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2일 FC안양 데뷔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조규성을 격려하고 있는 최대호 안양시장 모습. 안양시청 제공"우리 팀에 그야말로 '거물'이 떴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죠. 처음부터 한 눈에 들어왔어요." 최대호(64·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장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깜짝 스타'로 등극한 조규성(24·전북현대) 선수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안양은 조규성의 프로무대 고향이다. FC안양 데뷔전부터 화려한 어시스트를 기록, 구단주인 최 시장에게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지금은 조 선수의 친정이라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다.
"안양 선수 시절이 자신의 인생 전환점이었다고 하더군요. 월드컵 스타로의 성장이 우리 FC안양에서 시작된 겁니다."
애초 조 선수는 중학생 때까지 또래에 비해 작은 체격으로 벤치 신세였다. 그러다 나고 자란 안산을 떠나 안양공고에 입학하면서 축구인생의 흐름이 뒤집혔다. FC안양의 유소년팀이 되면서 K리그 주니어에 참가하게 된 것.
이후 조 선수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대학 진학 후 수비에서 공격수로 전환, FC안양에 우선지명으로 최전방을 꿰차더니 K리그 1부로 옮긴 뒤로는 득점왕까지 올랐다. 급기야 한국 선수 최초의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로 유럽 명문구단들이 눈독 들이는 선수로 우뚝 섰다.
군 복무 중 김천상무에서는 안양 시절 달았던 등번호 9번으로 바꾸며 '안양 사랑'을 가슴에 되새기기도 했다.
조 선수가 지난달 금의환향 직후 안양시청을 깜짝 방문한 이유다.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초심과 안양시와의 남다른 인연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는 최 시장 모습. 안양시청 제공최 시장은 지난 3일 CBS노컷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군 입대 직전에도 FC안양 홈경기를 관람하러 올 정도로 심성이 곱고 의리 있는 선수"라며
"5년 지기 카톡 친구가 지역의 큰 자랑으로 성장해 돌아오니 가슴이 벅차다"고 조 선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규성 키워낸 '안양'…"이젠 그가 우리의 자랑"
조 선수가 FC안양에서 뛴 기간은 단 1년. 팀의 숙원인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놓쳐선 안 될 인재였지만, 보내줄 땐 오히려 '쿨'했다.
최 시장은
"이미 안양에서 주전 선수로 계속 뛰면서 경기력이 급격히 올라 있었다"며 "팀에서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고 전북현대로의 이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FC안양에 꼭 필요한 선수이긴 했지만 선수 개인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흔쾌히 마지막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단주이기 전에 축구 애호가로서의 결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사랑해서 헤어졌다"는 최 시장 입장에서는 조 선수의 월드컵 맹활약이 더 반갑고 감회가 깊다. 월드컵으로 선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안양지역의 자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둘이 시청에서 나눈 포옹 장면은 더욱 상징적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6일 안양시청을 찾은 조규성(왼쪽) 선수와 그를 반겨주고 있는 최대호 안양시장. 안양시청 제공최 시장은
"너무 반가워 와락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며
"잠재력을 알아주고 기회를 준 안양을 '애정한다'고 얘기하는 걸 보니 경기력만큼 인성도 훌륭한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FC안양도 재도약 원년, 구단 '자생력' 증진 박차
국가대표 에이스를 배출한 만큼,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FC안양도 조 선수처럼 한껏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최 시장의 구상이다.
그는
"시 승격 50주년을 넘어 100년까지도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시민구단을 통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FC안양을 도시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빅 스타가 된 조 선수와의 인연에 대해
"그래서 더 값진 보배이자 대들보"라는 게 최 시장의 판단이다. 제2, 제3의 조규성이 나와 구단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조규성 선수가 헤더로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최 시장은 구단 활성화를 위한 카드로 먼저 FC안양의 축구 전용구장 건립 계획을 꺼내 들었다. 40년 가까이 노후화된 기존 안양종합운동장을 벗어나 시민구단으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주변 지역경제에도 선순환 구조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비산동에 있는 인라인롤러경기장 부지에 축구 전용경기장을 비롯해 구단 클럽하우스와 부속체육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올해부터 투자심사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거쳐 이르면 오는 2027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이를 통해
"축구도시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경기장 주변 먹을거리를 비롯한 생활경제, 교통 인프라 등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100억 원가량의 사회적 편입이 추산된다"고 기대했다.
조규성 선수가 지난해 6월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 선수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또한 최 시장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사례를 들어 구단의 협동조합 설립 계획도 제시했다. 시민들에게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조합원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자생력 강한 '시민이 주인인 구단'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시와 FC안양은 올해 하반기 초기 조합원들을 모아 창립총회 개최와 설립인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최 시장은
"시민구단은 구단주인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라며
"성남FC 사태 여파로 지자체장이 재원 마련에 적극 나서는 것마저 어려워져, 구단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안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토대로 K리그1에 입성, 안양LG치타스에서 지역 연고를 버리고 떠난 FC서울을 홈구장으로 불러 설욕의 '1승'을 거두겠다는 게 최 시장의 최종 목표다.
그는
"조 선수와의 인연과 축구 기반 개선 등을 계기로 구단과 팀이 더 굳건해져 1부 리그를 장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며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의지를 다지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