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1천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재가하는 등 '난방비 폭탄'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고 있다. 사회배려계층 보호와 민생 경제를 항상 강조했던 윤 대통령으로서 빠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1천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재가했다. 이로써 기존 예산 8백억원에 1천억원을 더해, 1800억원이 난방비 지원에 긴급 투입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면서 "어려운 분들이 몰라서 가스비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가 철저히 안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당초 예비비 1천억원을 의결한 국무회의는 3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난방비 지원 문제가 시급한 만큼 하루 앞당겨 열리게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지원' 1천억원 예비비 지출안건을 재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전 8시30분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안건이 심의·의결됐고, 윤 대통령이 오후 1시반 쯤 재가했다"며 "유례없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국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신속히 내려진 재가"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약 118만 가구의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 2천원에서 30만4천원으로 두 배 인상하는 정부의 방침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액과 사회 배려대상자 요금할인폭을 두 배로 늘리는 내용의 난방비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도 최상목 경제수석이 직접 나서 오전 9시에 긴급 브리핑을 했다.
윤 대통령이 난방비 문제를 시급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비상경제민생회의'를 12차례나 주재할 만큼 일반 국민들과 사회 배려계층의 경제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런데 한겨울철 난방비 인상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지면서 일반 국민과 사회 배려계층이 직접 어려움을 맞딱뜨리게 됐다.
이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에서 감지됐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지난 25~27일(1월 4주차) 전국 18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7%로(매우 잘함 22.9%, 잘하는 편 14.2%), 전주보다 1.7%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1.0%p 올라 59.8%(매우 잘못함 49.9%, 잘못하는 편 9.9%)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측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설 연휴 이후 '난방비 폭탄'이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으며 용산과 정치권에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해법 마련에 분주했다"며 "국민 여론은 이번 '난방비 폭탄'이 안보 이슈(북 무인기 대응)나 내부 갈등(나경원 사퇴 과정)보다 대통령 평가에 더 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난방비 관련 민심이 심상치 않아 최대한 빠른 대응에 나섰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예비비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집행되고, 또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관계 부처에서 세세하게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