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대통령실이 6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반박 입장을 밝히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해석의 방향은 한 곳이었다. 100% 당원 투표로 대표를 선출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당심을 얻고 있는 나 부위원장을 꿇어 앉히기 위해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나 부위원장이 5일 간담회에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이 직접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와 정책을 협의해 왔던 만큼 '아이디어 차원'에서라도 정부 측과 아무 정보도 공유 안 했을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 입장에 대놓고 이랬다 저랬다 사실관계를 따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위원장으로서 의지와 아이디어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어디까지 얘기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은 "출산과 연계해 과감하게 (대출)원금도 일부 탕감할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정책이 결정됐다'는 차원에서 발언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아이디어 검토 수준에서 관련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브리핑에 잘 나서지 않는 안 수석이 나와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오죽하면 안 수석의 브리핑 뒤 기자들의 이어진 질문도 '사회수석이 왜 이런 브리핑을 하냐','전당대회와 무관한 것인가' 등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통령실 메시지에 대한 해석은 분명했다. 나 부위원장에 대한 선호 여부와 상관 없을 정도로 당내에 "원하는 바가 클리어하게 전달됐다(국민의힘 당직자)". 수도권의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막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는 처음 본다"고 했다. 소속 의원은 "나 부위원장은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더 큰 일을 하겠다며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었을 텐데,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마침 대통령실의 입장이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며 나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다음 나온 것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이 맡긴 자리를 '겸직'하면서 당대표를 도전한다는 말을 해왔는데, 맡겨진 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출마를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통해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정치 문법을 뛰어 넘는 대통령실의 거침 없는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전당대회 룰 변경을 통해 민심에서 1등을 달리던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제거했는데, 이번에는 당심에서 1등인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이면 선거 개입"이라고 했고, 소속 의원은 "탄압하는 대통령실 이미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유 전 의원과 나 부위원장은 권력에 탄압 받는다는 정치적 서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