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 윤준호 기자중국의 위세는 강력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난 1월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불참했던 중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총출동해 그야말로 무서운 바람을 몰고왔다. 압도적인 전시관 규모는 물론 다양한 신제품까지 대거 공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IT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홍보에 나선 건 단연 '화웨이'다.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9000㎡(약 2722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MWC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삼성전자 부스의 5배에 달한다. MWC 전시관은 총 7개인데, 그중 하나를 사실상 화웨이가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행사장에 입장하면 곧장 눈에 띄는 게 바로 화웨이 부스다.
화웨이에 따르면 MWC 개막 첫날인 28일(현지시간)에만 약 1만명의 관람객이 화웨이 부스를 방문했다. 단순 계산으로 나흘간 열리는 행사 기간 동안 4만명은 들를 거란 얘기다. 이번 MWC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 총 8만명 안팎의 인파가 몰릴 걸로 예상되는데,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의 절반은 화웨이를 방문한다는 셈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 윤준호 기자실제로 개막 첫날과 둘째날 연이틀 방문한 화웨이 부스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부스와 연결된 2층 회의실은 세계 각국 기업과 화웨이 측의 미팅으로 내내 가득찼다.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중국 언론은 물론 유럽과 북미 언론들도 화웨이의 대규모 부스에서 취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신제품 '메이트50' 시리즈를 포함해 폴더블폰 '메이트 Xs-2' 그리고 중저가의 '노바' 시리즈 등 3개의 스마트폰 라인업을 선보였다. 리 펑 화웨이 캐리어 비즈니스그룹 사장은 "5G 번영을 가속화하고 초광대역, 친환경, 지능형 세상을 향한 빠른 진전을 이루겠다"며 "5.5G로의 진화에 화웨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 마련된 아너 부스. 윤준호 기자
화웨이 자회사 '아너'는 삼성전자 바로 옆에 대규모 전시관을 보란듯이 꾸렸다. 아너는 MWC에서 폴더블폰 신제품 '매직Vs'를 공개했다. 세로 축을 중심으로 접는 형태인데, 후면 카메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 시리즈와 매우 흡사했다. 가격은 1599유로(약 223만원)로 갤럭시Z 폴드보다 40만원 정도 저렴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 마련된 오포 부스. 윤준호 기자'오포'는 이번 MWC에서 '파인드 N2 플립'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삼성 갤럭시Z 플립 시리즈와 유사한 조개껍데기 모양이다. 갤럭시Z 플립보다 더 큰 커버 스크린과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배터리 사용시간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가격은 1199유로(약 167만원)로 갤럭시Z 플립보다 10여만원 더 비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일종의 '프리미엄' 전략을 보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 마련된 샤오미 부스. 윤준호 기자샤오미는 독일 명품 카메라 업체 라이카와 협업으로 카메라 성능을 끌어올린 '샤오미13' 모델을 선보였다. 본래 가성비의 대명사였지만 이번 MWC에서는 오포처럼 프리미엄 전략을 갖고 왔다. 샤오미13의 일반 모델은 999유로(약 138만원), 프로 모델은 1299유로(약 181만원)로 전작인 샤오미12 가격의 2배에 달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과 로봇들도 다채롭게 선보였다. 전시장 인근과 지하철 역에도 샤오미13 광고를 도배하는 등 MWC에 특히 힘을 줬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MWC에 총출동한 건 유럽 시장이 갖는 중요도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삼성과 애플이 같은 기간 출하량이 20% 가까이 줄었지만 샤오미는 오히려 4% 성장했다. 스페인 현지 관계자는 "유럽 사람들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별다른 감정이 없다. 중국 제품이라도 값이 싸다면 당연히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