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그저 비를 막는 소모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물건이더라고요."인천 계양구청 6층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장난 우산과 양산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작업장이 있다.
차모(61)씨는 2016년부터 7년째 우산 수리를 맡은 작업장 터줏대감이다. 2년 전에 합류한 김모(59)씨는 차씨의 옆자리를 지키며 손발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망가진 우산을 들고 작업장을 찾는 손님을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한다.
부러진 우산살(뼈대) 등을 분해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다 보면 파손 정도에 따라 짧게는 20분 이내, 길게는 1시간가량의 수리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두 사람을 거쳐 간 우산만 모두 합쳐 1만여개가 넘는다.
차씨는 "처음에는 누가 굳이 우산을 고치러 올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작업장으로 들어오는 우산과 양산에는 저마다 사연들이 담겨 있다.
한 중년 여성은 수년 전 어머니의 유품이라며 고장난 양산을 들고 직접 작업장을 찾았다. 차씨는 "반드시 고쳐서 소장하고 싶다"는 의뢰인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줬다.
아들이 첫 직장을 잡고 사준 선물을 잃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지키고 싶던 아이의 고민도 수리를 거치며 말끔히 사라졌다.
차씨는 "우산이 망가져서 언짢았던 기분을 털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손님들을 볼 때면 덩달아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도 "부품을 재활용해서 쓰다 보니 수리를 해도 색감 같은 디테일이 아쉬울 때도 있다"면서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힘내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구청이 주관하는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우산 수리공이 됐다.
집에서 가전제품을 수리해본 경험이 전부였던 차씨는 다른 지역 우산 수리센터에서 2주간 파견 교육을 받으며 우산살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기본 원리를 배웠다.
일이 익숙해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으나, 이제는 우산 상태를 한눈에 판단해 곧바로 작업에 들어갈 만큼 숙련공이 됐다. 나중에 들어온 김씨에게도 노하우를 전수해 두 사람이 함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우산을 고칠 때마다 마주하는 손님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은 하루에 50~60개씩 수리 의뢰가 들어올 때도 있어 가장 열정을 쏟는 시기라고 한다.
차씨와 김씨는 16일 "심각하게 파손된 우산도 따로 기증을 받아 주요 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고장난 우산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