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알려진 반전, 익숙한 이미지 역이용한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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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감독 윤종석)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전 세계에서 호평받았던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가 '자백'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던 반전 요소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일찌감치 드러낸 '자백'은 인물 간 심리전은 물론 인물들과 관객들 사이 심리전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끌어낸다.
 
유민호(소지섭)는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유민호와 양신애가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가운데,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전직 국가대표 수영 선수의 몸을 이용하여 바닷속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다는 설정으로 신선함을 안겼던 '마린보이'의 윤종석 감독이 변호인과 의뢰인의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밀실 살인 사건과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자백'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자백'의 원작인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는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으로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만큼 스릴러 장르의 백미 중 하나인 '반전'이 공개된 만큼 영화는 반전이 주는 충격보다 등장인물의 심리전과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심리적인 반응에 주목한다.
 
먼저 '자백'을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첫 번째 시각적인 요소는 하얀 설원 위 산장과 밀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오래된 느낌의 호텔이라는 공간이다. 추리소설을 펼쳤을 때 머리로 그려봄 직한 장소가 눈 앞에 펼쳐지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을 준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관객들이 밀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자백 공방에 동참해 하나하나 뜯어보며 저마다의 시각과 방식으로 밀실 살인 사건의 진범, 자백의 진실성, 유민호와 양신애의 표정과 눈빛과 행동 등을 세세하게 살펴보며 추리해가도록 유도한다.
 
산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주인공이 그리는 사건은 각 인물의 입장에서 재구성되면서 같은 장면이라도 다르게 구현된다. 그 안에서 미묘한 시각 차이와 다른 점들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차이 속에 사건의 진실을 밝힐 단서 조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사건의 진범과 주인공들의 진실은 이미 원작에서 밝혀진 만큼, 이러한 원작의 반전 요소가 이를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던지지 못하기에 영화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심리전'에 보다 집중한다.
 
원작에서는 반전을 마지막에 공개했다면 '자백'은 중반 이후 이를 공개하며 원작과는 다른 길을 가고, 결말도 원작과는 다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을 조금 빨리 드러내고 반전이 공개된 이후 극 중 상황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긴장을 가져오려 한다. 유민호와 양신애 사이 자백을 둘러싼 심리전, 그리고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요소가 드러난 후 변화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영화 전반을 끌어가는 작품이다.
 
유민호와 양신애의 시나리오 속에서 재구성되는 사건들을 지켜보고, 상반된 시나리오 속 다르게 나오는 인물의 모습과 그들의 심리를 바라보며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누구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그는 왜 이러한 거짓을 말하는지 추리해가는 게 '자백'의 가장 큰 재미이자 관전 포인트다.
 
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자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이를 위해 카메라는 그들의 눈빛과 작은 표정, 작은 동작 하나까지 포착해 스크린에 그려냈고 관객들은 단서가 될 수 있는 이러한 작업들을 하나씩 쫓아가면서 자신만의 사건 기록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등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하며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여기서 '자백'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이용한다. 그동안 스릴러 장르에서 보지 못한, 이른바 정의롭고 선한 이미지의 소지섭을 유민호 캐릭터에 캐스팅함으로써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이용해 영화의 미묘한 긴장을 이어간다. 소지섭이란 배우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영화 속 유민호의 얼굴과 중첩되며 믿음과 불신 사이를 오가고, 재미와 긴장을 선사하는 또 다른 영화적 요소가 된다.
 
이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 간 심리전과 현실과 스크린 사이를 오가는 의심의 코드들은 결국 '자백'이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관객들과 심리전을 벌이기 위함이다. 그렇게 '자백'은 원작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영화로 몰입시키고,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자백'을 보기 전 혹은 보고 난 후 '인비저블 게스트'를 보며 원작과 리메이크가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비교해 보는 것 역시 '자백'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다.
 
105분 상영, 10월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자백'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자백'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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