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부터 BN.1까지…국내 휩쓴 코로나19 '변이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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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주 이후 '치명적' 델타, '최강 전파력' 오미크론 등으로 진화 거듭
오미크론 하위변이 난립…작년 대유행 이끈 BA.1·BA.2→BA.5→BN.1
'켄타우로스 변이'는 파괴력 약했는데…파생된 BN.1은 경쟁서 '승기'
시간 지날수록 면역회피·전파력↑…당국 "개량백신으로 기초접종 검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대에 진입한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늘어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대에 진입한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늘어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가 만으로 꼬박 3년을 넘겼다.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는 1단계 완화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엔데믹'(감염병의 토착화)으로 이행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비상사태'(PHEIC) 재연장을 결정했다.
 
끝날 듯하면서도 좀체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의 힘은 끊임없는 '변이'에 있다. 확산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기여한 백신과 치료제가 종지부를 찍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유래한 최초의 코로나19는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오미크론(ο) 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오미크론으로 넘어오면서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더 활발해지면서, 변이바이러스의 춘추전국시대가 연출되고 있다.

하위변이 경쟁서 이긴 BN.1…"초기유입량 따라 점유율 차이"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우세종은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N.1이다. 마찬가지로 오미크론 계열인 BA.5.2보다 검출률 증가속도가 44.7% 더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넷째 주 기준 BN.1의 국내감염 검출률은 50.4%로, 국내 유입 약 넉 달 만에 당국이 '우세종'의 기준으로 보는 50%를 넘어섰다. 해외유입 사례(검출률 35.3%)까지 합치면 48.9%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 여름 시작된 6차 유행과 초겨울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7차 유행을 이끈 BA.5 변이의 검출률은 18.2%까지 떨어졌다.
 
재밌는 건 BN.1이 이른바 '켄타우로스 변이'라 불렸던 BA.2.75에서 파생된 세부변이라는 점이다.

BA.2.75는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이름을 딴 별칭이 알려주듯 지난해 7월 중순 국내 감염자 발견 당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변이바이러스다. 체내에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가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10개 가까이 많고, 감염력과 면역회피 능력은 BA.5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당초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나며 BA.2.75가 기존 우세종인 BA.5를 밀어낼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BA.5가 점유율 1위인 상황이 오래 지속된 것이다. 당국의 변이분석 상 BA.2.75(켄타우로스 변이)는 지금도 국내에서 활동 중이지만, 검출률은 11%대에 불과하다.
 
BN.1 외 또다른 요주의 변이로 꼽혔던 XBB.1.5도 누적 검출 총 50건(국내 19건·해외유입 31건)에 그치고 있다. 미국에서의 급속한 확산세와 함께 오미크론용 개량 백신(2가 백신)의 효능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저조한 파괴력이다.
 
이처럼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난립하는 가운데 어떤 변이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점점 더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다. WHO는 작년 10월 기준 각국에서 보고된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300개 이상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변이가 유입 초기에 얼마나 양적으로 많이 들어왔느냐가 (점유율 경쟁에서) 아주 중요한 것 같다"며 "통상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어떤 특정한 바이러스나 세균의 초기 유입량에 따라 전체적인 유행범위가 바뀌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독한' 델타, '스쳐도 감염' 오미크론…국내 우세종 변이 5개  


사실 한국에서 우세종에 오른 변이는 딱 5개뿐이다.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원조 오미크론'이라 할 수 있는 BA.1→BA.2(스텔스 오미크론)→BA.5→BN.1 순이다.
 
가장 먼저 우세종이 된 델타는 앞서 백신 접종을 개시한 선진국들 사이에서 방역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에 유행했다. 2021년 4월 인도발(發) 감염자가 처음 확인됐고, 7월 3주차에 우세종으로 자리잡았다.
 
델타의 무서움은 치명률이 0.7%에 이르는 독성에 있었다. 인플루엔자(계절독감)의 7배 수준이다. 델타 감염자들은 발열·기침 등 통상 알려진 코로나19 증상 외 복통, 구토, 식욕·청력 상실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11월 성인 80%가 기초접종(2차 접종)을 마친 점을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하려던 정부는 델타의 확산세에 밀려 결국 거리두기를 다시 조여야 했다. 위중증 환자가 1천 명 안팎에 이르며 '병상 대란'이 벌어진 것도 이때다.  
 
정부는 3차접종(부스터샷)에 속도를 냈지만, 이내 오미크론이 찾아왔다. 2021년 12월 나이지리아발(發) 환자에서 시작된 초기 오미크론(BA.1)의 확산은 가팔랐다. 델타의 5배에 이르는 전염력으로 지난해 1월 셋째 주 단숨에 우세종이 됐다.
 
당시 당국의 역학조사를 통해 식당 종사자가 손님과 1~2분 남짓 '스치듯' 접촉했음에도 감염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BA.1은 작년 3월 말 우세종 바통을 넘겨받은 BA.2와 맞물려 오미크론 대유행을 이끌었다. 자연감염으로 항체를 얻은 국민은 대부분 이때 감염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5차 유행의 일일 확진자는 최대 62만여 명(2022년 3월 17일 기준)을 기록했다.

델타 대비 독성은 약해졌으나, 모수(母數)인 전체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중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BA.1과 BA.2의 '쌍끌이' 후에는 BA.5 유행이 이어졌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BA.5는 BA.2에 비해 전파력이 35% 이상 더 빠르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유행을 주도했지만 확진규모는 각각 최대 약 18만, 8만 정도로 크게 줄었다. 대규모 감염과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 검사자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

갈수록 면역회피·전파력↑…당국 "2가백신으로 기초접종 검토"

지난해 9월 인천공항 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PCR검사를 기다리는 내외국인 모습. 황진환 기자지난해 9월 인천공항 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PCR검사를 기다리는 내외국인 모습. 황진환 기자
같은 오미크론 계열이라 해도 초창기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배로 컸던 데엔 기존 감염규모가 작았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 유입 당시) 우리가 백신에 의한 면역은 확보를 했지만, 실제 감염으로 인한 면역을 확보한 인구 집단은 굉장히 적었다"며 "백신이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이가 일어났을 때 (백신에 대해) 중환자 발생 예방효과만 기대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도 있다"고 밝혔다.

변이바이러스의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우한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단가 백신은 오미크론 이후 감염 자체를 막는 능력이 거의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맞춤용으로 개발된 개량백신(2가 백신)의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당국은 지난 2일 향후 기초접종 자체를 2가 백신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가백신의 접종수요는 연말 기준 200여 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엄 교수는 "단가백신은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생산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2가 백신으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라면서도 "이 2가백신도 중환자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 등은 최장 6개월 이내로 보여진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좀 더 효과가 길게 가는 백신, 또는 감염예방 효과가 (변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범용 백신이 나오면 확실히 대응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실제 개발엔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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