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지난 27일 다섯번째로 내놓은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시산(試算)'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추계 시산 결과 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 2055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왔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5년 전보다 고갈 시점이 2년 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4차 방정식
기금 고갈 문제가 도드라지게 부각된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최우선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기금으로 쌓은 돈이 바닥나는 시기를 늦추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는 2025년 연금개혁을 단행한다면 보험료율을 지금(9%)의 두배 가량인 17.86%로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그래야만 70년 뒤 한해 동안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만큼의 기금을 남겨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추계는 미래경제 상황 등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예상치이지만,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기초 데이터로 쓰인다.
재정안정성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기존 소득 대비 얼마를 받을 지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도 매우 민감한 쟁점이다. 더불어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지(수급 연령)는 노후 소득 공백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보험금을 납입해야 하는 의무가입 연령이 얼마가 될지도 결과적으로 총 납부액과 수급액에 영향을 준다.
용돈만도 못한 연금…더 받기는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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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용돈만도 못한 연금'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받는다. 연금 선진국보다 수십년 늦은 1988년이 돼서야 도입되다보니 가입기간이 짧은 게 원인이다.
지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액 비중)은 올해 42.5%이지만, 이는 40년을 가입했을 때에 주는 것이다.
현재 평균 가입기간은 18.7년이어서 실제 소득대체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가입기간이 10~19년 사이에 있는 가입자들의 수령액은 고작 39만5천원이었다.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로 조정된 이후 매년 0.5%로 낮아져 2028년에는 40%가 된다.
국회 연금개혁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에서는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과 소폭 올리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치열하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그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이 커지게 된다는 게 딜레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일정 부분 국가 예산 투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늦게 받으면 노후 소득공백은 어떻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연령도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63세인 수급연령은 2033년에는 65살로 연장된다.
민간 자문위 안에서는 33년 이후에도 지금처럼 5년마다 1년씩 늦추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수급연령이 미뤄지면 재정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은퇴 후 소득없이 보내야 하는 '보릿고개' 기간이 길어진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사실상의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용노동부가 55~64세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는데, 이는 현재 60세인 정년 이후 연금을 받기까지 5년간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년 연장으로 의무가입기간(현재 60세)이 늘어날 수도 있다.
본격적인 논의는 노사정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가 설치된 후 4월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계속 고용'이 가능해지더라도 저임금에 노동기간만 늘어나면서 장.노령층의 삶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고용률이 높아진다 해도 연금 수급연령을 늦추면, 소득 공백기간을 줄일수 없다는 맹점도 생긴다.
이번주 나올 민간자문위 초안 '주목'
연합뉴스국민연금 개혁안은 민간자문위의 초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혁특위에서 이르면 4월 안에 윤곽이 잡힌다. 민간자문위는 27~28일 토론을 벌였지만 의견이 갈려 초안 도출에 실패했다. 추가 논의를 거쳐 이번주 중에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보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내부 합의가 이뤄지면 단일안이 나올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복수안이 나올수도 있다.
연금개혁 특위 관계자는 "자문의 의견을 받아보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여론 수렴을 거쳐 특위 안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10월까지는 마련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연금개혁특위 개혁안을 뼈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연금 개혁은 국민 여론이 가장 큰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