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軍 구조 바꿔야 산다"…'아미 타이거'의 일침[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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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기동화', '지능화', '네트워크화' 필두로 한 육군 '아미 타이거' 미래전투체계
미 육군의 기존 '공지전투' 대체한 '다영역작전'…우리는 '다영역 동시통합작전'
편제는 미 육군 '여단전투단'서 모티브 따왔지만, 사단 규모 적용도 검토
문제는 '그게 과연 적절한가?'…인구절벽은 물론, 지휘통제 문제도 겹쳐
지능화와 네트워크화 위해선 첨단 과학기술뿐 아니라 '싸우는 사람' 가장 중요

김형준 기자김형준 기자
"우리는 이제 싸우는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50년 전의 군 구조를 가지고는 미래(전쟁)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23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AI 과학기술강군'을 주제로 열린 8회 육군력 포럼에서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 아미 타이거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양상은 계속 변하는데, 기존의 군 구조에 단순히 첨단기술을 결합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육군은 몇 해 전부터 미래를 위한 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Army TIGER)'를 통한 군사혁신(RMA)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6월 창설된 아미 타이거 여단전투단은 물론, 차후 이를 사단급 규모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초저출생이라는 상황과 함께 미래전의 형태를 감안할 때 현재보다 더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며, 여기에 함께 부대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미군 채택한 '다영역작전'…'다영역 동시통합작전' 채택한 '아미 타이거'

'아미 타이거'의 '아미(Army)'는 육군을 의미한다. '타이거(TIGER)'는 '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onology' 즉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래 육군 부대다.

육군이 이런 혁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초저출생으로 직접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는 병력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준이 되는 시점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출생률과 밀접히 연관된 '상수'로, 바꿀 수 없다.

육군 제공육군 제공
더욱이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미군은 20세기까지는 '공지전투(Air-Land Battle)'라는 작전개념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는 구 소련식 교리인 작전기동군(OMG), 즉 강력한 화력을 통해 적 전선에 돌파구를 마련한 뒤 이를 뚫고 들어가 진격로를 마련하는 군대를 상대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진격해 온 적 부대를 상대하면서, 동시에 육군과 공군이 합동으로 적 후방에 있는 주력부대에 강력한 힘으로 공격을 가해 격파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 등 미국의 가상적들이 반(反)접근·지역거부(A2/AD)라는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공지전투도 문제에 직면했다. A2/AD란 간단히 말해 미사일 등을 통해 강력한 전력을 지닌 미군이 아예 공격하러 오지도 못하도록 막는다는 개념이다. 미 육군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전자전이라는 여러 '영역'을 동시적으로 활용한다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을 채택했고, 관련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전에는 지상에서의 전투는 육군이 맡았고 바다와 공중에서의 전투는 해공군이 각각 맡았다. 다영역작전에서는 이러한 '영역'을 특정 군에 한정짓지 않는다. 그 대신 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어떤 전력으로 상대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결정한다. 예를 들어 육군은 지상에서의 위협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바다에서의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군함을 노릴 수 있는 정밀유도 미사일 등을 장비할 필요가 있다.

해군과 공군 또한 '지상'은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두되고 있는 '우주'와 '사이버' 등의 영역을 전투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적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찰·통신위성을 해공군이 자신들의 미사일로 직접 파괴하거나, 아니면 전자전 공격을 통해 위성 자체는 멀쩡히 동작하더라도 이 정보를 받는 관제소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전쟁의 양상은 계속 변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좋은 사례다.

우리 군은 전시에 미군과 연합작전을 해야 하는 만큼 미군의 작전개념 등을 대부분 수용해 비슷하게 적용했다. 육군은 현재 '다영역 동시통합작전'이라는 이름의 작전개념을 채택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얼개는 다영역작전과 비슷하다.

육군 제공육군 제공
문제는 이 교리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 마련됐느냐다. 다영역작전은 각 '영역'을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원활한 통신이 필수적이다. 어떤 전력을 활용해서 공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므로 인공지능(AI)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사람이 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에는 드론을 보낼 수 있지만, 이 드론을 조종하고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통신이 끊기면 매우 곤란하다.

'아미 타이거'는 여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장갑차 등을 통해 기동성을 높이고 AI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아미 타이거 기반전투체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성하는 '드론봇', 마지막으로 개인전투장비를 개선해 각 전투원의 효율성과 생존성을 강화한 '워리어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시범여단전투단 출범, 각종 전투실험 예정…사단급 확대도 검토?

육군 제공육군 제공
육군은 이를 위해 전투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전투실험을 거쳐, 올해 6월 25보병사단 70보병여단을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으로 선포했다.

이 시범여단전투단은 최신 기술들을 직접적으로 적용해 차륜형장갑차와 소형전술차량으로 빠르게 이동(기동화)하며 AI 기반 초지능 의사결정체계가 상황판단과 결심을 지원(지능화)하고, 모든 전투체계가 서로 연결된(네트워크화) 상태에서 싸우는 방법을 실험할 예정이다.

