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옛 스승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과 재회에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19, 25-17, 28-26)으로 이겼다. 김연경은 이날 블로킹 1점과 서브 2점을 포함해 18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 45.45%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김연경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아본단자 신임 감독에게 V리그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그는 경기 후 "감독님의 첫 경기였는데,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승점 3을 따고 마무리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18일 입국해 흥국생명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2일 비자 발급 및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날 처음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1996년 이탈리아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또 라비타 바쿠(아제르바이잔),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차네티 베르가모(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클럽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과거 튀르키예 리그에서 아본단자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페네르바체에서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두 차례 리그 우승과 준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등을 함께 일궜다.
작전 타임 때 김연경과 대화를 나누는 아본단자 감독(사진 오른쪽). 한국배구연맹아본단자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평소 의욕이 넘치는 세리머니를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지낸 김연경은 "지도자로서 열정이 있으시고 표현도 많으신 편"이라며 "앞으로 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실 것 같다. 남은 경기가 더 기대가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경기가 안 풀릴 때는 화를 내냐는 질문에 "경기가 안 풀릴 때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에 흥국생명에서 재회한 아본단자 감독과 호흡에 대해서는 "훈련을 같이 한지 3일째다.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선수들도 잘 받아들이면서 훈련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연경은 "디테일한 부분을 강조하셔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더 집중해서 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 중 아본단자 감독의 지시를 전하는 통역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는 "배구 외적인 부분은 구단에서 잘 도와주고 있다. 통역에 대해서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나뿐이라 감독님이 요청하신 부분이 있다"면서 "작전을 내릴 때 빨리 전달하면서 감독님이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를 통해 1위를 굳게 지켰다. 23승 7패 승점 69를 기록, 2위 현대건설(승점 62)를 7점 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김연경은 마지막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어쨌든 우승 확정은 아니기 때문에 그전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면서 "앞으로도 남은 경기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가 현대건설전이기 때문에 그 전에 우승을 확정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