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관계'를 맺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생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가맹점, 가맹지사, 가맹총판 등 프랜차이즈 사업상 '을' 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소상공인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도 갖고 있지 않지만, 본사의 행보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CBS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최근 불거진 중·고교 참고서 출판사 좋은책신사고의 가맹총판 일방 계약 해지 사태를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① 가맹지사 이어 총판도 줄줄이 계약 해지…좋은책신사고 또 논란 ② '불법 창고임대업 의혹' 좋은책신사고…불법 유통시설 신축 논란 (계속) |
경기 김포시 양촌읍 '김포 양촌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좋은책신사고㈜의 자회사 신사고하이테크 사업장 전경. 주영민 기자최근 가맹지사에 이어 도매상인 총판과도 부당 계약 해지 논란이 제기된 국내 중·고교 참고서 전문 출판사인 좋은책신사고㈜(이하 신사고)가 자회사 인쇄공장을 통해 불법 창고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공장은 최근 불법 유통시설을 증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최근 총판과 줄계약 해지 이후 영업이익을 독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시, 신사고하이테크 '불법 창고임대업' 영업 조사 중
25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김포시는 최근 신사고의 자회사 '신사고하이테크' 인쇄공장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불법 창고임대업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다.
신사고하이테크는 신사고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김포 양촌일반산업단지 내 사업장을 두고 있다. 신사고가 출판하는 각종 청소년 참고서의 필름 제작과 인쇄를 담당하는 인쇄공장이 주요 시설이다.
문제는 이 산업단지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직접법)이 정한 공장과 부대시설만 지을 수 있는데 신사고하이테크가 이 부지에 물류창고 등 물류 시설을 몰래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면적 1만412㎡ 규모의 이 공장 부지 내에서 물류 시설의 비중은 전체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물류 담당 직원도 10여명을 고용했으며, 이른바 '창고자동화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산업직접법은 공장의 부대시설 범위를 사무실과 경비실, 창고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창고는 제조업을 위한 지원 시설로 물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 등을 보관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즉 인쇄공장인 신사고하이테크의 부대시설은 용지, 잉크 등을 보관하는 곳이어야 한다. 신사고하이테크가 생산한 각종 참고서 등 서적들을 보관하는 창고는 물류·유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비제조업 서비스분야인 '물류창고업' 시설에 해당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해당 제보를 접수한 뒤 회사 측에 자료를 요구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 신사고아카데미 제1공장 내 창고 자동화 이동시스템. 포장된 물류를 차량으로 자동으로 적재할 수 있게 고안된 설비로 주로 물류보관창고 등에서 사용한다. 독자 제공.좋은책신사고, 불법 창고영업 인지…처벌 수준도 검토
본사인 신사고 측도 이같은 위법을 알고 있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신사고 내부자료를 보면 신사고는 2020년 3~4월 신사고하이테크의 부대시설이 물류창고업 시설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신사고하이테크는 2011~2017년 문서파쇄 전문업체, 2012~2013년 도금·착색 등 관련 제조업체, 2015~2016년·2018년 국내 시중은행 등과 문서관리·위탁서고 계약을 맺었다. 신사고 측은 이 가운데 시중은행과 위탁서고 계약을 추진한 임원을 "준법경영에 맞지 않는 업무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률 검토문서를 보면 신사고 측은 신사고하이테크가 김포산업단지 내에서 무허가 물류창고업을 통해 수익을 내 산업직접법과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물류시설법), 김포 양촌일반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물류시설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산업직접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산업단지 내에서도 원상회복(계약해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제2공장 증축…이번에도 물류 창고시설 신고없이 설치
그러나 신사고하이테크는 최근 이 사업장에 제2공장 신축 허가를 받고 김포시의 사용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2공장 역시 제1공장과 마찬가지로 인쇄시설과 물류 시설을 혼합한 형태로 지어졌지만 건물 용도는 공장으로 등록했다.
이 부대시설에는 물류창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반형·자동화 설비 창고, 물류 이동시스템 등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신사고는 최근 신사고하이테크 임원 1명을 해고했다. 해고 이유는 제2공장이 사실상 무허가 물류창고시설이라고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불법을 했다는 이유로 임원을 해고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행동을 했다고 해고한 것이다.
해당 임원은 "제2공장은 신사고의 모든 출판물을 보관하고 전국으로 배송하는 대규모 물류센터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제조시설만 입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에 싼 가격으로 물류창고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 신사고하이테크 제1공장 내 자동화 설비 창고 모습. 독자 제공 온라인 물류창고 의심…지난달 대규모 총판 해지 사태와 연관된 듯
이를 두고 이번 제2공장 증축이 최근 신사고가 지난달 전국 15개 총판과 계약을 해지한 것과 같은 이유의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신사고는 전체 매출의 30%를 넘는 규모를 기록한 상위 총판과 계약을 해지한 뒤 곧바로 새로 모집한 총판과는 '총판이 온라인 영업을 할 경우 즉각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본사가 참고서를 온라인으로 소비자가격에 판매하느냐, 아니면 도매가격으로 총판에 납품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온라인 독점 판매로 방향을 정하면서 본사가 보관·배송해야 할 서적이 늘었고 이를 보관할 물류창고로 김포 제2공장이 낙점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포시 "공장시설보다 큰 부대시설, 용도 무엇?…산업부에 질의"
김포시도 고민에 빠졌다. 산업단지에 12년째 입주한 신사고하이테크가 그동안 무허가 창고영업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고발은 물론 계약해지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김포시는 최근 제1공장보다 물류창고 기능이 확대된 제2공장 신축을 허가했다. 공장을 지어도 된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이를 취소하면 신사고 측이 이에 대한 책임을 김포시에 소송 등의 방법으로 물을 수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제2공장의 경우 부대시설의 비중이 인쇄시설 비중보다 크다"며 "부대시설도 법적으로 적합한 시설인지 판단이 어려워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좋은책신사고 측은 자회사 신사고하이테크의 무허가 창고영업과 제2공장 신축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회사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