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윤창원 기자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이주호(62)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약 10년 만에 교육 수장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김인철 후보자와 박순애 전 부총리가 잇따라 낙마해 정부 출범 이후 6개월간 교육 수장 자리가 비어 있던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은 올해 안에 '2022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이 장관은 "자유민주주의는 이념으로, 이를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는 헌법 가치다. 민주주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민주주의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국제고·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여부도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현 정부는 자사고 존치를 국정과제로 정했다. 외고 역시 존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조정 문제 역시 난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해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과 교원 및 시민단체는 유아교육 강화와 맞춤형 교육, 중장기적인 교육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들어, 지난달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윤창원 기자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교부금 개편에 문제에 대해 "꼭 초중등에서 끌어온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산 부처를 설득해서라도 고등교육에 대한 시급한 투자가 제대로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중등 교육이 지금 격변기고 많은 변화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예산이 결코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 여부도 현안이다. 그는 지난 3월 K정책플랫폼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재정지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인사청문회에서는 "현 상황이 물가 수준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서 차후에 논의하자, 좀 더 신중해야 된다"며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대학의 자율성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에는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교육부의 산하기관처럼 취급하는 나라가 없다"거나 "대학에 대한 정부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중앙정부가 설계·평가하는 방식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설계·제안하는 방식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해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 통합)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관할이 나뉘어 있는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교육계 최대 난제로 꼽힌다.
그는 또 인사청문회에서 "디지털 신기술을 교육현장에서 활용해 학생 개별맞춤 교육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맞춤형 교육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받은 에듀테크 업체와의 이해충돌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처럼 이 장관이 풀어야 할 교육 현안들은 첨예한 갈등 요인들을 안고 있거나 이해 충돌 문제가 있어,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교육현장이나 교육단체들은 그가 과거 교과부 장관 시절 시행한 '자율형 사립고'와 '일제고사' 등의 정책이 고교 서열화와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과거에 추진한 자사고 정책 등이 부작용을 낳았음을 인정하는 등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내내 몸을 한껏 낮추는가 하면, 때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장관이 과거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지양하고, 앞으로도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반대 쪽의 목소리와 건전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녹여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