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수도·가스 줄인상에…목욕탕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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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사우나 업주 "코로나 때도 안 올리던 입장료, 요금 인상에 1천 원 인상"
사회적 거리두기 누그러진 와중에 '요금 폭탄' 덮쳐…"폐업도 생각해"

전기·수도·가스 줄인상에 서울 시내 목욕탕들이 입장료를 인상했다. 양형욱 기자전기·수도·가스 줄인상에 서울 시내 목욕탕들이 입장료를 인상했다. 양형욱 기자
코로나19 집합금지 대상으로 한동안 시름에 잠겼던 목욕탕 사우나 업주들이 이번에는 가스요금·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공요금 줄인상에…"목욕탕 입장료 1천 원 인상"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암흑 같던 코로나 19시기를 버틴 목욕탕 업주들이 상수도 요금 뿐 아니라 전기, 수도, 가스요금 줄인상에 울상을 짓다 못해, 적자 폭을 못 이겨 폐업까지 고려할 지경이다.

일부 업주들은 당장 이날부터 목욕탕 입장료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서울 마포구의 한 사우나 업체 사장 A씨는 "코로나 때도 입장료를 인상하지 않았는데, 최근 공과금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1천 원 올렸다"며 "목욕탕은 박리다매 구조라 요금이 오르면 그만큼 손님이 떨어지지만,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해당 업체는 대인 9천 원, 경로·소인 7천 원이었던 목욕 요금을 각각 1천 원씩 올렸다. 종로구의 또 다른 사우나도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2월 1일부터 부득이하게 입장료 가격을 인상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가스비 인상 탓에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이해하는 손님도 있지만, 요금 인상 표를 보고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도 풀려) 손님들도 오는데, 왜 올렸느냐"며 항의하는 경우도 잦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종로구에서 21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박정숙(76) 씨는 공공요금 줄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상황이 어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400평 규모에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3천만 원"이라며 "여기에 가스비, 수도세가 오르니 늘 폐업을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예전엔 24시간 영업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 가스비, 전기요금 등 지출이 너무 커 일주일에 이틀만 정상 영업하고 나머지 날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자영업자들이 목욕탕·사우나 업주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등의 고비를 겨우 넘기니, 이번에는 요금 폭탄이 이들을 덮친 셈이다.

또 다른 목욕탕 업주 김모(60) 씨는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에 희망을 갖고 영업했는데 가스비,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버렸다"며 "체감상 요금이 두 배 정도 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월 고지서에는 210만 원이 찍혀있었지만, 지난달에는 520원이 찍혔다"고 했다.

이어 "최악이었던 코로나 시대에 주위 목욕탕이나 사우나가 한 50% 정도는 폐업했다"며 "우리도 3명이었던 세신사를 1명으로 줄이면서 버텼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목욕탕 업계 자체가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목욕탕 1천여 곳 폐업…전기·가스요금 인상도 치명타

연합뉴스연합뉴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 1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목욕탕·사우나·찜질방 등 목욕장업으로 등록한 업소 1만 7301곳 중 1069곳(6.2%)이 폐업했다. 특히 올해 들어 한달 동안 서울에서만 6곳의 목욕탕 등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휘청이던 목욕탕업을 넘어뜨린 결정타는 공공요금 인상이었다.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료를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다. 이는 1981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가스요금도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됐고, 음식점 등에 사용되는 영업용1 요금은 16.4%, 목욕탕 등에서 쓰는 영업용2 요금은 17.4%가 각각 인상됐다. '줄줄이 요금 인상'에 목욕장업계는 올 1월보다 2월 고지서 납부액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목욕탕·사우나 업종은 업계 특성상 손님이 많든 적든 늘 탕에는 따듯하게 덥힌 물을 채워둬야 한다. 이 때문에 전기·가스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이들 업종에는 치명타가 된다. 목욕탕 업주들은 코로나19 시기부터 영업시간을 줄이고 탕 개수를 줄여가며 버텼지만, 이제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가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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