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부산역 선상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이용객들. 김혜민 기자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선상 주차장에 차량과 역사를 오가는 보행자가 뒤엉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가 하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 주차장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등 주차장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선상 주차장. 빈자리를 찾는 승용차 앞으로 한 열차 이용객이 대형 가방을 들고 부산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차량 옆으로 아이 손을 잡고 열차를 타러 가는 이용객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선상 주차장 한쪽에 역사로 향하는 보행로가 설치돼 있지만, 화단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데다 급격히 폭이 좁아지거나 동선도 불편해 이를 이용하는 시민보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시민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선상주차장 내 마련된 보행로. 김혜민 기자주차장 내부에는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지만,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흡연을 제지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관리 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부산역 선상 주차장을 방문했다는 A(30대·여)씨는 "차가 오는 곳인데도 사람들이 급히 뛰거나 주차장을 가로질러 위험해 보였다"며 "주차장 진입로부터 주차된 차량 뒤편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여러 명 봤다"고 전했다.
부산역 청소관리원 B(60대·여)씨는 "통행로가 따로 있다는 걸 모르는 이용객들이 종종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있다"며 "주차하고 나오면서 담배도 많이 피운다. 금연 구역이라고 안내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역 선상 주차장 금연구역 앞에서 흡연하는 모습. 송호재 기자문제가 된 곳은 코레일이 부산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 조성한 50면 규모의 선상 주차장이다. 열차 타는 곳과 거리가 가까운 1층 주차 공간이다 보니 차를 가지고 온 방문객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주차장을 관리하는 인력은 단 한 명뿐이고, 오후 8시 이후에는 아예 관리자가 없는 상황이다. 별도로 주차나 보행로를 안내하는 인력도 없었다. 연간 이용객이 1700만 명에 달하는 부산의 '관문'에 있는 주차장이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이용객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동구 부산역 선상주차장을 가로질러 뛰는 이용객 모습. 김혜민 기자
코레일 측은 애초 주차장을 조성하기 전에는 해당 공간이 별도의 통행로가 없는 '광장'이었고, 곳곳이 흡연구역으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을 조성한 뒤에는 특별 흡연 단속 구간으로 지정하며 관리하고 있지만, 일부 흡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부산역 광장에 흡연 부스를 두 군데나 설치했지만 해당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등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벌금을 부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계도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객 안전에 대해서는 "통행로가 이미 조성되어 있고 안내 표시도 만들었지만, 이용객들이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는 게 편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아직은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단계"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