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친구 부모님에게 연락해야 하는데…대체 뭐라고 얘기 해야 하나요."핼러윈을 앞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압사 사고로 비명과 울음이 뒤섞이며 순식간에 '악몽'을 맞았다.
이날 이태원에 놀러 온 A(32)씨는 "친구와 오늘 핼러윈이라고 이태원 놀러 왔다가 참변을 맞았다"며 "경사로 위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민듯이 압력을 가해서 사람들이 훅 쓰러졌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나는 바깥으로 밀려나 살았는데 친구는 아래로 깔렸다"며 "친구 부모님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된다.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서울 올라오라고 하고 있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사고는 이날 오후 10시 46분경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에서 발생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압사 사고로 심정지 환자가 대거 속출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벌어진 압사 사고로 120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는 오후 10시 22분경에 발생했다"며 "핼러윈 행사 축제 중 다수의 인파가 넘어지면서 참석 시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순천향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에 나뉘어 이송됐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사망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현장에는 사고 피해자 지인들과 가족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통제선 바깥에 위치한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찾았다.
한 중년 여성은 자녀의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어디 있느냐, 왜 너만 살고 왔느냐"며 오열했다. 일부 가족은 통제선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30일 0시 18분 기준 현장에는 약 20명 이상의 인원이 파란 천으로 얼굴까지 덮은 채 누워 있는 상태였다. 경찰, 소방 등 인력들은 이동 인파를 통제하며 "계속 움직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20대 여성은 "살려달라고도 많이 했었는데 아예 (몸이) 안 빠지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목격자 등의 진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에서 오후 11시 사이 사고 현장 내리막길 쪽에서 한번에 밀리면서 압사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인파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인원이 먼저 이동하기 위해 앞을 밀쳤고, 그 과정에서 경사로에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한 20대 남성은 "옆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버텼다"며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당황했던 상황이었다. 다리 꺾였다고 말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너도 나도 밀기 시작하니까 중심이 쏠리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를 발령했고 358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고 수습에 나선 상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 가용경력 최대 지원 등 비상조치를 발령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