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면역 저하를 틈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는 모습이지만 정작 동절기 백신접종률은 접종 대상자 대비 10%에도 못 미치고 있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유행 장기화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여느 때보다도 많이 떨어진 가운데 당국 책임자의 공개 접종 등을 비롯해 보다 효과적으로 접종 동참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18세 이상 전체 성인 코로나19 동절기 추가접종자는 126만3358명으로 인구 대비 2.9%, 대상자 대비 3.1%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순위 접종 대상인 60세 이상 연령대로 한정해도 추가접종자는 누적 118만8140명으로 접종률은 인구 대비 8.6%, 대상자 대비 9.7%로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동절기 추가 접종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1차 접종률 87.9%, 2차 접종률 87.1%, 3차 접종률 65.6%에 비해 크게 저조한 수치다. 특히 매번 유행 때마다 감염에 취약한 대상자가 집중돼 중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던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동절기 접종 예약률은 6.6%, 접종률은 5%에 머물러 있다.
낮은 접종률과 대조적으로 동절기 유행은 성큼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다. 6차 재유행이 한풀 꺾인 지난 9월 만해도 동절기 재유행은 우세종 변이 교체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일러야 12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의 동시다발적 발생과 함께 때 이른 동절기 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박종민 기자실제로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만 2273명으로 6차 유행 끝무렵인 9월 15일 7만 1444명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8월 넷째 주 이후 10월 둘째 주까지 '유행 감소'를 의미하는 1 미만을 유지했던 감염재생산지수(Rt)는 10월 셋째 주 유행 확산을 뜻하는 1.09로 올랐고 이후 줄곧 1 이상을 유지 중이다.
유행 규모도 기존 예상과 달리 지난 6차 유행보다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연 면역 감소와 백신 접종 저조 등이 주된 이유로 실제로 6차 유행이 정점에 있던 7~8월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은 5~6%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이 비율은 10% 안팎을 오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러한 요인 등을 고려해 최대 정점에서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 상태다.
이처럼 다가올 동절기 재유행이 기존 유행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다는 신호가 속출하는데도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배경으로는 잦은 유행 속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저하된 점이 꼽힌다. 감염돼도 치명률이 낮은 20, 30대가 3차 접종 후로는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고 고령층 등 고위험군 또한, 감염 경험 등을 이유로 예전만큼 접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백신의 종류가 많아지며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적정 접종 시기가 언제인지 등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점 또한, 접종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방역당국은 4차 접종 이후로는 차수 중심이 아닌 시기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대다수가 언제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할지 헷갈려 한다. 기존 백신 외에 이가(개량) 백신이 화이자, 모더나에서 나왔고 변이 별 조합도 다르다"며 "3차를 맞은 사람은 4차 접종을 해야하는지, 개량백신을 맞아야 하는 지 이런 것들이 (일반인에게는) 헷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박종민 기자
정부도 매번 브리핑 등을 통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 고위 당국자의 공개 접종 등 접종 독려를 위한 노력이 기존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감염 시 치명적이지만 백신 접종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돼 접종 유인이 갈 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사실 접종은,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즉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동참하는 모습도 중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 개량 백신을 맞았다. 이런 식으로 해야 사람들 마음이 움직여서 접종에 그나마 동참하는데 이러한 모습조차 없으니 더욱 안 맞게 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또한, "신뢰할 사람이 좀 맞아야 '아, 이게 맞아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고령층도 동참하는데 아무도 이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백신 접종 부작용은 많이 부각되지만 실제 우리나라만 해도 백신 접종으로 12만명의 사망이 예방됐던 점 등 효과는 과소 평가되는 면이 있다. 나중에 피해가 커지기 전에 정부가 독려하며 고위험군의 접종 동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으로 정부에 방역 정책을 자문하는 정기석 위원장 또한,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감염취약시설의 동절기 예방접종률이 매우 낮은데 각 지자체가 나서서 이분들이 예방접종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안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종합해 9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겨울철 유행 전망 및 방역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