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제동원과 강제북송에서 통치권적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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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소송판결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소송판결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일본과 과거사 정리에서 이처럼 통 큰(?) 결정을 누구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식민 지배 피해국인 대통령이 그곳이 어딘지 명료하게 헤아릴 수 없는 미래를 명분으로 과거를 제척하자고 선언했다.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해법은 보폭이 너무 커서 현기증이 몰려올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스트롱맨' 기질이 다분하다. 데카르트는 '인간은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인간에 머물지 못한다. 그는 '행동'해야만 하는 인간형이다. 그의 행동력은 '스트롱'하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이 아무리 행동한다고 국제사회에서 '스트롱맨'은 될 수 없다. 나라 사이즈가 그렇다. 일본은 단 일 인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가해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데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과거를 우리 스스로 청산하자고 선언했으니 어찌 어지럽지 않겠는가.
 
정부가 밝힌 미래란 무엇인가. 
 

윤 대통령은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며 한일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 한일관계를 풀고 싶은 필요성은 십분 이해한다. 이웃국가와 실용적으로 선린우호관계를 갖고 국익을 도모하는 원칙에도 동의한다.

대통령 안보실장은 강제동원 사건은 '고르디우스 매듭'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 매듭을 끊어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어떻게 끊어 내냐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그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더의 단칼도 피해자 동의나 국민 공감에 기반한 칼질이어야 하는데, '단칼'이라고 다 환호할 수 없는 배경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는 장기간 소송을 통해 얻어낸 법적 결론이었다. 그것도 최종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받은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사법적 권리였다. 대통령이 말하는 한일관계의 미래와 이 사건 피해자들이 권리 주장을 요구하는 배상 사이에는 너무나 험한 골짜기가 존재한다. 험한 골짜기에는 국민들의 무수한 감정이 녹아 있다. 대통령 일방적 단칼 같은 결단으로 한 번에 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강제동원 해법은 대통령의 통치권적 결정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시킨다. 다시 강조하지만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국내 최고법원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국가 미래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무력화 시킬 통치적 권한을 어디까지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피해국 대통령이 가해국 기업 책임을 면탈시키고 강제 종료시키는 것이 합당한 정책결정인지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자유와 인권,법치를 가장 많이 외쳐온 지도자다. 그러한 지도자가 개인의 청구권 자유를 포기시키는 상황은 아주 역설적이고 완력적이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왼쪽),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왼쪽),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강제북송 사건을 떠올려 보자. 정부는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하면서 살인을 저지른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등을 기소했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을 재판을 받을 권리와 귀순 의사 등을 무시하고 북한으로 강제로 돌려보낸 혐의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법치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가 반인륜적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두 사건은 대통령이 통치권적 결정을 할 때 원칙과 기준을 묻게 만든다. 강제동원 해법은 한일 관계 미래를 위해 피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 법치를 희생시켜도 괜찮은 문제인가. 반대로 강제북송은 어느 가치보다 북한 주민 개인의 자유와 인권, 법치를 중시했다. 그렇다면 통치권적 결정에서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사건은 국가 미래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법적 권한을 제한하고, 어떤 사건은 국가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앞세우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가.
 
지난해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지난해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수평을 잃은 저울은 쓸모가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돼선 안된다. '스트롱맨'은 흔히 기준과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인물로 인식될 때가 많다. 역사 인식을 고뇌에 찬 결단으로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윤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자에게 더욱 그렇다. 역사는 멋있는 알렉산더의 단칼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에서 미진한 부분을 앞으로 채워나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다 끝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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