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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성전환자 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별 변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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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11년 만에 변경
혼인 상태 미성년자 자녀 둔 성전환자는 여전히 성별 정정 허용 안돼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제공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제공
이혼한 성전환자라면 미성년 자녀가 있어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할 수 없다'는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11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남성으로 출생 신고된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서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 때도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해 자녀들을 낳았지만, 성정체성 문제로 2018년 배우자와 이혼했다.

A씨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성 주체성 장애(성전환증)'란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이혼 후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9년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1·2심은 슬하에 미성년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신청인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면 미성년 자녀 입장에선 법률적 평가를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별 정정을 허용하면 가족관계 증명서의 '부(父)'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여'로 표시되면서 동성혼의 외관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미성년 자녀는 취학 등을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할 때마다 이 같은 증명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1·2심 결정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11년 전합 판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11명)으로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아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원심의 판단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 평등권 등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동원 대법관만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와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즉,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 중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기존 판례를 변경해, 성전환자가 자신의 성을 법적으로 승인 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혼인 상태에 있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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