 보니 전체 전문의 풀(pool)은 더 줄어들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수련 중도포기자가 속출하는 악순환이다.
재작년 말 기준 필수의료 7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흉부외과·비뇨의학과·신경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50.2세'였다.
산부인과와 흉부외과는 30대 이하 전문의 비율이 12.78%, 12.73%에 불과했다. 이같은 '의사 고령화'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연합뉴스이에 신현영 의원은
최대 36시간(응급상황 시 40시간)으로 규정된 현재 전공의 연속수련 시간을 24시간(응급상황 시 30시간)으로 하향하는 내용을 담은 전공의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수련시간 상한제를 적용하는 공간도 '응급실'에서 '응급실 및 중환자실'로 확대했다.
신 의원은 "인력난으로 인해
외과계열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전공의들의 초과근무도 빈번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노동정책의 우선순위는 노동존중 사회의 사각지대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기관의 올바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간담회를 갖고 소아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올 1월 말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완점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오는 16일 중증·응급 소아의료체계를 포함한 지역사회 소아의료체계 개선 관련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간담회를 이어간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 신·구 조문 비교.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