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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단독]"차 주인에겐 쉿!"…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②[단독]경찰버스도 단 '가짜 매연필터'…2010년부터 전국 활개 ③CBS, '가짜 DPF필터' 의혹 보도… 환경당국, 긴급 '합동점검' 돌입 ④[단독]'가짜 의혹' DPF 제작사들…경찰, 보조금 '수백억 횡령' 혐의도 수사 중 ⑤[단독]단속 '제로'…'가짜 DPF' 제조사에 단속 맡긴 환경부 ⑥'가짜 DPF' 제작·보급 의혹 경찰 수사…환경부로 확대 ⑦"내용 안보고 결과만" 환경부 성과주의 가짜 필터 부추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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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짜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매연저감장치)' 생산 의혹을 받는 제조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환경당국의 과도한 성과주의가 가짜 필터 제작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필터 청소 많을수록 DPF장착 배정 늘려줘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의 DPF 제조사 역량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표는 '이행률'이다. 이 지표는 해당 제조사가 장착한 DPF 대비 필터 청소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차량 1만대에 DPF를 장착했다면 정부가 필터 청소 비용을 지원하는 3년간 이 업체는 3만회의 필터 청소를 할 수 있는데 실제 청소 횟수는 몇 차례인지 통계를 내는 것이다.
3년 이내 동안에는 95% 이상 달성해야 만점을 받고, 정부 지원이 끝나는 3년 이후에는 90% 이상 필터 청소를 해야 만점을 받는다. 환경부와 정부의 DPF 사업 정책 전반을 관리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이행률이 높은 제조사에게 더 많이 DPF장착을 배정했다. 즉 DPF 필터 청소를 많이할수록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였다.
DPF 장착 차량. 주영민 기자 환경부와 자동차환경협회는 가짜 DPF를 제조해 부착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A업체의 이행률 실적은 늘 최상위였다고 설명했다. 실적 위주로만 평가하다보니 필터 청소 횟수가 많을수록 업체 이익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DPF 장착 차량은 46만대(폐차 차량 제외)이고 이 가운데 A업체의 DPF를 장착한 차량은 8만대가량으로 시장 점유율 17.4%를 기록했다. 자동차환경협회에 가입한 DPF 제조사가 13곳인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점유율이다. 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 역시 "A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정확히 확인해줄 수 없지만 국내 최상위인 건 맞다"고 말했다.
실적 늘리려고 서류 조작 등 위법 행위도
A업체는 정부의 이행률 평가항목을 최상위로 받기 위해 DPF 필터 청소 이력을 조작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정부의 DPF 장착사업에 대한 불만이 없거나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차주를 중심으로 업체가 먼저 연락해 일부러 차주에게 필터 청소를 유도하기도 했다.
A업체의 내부 자료를 보면 짧으면 3개월 간격으로 필터 청소를 하거나, 실제 필터청소 시기와 협회에 신고한 시기가 7달 이상 차이나는 등 DPF 필터 실적을 늘리기 위해 자료를 조작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A업체 관계자도 "필터 청소를 맡은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필터 청소 실적이 낮으면 협회나 본사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돌았다"며 "실적을 높이기 위해 서류 조작 등의 불법 행위도 있었다"고 말했다.
A업체의 내부자료. 지난해 8월 15일 필터 청소를 했지만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지난해 5월 18일에 필터 청소한 것으로 신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정부가 필터 청소 간격을 11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어 제대로 신고하면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이 차량에 가짜 DPF필터로 알려진 이른바 'N필터'도 장착했다. 독자 제공'DPF 단속은 차주만 처벌' 제조사 위법은 단속 기준도 없어
앞서 CBS노컷뉴스는 국내 DPF 관련 단속 항목이 △매연 농도 측정을 통한 기준(10% 이내) 준수 여부 △장치 훼손·파손 여부 확인 및 성능 유지 여부 △자기진단장치 정상 작동 여부 등 주로 차량 주인들의 불법 행위와 필터 청소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DPF 장착 등 제조사의 불법은 단속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도 "'가짜 DPF'와 관련해서는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이고, 단속 방법도 없었던 것 같다"며 "아직 결과가 안 나와서, (어떻게 개선할지) 환경부의 지침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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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당국이 차량 매연저감사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너무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DPF 장착사업을 시행한 뒤 DPF 장착과 미세먼지 감소 등의 상관관계 등을 연구하는 등의 질적 평가가 빠지면서 업체들의 DPF 장착과 필터 청소 경쟁만 부추겼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DPF 제조사 역량평가 항목들은 이 정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매우 합리적인 지표들로 구성됐다"며 "객관적인 평가 지표로 문제가 없으며 A업체의 가짜 DPF 장착 의혹은 관련 법을 악용한 사례로 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A업체가 '가짜 DPF'를 생산해 2만대(폐차 차량 포함)가 넘는 차량에 장착한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와 동시에 인천남동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업체의 본사 사무실과 공장, 필터 청소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A업체는 필터 청소를 요청한 DPF 장착 차량에 '가짜 DPF'를 교환해 주는 수법으로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을 저해하고, 정부에는 정품 DPF를 장착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