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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임순례 감독이 피랍자 '교섭'에 나선 공무원 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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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 <상>
'교섭'의 시작, 그리고 '교섭'에 뛰어든 배우들에 관하여

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단체 입국한 한국인들이 탈레반의 인질이 되는 사상 최악의 피랍사건이 발생했다. 피랍사건 발생 직후, 탈레반은 아프간에 주둔한 한국군의 철군 및 인질들과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조건을 내건 성명을 발표한다.
 
전례 없는 사태 앞에서 외교부 정재호 실장(황정민)을 포함한 대응팀은 오직 살해시한 전에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만 가진 채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한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마지막 진짜 '교섭'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샘물교회 교인 아프간 피랍사건을 모티프로 하는 영화 '교섭'은 피랍된 인질들이 아닌, 그들을 구하러 아프간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영화는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분서주한 이들의 존재와 그들이 어떤 과정과 고민을 거쳐 교섭을 이뤄냈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임순례 감독은 자신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안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에게 '교섭'의 시작과 자신의 연출 철학 안에서 '교섭'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순례 감독이 '교섭'을 연출하게 된 이유


▷ 처음엔 영화 연출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고 들었다.
 
임순례 감독(이하 임) :
 거절한 건 소재를 둘러싼 논쟁의 유무가 아니라, 이건 분명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제작비에 상응하는 상업성과 대중성이 있는가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다. 이후 시나리오가 나오고 다른 측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동안 한국 영화, 특히 한국 상업 영화 혹은 대중 영화나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영화에서 소재라는 게 새로운 게 없었다. 그런데 '교섭'은 한국 영화에서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 그 새로운 이야기라는 건 무엇인가?
 
임 : 묵직한 주제이긴 하나 종교적인 신념이든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신념이든 과연 이런 신념이란 게 어디까지 유효한 이야기인지 질문할 수 있었다. 또 국가의 책임과 기능은 어디까지 작동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규칙을 어겼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을 한 국민이라도 그들의 생명을 국가로서는 방기하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어디까지 구할 수 있는 건가, 조금 묵직한 주제지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창조된 인물 카심(강기영)을 통해 유머러스한 부분도 넣을 수 있고, 상업적인 부분을 뽑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의 모티프가 된 소재가 '샘물교회 교인 아프간 피랍사건'이다. 물론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피랍자를 구출하기 위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분명 당시 여론이 분분했던 실화가 소재인 만큼 피랍을 어느 정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최대한 정재호와 박대식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썼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임 :
 아무리 영화는 피랍 사건과 관계없다고 이야기해도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아실 거다. 그런데 어차피 '교섭'은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 당시 보도보다 더할 수도 없고 더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당시에도 논쟁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만약 실화 부분이 더 중요한 비중을 갖고 들어오게 된다면 영화의 원래 취지보다는 논쟁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면 영화의 빛이 바래지는 건 불을 보듯이 빤하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그게 가장 근본적인 고민이었다. 그래서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는 미션 앞에 처하게 된 공무원들, 그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감독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었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교섭장 안에 들어서기까지

 
▷ 물론 영화 전체적으로 교섭 과정을 보여주지만, 진짜 제대로 된 교섭을 보여주는 건 후반부다. 후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역시도 긴장 등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임 : 
협상장 안에 들어서면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로 오히려 긴장감이 유지되는데, 사실 협상장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협상이 계속 틀어지니 관객 입장에서는 '또 안 돼?' '또 실패야?' 등 답답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지점마다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숙제를 항상 안고 갔다. 그래서 그 사이사이 인물 간의 대립이라든지, 아니면 카심을 활용한 유머, 굉장히 압도적인 풍광을 통해 리듬을 조정하려고 했다.
 
▷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등 액션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찍어왔는데 '교섭'은 액션 신이 많은 영화다. 과연 임순례 감독이 만든 액션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임 : 
'교섭'이 진짜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기획했다면 액션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거다. 나의 액션은 명분 있고 간접적이며 웬만하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액션이랄까?(웃음) 액션도 무조건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개연성 있고 명분이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실제로는 더 잔혹하다고 하지만, 탈레반이 굉장히 무자비한 집단이라고 해서 집단의 잔혹성을 보여주기엔 영화의 결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액션의 스타일은 어떤 식으로 잡아가고자 했는지도 궁금하다.
 
임 : 
예를 들어 내가 현빈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그동안 액션을 많이 했던 배우인 만큼 이색적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런 위주로 무술 감독님과 구성을 많이 했다. 나도 다른 액션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렇긴 한데, 오토바이 액션이나 차량 충돌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이전에 안 보여준 걸 보여주자는 측면에서 이야기했었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순례 감독이 본 황정민, 현빈 그리고 강기영이란 배우

 
▷ 황정민과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1년 만에 재회했다. 다시 만난 황정민은 어떤 점이 달라졌고, 또 어떤 점이 그대로였나?
 
임 : 
톱스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순수하고 원칙적인 부분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배우의 힘일 수도 있다. 크게 달라진 점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위치가 됐다는 점이다. 어떤 영화는 감독보다 배우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자기가 책임지는 정확한 지점에 대한 게 되게 명확하다. 최대한 책임지려고 하고, 그걸 굉장히 영리하게 표현해내는 테크닉이나, 에너지, 집중력이 있다. 황 배우도 벌써 오십이 넘었지만 아직 그런 에너지와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 황정민과 현빈의 케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실제로 두 배우의 어떤 케미를 기대하며 촬영에 들어갔었는지 궁금하다.
 
임 : 
두 배우가 사석에서 굉장히 친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배우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지만, 결이 다른 측면에서 사랑받고 있다. 영화에서 둘은 처음엔 대립하다가 나중에 어느 시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브로맨스까지 아니지만 신뢰하는 관계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서로 친하고 아끼고 신뢰하는 부분이 바탕이 되어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로 교감한 후 대사할 때 두 사람의 평소 관계가 있었기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표현된 게 아닌가 싶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영화를 통해 황정민과 현빈의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나?
 
임 : 
배우들에 대해서 조금 그런 욕심은 있는 것 같다. 늘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이미지보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편인 거 같다. 황정민 배우도 여태까지 맡았던 역 중 가장 가방끈이 긴 거 아닌가?(웃음) 현빈도 그동안 보아온 절제된 조형미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자기가 추구하는 세계관이 확실한 이미지를 끄집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떤 역을 맡겨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 영화에서 숨통을 트이는 역할로 카심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기능이 과도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이 부분에 관해 강기영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임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달랐지만 그동안 출연한 영화를 보면 주인공 친구로서 소비되는 코미디를 했다. 카심도 물론 코믹한 역할이지만, 전체의 밸런스를 깨지 않는 선에서의 코믹함과 진지함, 절박함도 같이 연결할 수 있었다. 또 강기영 배우가 그런 밸런스를 되게 잘 찾아줬다. 사실 강 배우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관객들이 잘 받아줄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우영우'가 잘 돼서 관객이 더 호감을 느끼는 시기적인 운도 있었던 거 같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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