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상한제' 원가 줄이고 절전 캠페인까지…비상대책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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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SMP 상한제 실시…'적자 늪' 한전 구하기 총력전
공공시설 소등시간 앞당겨…에너지 위기 맞서 소비 절감 캠페인
민간 발전업계 반발 및 원자재 가격 급등세 등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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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전격 도입하는 동시에 절전 캠페인을 병행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일각에선 공급 측면에서 민간 발전사들에게 손실을 떠넘기고, 시민들에게 수요 절감을 촉구하는 데 그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SMP 상한제를 실시했다. 한전은 전력 도매시장에서 자회사 및 민간발전사 등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한 후, 산업용 또는 일반용 전기로 소매 시장에서 일정 가격에 판매한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다시 말해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도매 전기의 가격이 치솟더라도, 도매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 올릴 수 없는 셈이다. 올해 누적 적자가 약 3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은 원가 절감으로 이익을 얻지만, 전력 도매시장에서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들 입장에선 그만큼 손실이다.
 
통상 소매 가격은 도매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일정 수익을 거두면서 회사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전력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전력시장 개입 정도는 제각각이다. 미국처럼 전력사업이 일부 민영화된 국가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전기요금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통제되고 있다.
 
정부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직전 3개월 간 평균 SMP가 최근 10년 동안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 간 SMP에 상한을 둔다. 업계에 따르면 SMP 상한제를 적용하면 도매 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약 160원 안팎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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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가 지난 9월에는 233.42원, 10월엔 251.65원 등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한전은 30~40%(약 90원)정도 원가를 절감하게 된다. 반대로 도매 시장에서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들은 그게 상응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MP 상한제 지속으로 민간 발전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어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고, 1년 후 조항은 일몰(종료)된다. 또 발전기 용량 100킬로와트(㎾) 미만 발전소는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소규모 회사들을 위한 보호 조치도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업계 등 민간 발전사들은 강력 반발 중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은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MP 상한제가 에너지산업 체계를 붕괴시킬 뿐더러 재산권 제한에 따른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SMP 상한제 정책 강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실상 정부도 동절기 3개월 정도 SMP 상한제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민간 발전사들의 피해가 너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시장 개입으로 왜곡시키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도 "임시방편 대책이라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기 국면이 고조되자, 정부는 수요 측면에서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석탄과 석유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원유와 가스, 석탄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122억 달러) 대비 약 33억 달러 늘어난 1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 사용량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만으로도 비용이 27.1%나 증가한 셈이다.
 
겨울철을 맞아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에너지 다이어트 10' 등 절약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일단 이번 달부터 남산타워와 롯데월드 타워 등도 경관조명 소등시간을 앞당긴다. 남산타워와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은 밤 11시까지, 신세계·롯데백화점은 밤 10시30분, 롯데월드타워는 밤 10시에 조명을 끄기로 했다.
 
경제 단체들은 '기업의 에너지 10% 절감' 운동과 함께 에너지 캐시백 지급 등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날 천영길 에너지실장 주재로 '민관 합동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 3차 회의에서 동절기 대비 계획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SMP 상한제는 전력시장을 자유화하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절약 캠페인 또한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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