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입학처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과생들이 문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침공'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대학 입학처장 간담회를 열고 "최근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둘러싸고 우려가 나타나고 있어 아쉽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서 입시에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시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 대교협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생 선택권 확대, 창의융합형 인재 교육이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 2년차를 맞았다. 수험생들은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은 물론 탐구영역에서도 계열 구분 없이 선택 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은 자연계열 학과에는 지원 조건으로 수학 영역의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 탐구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인문계열 학과에는 별다른 조건을 두지 않아 이과생들이 문과로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입학처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부총리는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과·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서만큼은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문·이과 구분이 오랜 시간 사용돼 오면서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점도 있지만, 실제 대입 전형에서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이 각기 달리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재 선발을 위해 어떤 방향의 개선 논의가 필요한지는 대학 현장에서 가장 깊게 고민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이 잘 연계되면서 상호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직접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부분을 다양하게 제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과침공' 방지 방안과 관련해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각 대학이 입시 전형 발표 때, 수학 영역의 가중치를 낮추거나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우에만 문과 응시기회를 주고,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은 문과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원천차단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년 수능의 난이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능 시험 채점 결과가 나온 뒤 대학들이 탐구영역에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는데, 과학탐구를 선택한 수험생이 문과에 지원하는 경우 차등점수를 주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수능 성적표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앞서 이 장관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교협 등과 협의해서 대학 입시 전형에 문과 학생들이 불리한 부분들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원인은 "결국은 난이도 조절 문제 때문"이라며 "수능의 난이도 조절은 항상 중요한 국가 과제니까 저희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가나다 순) 등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높은 12개 대학 입학처장들과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