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고령층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시도 무임손실에 대한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전국 지자체와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고령층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역시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러 해법이 언급되는 만큼 지하철을 이용하는 부산시민 의견도 다양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붙은 무임승차 손실 논란 '초고령사회' 부산도 논의 본격화
14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 동안 부산도시철도의 한 해 평균 적자는 1271억원에 달했다. 특히 2021년 적자액 1948억원 가운데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는 1090억원으로 전체의 56%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의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로 알려졌다.
현재 고령층 무임승차에 의한 손실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와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서울과 대구 등 전국 5개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함께 지난 9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무임승차에 따른 도시철도 운영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구했다.
도시철도 운영 기관들은 "국가법령에 따라 고령자 운임을 무료화했지만, 손실은 오롯이 운영기관과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며 "도시철도 재정 악화 해소를 위해 안정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역시 고령층 무임승차가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 중 하나로 시행되는 만큼,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도시철도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수년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결국 대구와 대전 등 일부 지자체는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등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대표자 협의회와 무임승차 손실 정부 보전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5인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도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부산은 2021년 9월 이미 전국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의 20% 이상이 만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전체 인구 331만명 가운데 21.6%인 71만 5천여명이 고령 인구로,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연령층이다.
부산시는 서울과 대구 등 6개 지자체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공동으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국비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만큼, 예산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산시는 논란이 된 무임승차 연령 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이는 원가와 인건비 등 수송 비용 상승에 따른 것으로,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령층 무임승차는 법령으로 정해진 사항을 지자체가 비용을 충당해 이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일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다른 지자체들과 힘을 합쳐 정부를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운임 인상?' 도시철도 이용하는 부산시민들 반응도 다양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 운영기관 등이 입장과 해법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가운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당사자인 시민들도 각기 다른 목소리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혜 당사자인 고령층에서는 지자체 재정과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무임승차 연령 상향도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모(70대·남)씨는 "요즘은 의학 기술도 발달해서 건강 상태가 옛날보다 상당히 좋고, 65살이라고 해도 젊다"며 "적자가 워낙 크니까 연령 올리는 건 찬성하는데 한 번에 5살을 올리기보단 점진적으로 1~2살씩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임승차 연령을 앞둔 또 다른 이모(63·남)씨는 "나처럼 65세를 앞둔 사람들은 안 좋겠지만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나이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손실에 대해 지원해주는 것도 어차피 세금이니까 다음 세대들에게 부담이 많이 갈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령 상향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이용객은 고령층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쟁 자체가 반갑지 않다며 속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영자(72·여)씨는 "한 번에 70세로 연령을 올리면 불만이 많을 것 같다"며 "1년씩 점진적으로 올리거나 기초연금에 포함된 교통비를 늘리고, 지하철 요금을 무료가 아니라 50% 정도 내고 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주임(68·여)씨는 "최근 물가나 요금도 다 오르는데 수입 없는 노인들 지하철 몇 번 탄다고 우리를 이렇게 홀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과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부정적인 것 같아 요즘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부산시민들이 수영역에서 부산 도시철도 2호선을 이용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상대적으로 젊은 시민 사이에서도 고령층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 다소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이지훈(33·남)씨는 "원래부터 어르신 편의를 봐 드리는 건 맞지만 이 제도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나 생각했다"며 "지하철에 어르신이 너무 많으니까 자리도 없고 지하철이 너무 붐빈다"고 말했다.
반면 김지연(31·여)씨는 "어르신은 일정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무임승차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에서 큰 적자를 다 감당하기 어려우니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모(30대·남)씨도 "연령을 조금 상향시키더라도 제도를 유지하면서 적자를 줄이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해법과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노인단체는 연령 상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와 지하철운영기관이 경영개선 등 자구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우택 대안노인회 부산연합회장은 "지하철 운영 기관은 적자가 나는 이유로 항상 노인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대책은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공사 측이 먼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영 개선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인 사이에서도 65세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다"며 "무임승차 연령 상향 자체는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