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당권 경쟁 속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다. 당권을 둘러싼 전선이 정리되고, 주자들 사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4파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 전 의원 측은 24일 "25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이날 하루 종일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구체적 입장에 대해 함구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귀갓길에 출마 여부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결심은 섰고,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이미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 만큼 출마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이 설 명절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한 번도 탈당하지 않은 보수의 전사로서, 대통령을 잘 모시고 국정 수행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고 차기 재집권까지 초석을 깔 수 있는 그런 의미로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정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입장 발표 장소를 당의 중심인 당사로 택한 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날짜 선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고 명절 연휴까지 끝난 만큼 "더는 미룰 것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시간을 오래 끌 필요는 없으니,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회견을 하는 게 맞겠다는 취지"라며 "전날까진 당사도 쉬는 기간이고, 각 언론사의 일정도 있는 만큼 복잡한 게 끝나고 보자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민의 시간이 너무 길어져선 안 된다는 정무적 판단 외에도 다음달 2~3일로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이 다가오는 등 캠프 인선을 비롯한 실무 준비가 촉박하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
연합뉴스그간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을 강조하면서 당심에 호소하는 행보를 계속해왔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고, "해임 결정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란 발언은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서울 지역구(동작을) 인사로서 입지를 부각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찾았던 대구의 한 사찰에 방문하기도 했다. 설 연휴 기간엔 공식적인 행사에 나서진 않았지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 원로와 당 인사들을 만나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초선 의원들의 비판 성명이나 친윤계 인사들의 연이은 공세에도 이처럼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해온 나 전 의원이 결국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당권을 둘러싼 '친윤' 대 '비윤'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윤심(尹心)'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의원이 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 측의 날 선 반응은 받아낸 나 전 의원을 비롯해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둔 만큼 연대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진환 기자나 전 의원의 출마에 힘을 싣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안 의원은 연대설의 중심에 있다. 1차 투표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독려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전날 나 전 의원의 출마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제 개인의 이해타산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우리 당을 위해서라면 여러 사람이 출마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당 대표 선출이) 당원 100%로, 여론조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다 보니까 일반 국민이 우리 당 전당대회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컨벤션 효과도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연·포·탕'을 강조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면서도 나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남을 가지는 등 나 전 의원을 비롯해 안 의원 등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과의 사이에서 논의 사항이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는 한편 "대통령선거 행보를 계속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면 자신과 친숙한 사람들에게 빚을 갚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런 만큼 당원이나 당에 충성해온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안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비윤' 측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출마 가능성도 커진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나 전 의원이 윤핵관이라 불리는 친윤 주류와는 선을 그으면서도 윤 대통령에는 우호적인 까닭에 김 의원의 '친윤' 표를 나누고, '비윤' 표는 유 전 의원이 흡수한다는 계산이다. 4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선명한 정치적 포지션과 메시지를 가진 유 전 의원이 승부를 걸 만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