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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發 시장경색에 "당국 뒷북대응" 비판…"효과 제한적"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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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서…"당국 늑장 대응" 비판
김주현 금융위원장 "비판 겸허하게 받아들여"
'김진태 책임론'도…野 "시장불안 방아쇠 당겨"
정부 대응에 시장 일단 '숨고르기'
'한은 유동성 공급' 역할론에 이창용은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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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레고랜드발(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 부각 여파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풀겠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요동치던 채권 시장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그 효과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금 경색 '뒷북대응' 비판에…김주현 "겸허히 수용"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에 자금시장 경색 현상과 관련해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서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는 2050억 원 규모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만기일을 앞둔 지난달 28일 강원도가 GJC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발표했고, 아이원제일차는 ABCP 상환을 못해 이달 5일 부도처리 됐다.
 
강원도 지급보증 덕에 발행 때 최고 신용등급(A1)이 매겨졌던 ABCP의 부실화는 '안정적 채권조차 믿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을 부추겨 주요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뜩이나 고조된 채권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채권 투자 수요가 위축된 데다가 발행 금리는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은 현재 금융권의 최대 불안요소로 부상했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아니냐는 정무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은 "레고랜드 관련 이슈가 있었을 때 (정책금융기관 등의) 회사채나 CP(기업 어음) 매입 한도를 6조 원에서 8조 원으로 올리고 시장 진정을 바랐는데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추가 조치를 냈고, 그것으론 부족하다는 평가에 23일 일요일에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하게 됐다"면서도 "대책이 늦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으며 시장 신뢰를 저버렸다는 책임론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김주현 위원장은 "자금시장의 경색 문제는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떤 특정 사건 때문이라기보다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고환율 등 기본적으로 불안요소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이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진태 지사가 방아쇠를 격발시킨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이어가자 김 위원장도 "시장 불안에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 대응에 채권금리 하락했지만…불안 기류 '여전'


정부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50조 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한 영향으로 채권 금리는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해당 정책의 주요 골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보증지원 10조 원 등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채권 매입 등을 위한 채안펀드 여유자금(1조 6천억 원 규모)이 일부 가동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만기별 국고채 금리는 모두 하락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4.305%로, 전거래일(21일)보다 0.19%포인트 내려갔다. 3년물 회사채(AA-) 금리도 0.144%포인트 떨어진 5.592%를 기록했다. 다만 3년물 회사채(AA-)와 국고채 금리차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1.287%포인트로, 전 거래일(1.241%포인트)보다 오히려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건 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때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91일물 CP(기업어음 A1등급) 금리도 4.37%로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같은날 한국가스공사와 인천도시공사가 각각 채권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섰지만 일부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국감에서 이를 언급하며 "시장에 (정책)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느낌"이라고 지적하자 김주현 위원장은 "지금은 심리적인 위축도 있을 것"이라며 "당국의 역할과 민간 금융권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도 정부 정책이 단기 자금시장 안정엔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었지만, 장기적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물음표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들만으로 번지는 불씨를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으로 전체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안정의 정도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 적극적 역할 필요' 목소리도…이창용은 '신중론'


 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 제공
국감에선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상 확대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을 통한 비우량 회사채‧CP 소화 등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현 시점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이 같은 조치엔 거리를 두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같은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자금시장 경색 관련) 대책은 미시 정책으로서 금융 안정을 시도한 정책이고, 거시적으론 한은이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건 아니어서 물가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칫 한은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돈을 풀 경우 그간 유지해 온 긴축기조와 배치된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다만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 대출 시 담보 대상이 되는 증권(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나 공공기관채 등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했다. 현실화 되면 은행 입장에선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어 채권시장 안정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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