육군본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2027년까지 5~7개 여단을, 2035년까지는 40여개 여단을, 2040년까지는 모든 여단을 아미 타이거 여단으로 개편하겠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는 2000년대 미 육군이 만들어낸 여단전투단(BCT)를 기초로 했는데, 만들 때의 목적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BCT는 탈냉전 시대 더 이상 전면전이 벌어질 일은 없겠다는 가정하에 구성됐다. 전면전 대신 분쟁지역 안정화를 위해 빠르게 파병되면서도 독자적인 지휘통제, 전투를 할 수 있는 '여단'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부대다. 보병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는 3개 보병대대와 함께 1개 공병대대와 정찰대대, 포병대대, 근무지원대대가 1개 BCT를 구성한다. 기존의 '사단'은 사실상 지휘부 역할만을 수행한다.

미군이 연구하고 있는 미래 경사단 편제. 3개 BCT와 전차대대, 포병여단, 항공여단, 사단지원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Battle Order 제공미군이 연구하고 있는 미래 경사단 편제. 3개 BCT와 전차대대, 포병여단, 항공여단, 사단지원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Battle Order 제공
그런데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합병 사건이 벌어지면서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군은 중국과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A2/AD를 돌파하기 위해 다영역작전이라는 개념을 채택하면서 BCT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미래 전장에서 이기려면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모두 활용해야 하는데 여단 규모 병력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미 육군은 각 영역을 활용해 제대로 싸우려면 사단급 규모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BCT를 기반으로 하되 2028~30년까지는 다영역작전에 적합한 형태로 다시 사단을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목적에 따라 '돌파사단', '중사단', '경사단', '합동강제진입사단' 등으로 성격을 나누고 부대 편성도 달리해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군은 여기에 착안해 일단 BCT와 비슷한 규모의 아미 타이거 여단을 출범시켰으되, 앞으로는 사단급 모델로도 전투실험을 할 예정이며 작전계획도 개편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만약 사단급 모델의 효과가 인정된다면, 2040년쯤에는 아미 타이거 '사단'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 앞엔 '인구절벽' 기다린다…통신, 네트워크, AI 문제는 어떻게 해결?

     그런데 문제가 있다. 미군과 달리 우리에겐 아주 심각한 수준의 인구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바꿀 수 없어서 더 문제다.

지난해 감사원이 예측한 2039년 병역의무자는 15만 1000명으로, 그 때까지 육군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직업군인인 장교와 부사관을 감안해도 육해공군 전체 병력 숫자가 3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우리 육군은 2개 작전사령부, 8개 군단, 35개 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2040년이 가까워지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감축이 불가피하다. 육군본부 또한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2034~38년 사이 육군 병력은 21만 5천명에서 17만 4천명 사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맞물려, '사단'이라는 편제 자체가 미래전 상황에 맞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
북한은 남한보다 더 험준한 산이 지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미연합군의 폭격을 버티기 위해 산을 파서 만든 갱도는 물론 지하화된 시설도 많다. 때문에 사단처럼 큰 규모의 제대가 뭉쳐 다니게 되면 자연스레 표적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 전문가는 "아미 타이거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이는 모든 것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초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잘게 쪼개진 상태에서도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개념이기에 부대 단위도 작아져야 한다"며 "사단 규모로 북한의 지하시설 등에서 전투를 하게 되면 지휘통제가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 임무형 지휘체계가 가능하도록 중간 제대를 없애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단은 아예 폐지하고 작전사-군단-여단으로 이어질 수 있게 지휘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행 아미 타이거 여단전투단 체제는 유지하면서, 그 위에 지금처럼 여러 제대를 두는 복잡한 지휘통제 방식이 아니라 여단이라는 단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단을 둘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효율성은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그 사례 중 하나인데, 우크라이나 육군엔 군단과 사단 편제가 없고 여단이 각 지역을 담당하는 작전사령부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는다. 이는 미군의 여단전투단 편제를 중심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고, 동시에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에 대처하려면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여단에는 다영역을 활용할 수 있는 전자전 부대와 같은 제대도 함께 편성돼 이른바 '비대칭성'을 발휘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캡처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한편으로, 아미 타이거 체계의 핵심은 기동화와 지능화 그리고 네트워크화다. 기동화는 장갑차 등을 도입함으로써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능화와 네트워크화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나올 첨단 과학기술까지 모조리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할 인원도 지금부터 양성해야 한다.

군 내부에선 현재 일선 부대에 배치된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조차 그다지 원활하지 않은데, 2027년까지 5~7개 여단이 아니라 1개 여단이라도 제대로 초연결 네트워크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대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예를 들어 드론을 이리저리 굴리고 부서뜨리기도 하면서 작전개념을 연구하고, 통신체계는 어떤 한계점이 있으며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에선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 등을 정립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군에 제대로 적용되지도 않은 AI는 인력 양성까지 해야 하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미군은 사단 중심 편제 개편 등 다영역작전의 본격 적용을 앞두고 국방부 지시로 2020년부터 AI와 무인체계를 각종 훈련과 병과학교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싸우는 주체는 사람인데, 싸우는 방법을 모르면서 최신 체계를 도입하면 무용지물이란 얘기다.

인프라의 문제도 있다. 국방대 설인효 교수는 육군력 포럼에서 "AI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축적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잘 기획된 데이터 아키텍처도 필요하고, 정보망이 사이버·전자전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체계는 현재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할 전망으로, 미래에 대비해 확장과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육군교육사령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2023~33년 AI 종합발전계획을 작성해 무기와 전력지원체계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전력소요 창출 기준을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또 군사용 AI 연구개발과 운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연구하겠다고 설명하면서 "향후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AI 적용을 위한 개념연구와 소요창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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