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홈페이지 캡처·스마트 이미지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했다. 총 5단계에 걸쳐 이뤄진 주가조작 범행 중 2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범행이 포괄일죄로 인정되면서 2단계 범행부터 공소시효가 남게 됐다.
2단계 주가조작 범행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식을 매매한 정황이 있어, 이날 포괄일정 일부 인정 판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법원 "2010년 10월 21일 이후 범행부터 공소시효 남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모 씨에겐 징역 2년이 선고됐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대해서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총 5단계에 걸쳐 이뤄졌는데, 재판부는 1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2010.10.21~2012.12.7)의 범죄를 한 개의 범죄, 즉 포괄일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각각의 범죄를 포괄일죄가 아닌 개별 범죄로 판단했을 경우 3단계까지의 범행(2011년 10월 11일 범행 종료)은 공소시효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자본시장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021년 12월 3일 권오수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3단계 이후의 범행은 물론 앞서 1,2단계의 범행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포괄일죄를 주장해 왔다.
이어 이날 법원이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하면서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게 됐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이번 재판에서 포괄일죄 인정 여부가 주목받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때문이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하고, 또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 선수에 의해 활용된 시기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초까지 걸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법원이 2010년 10월 21일 이후부터의 범죄를 포괄일죄로 판단하면서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도 남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는 물론 혐의가 확인된다면 기소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1단계와 나머지 범행은) 이른바 주포의 변경으로 인 해 범행의 방식이나 범의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이모 씨가 주포로 활동한 1단계 및 2010년 10월 20일까지의 기간은 주포가 김 모 씨로 정해진 시점 이후와는 상이하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2010년 10월 21일부터는) 주포 김 씨가 모집한 전주와 계좌에 의한 시세조종이 5단계까지 간헐적으로나마 지속되고 있어 포괄일죄 관계"라며
"2010년 10월 21일부터 5단계 범행 종료 시까지는 포괄일죄이므로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라고 판결했다.
피고인 대부분 집행유예… 재판부 "실패한 시세조종"
다만 이날 재판에서 권 전 회장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주가 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 씨만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는데, 주가조작이 아닌 횡령·배임 혐의였다. 이 씨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면소,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권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간 주가조작 세력과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함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통정·가장매매를 통해 2000원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렸다. 통정매매란 대상 종목을 정한 뒤 시간과 거래량을 맞추는 수법이다.
이날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시세 차익을 보지 못한 실패한 작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전체 범행 기간 중 통정·가장매매, 시세조종 등이 수천 건에 이르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면서도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차익 면에서는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입거나 시장 질서에 상당한 정도의 교란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라며 "여타 유사한 규모의 시장 교란과 부당이득을 발생시킨 사안과 형사 처벌에서의 형평성을 본다면 피고인들의 이런 행위가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정도를 보면 실형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